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가 이달 종료 예정인 가운데 연장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중동 분쟁 장기화 조짐으로 국제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물가 불안이 지속되면서 연장에 무게가 실린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2.8원 오른 ℓ당 1603.53원이었다.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1600원대에 진입한 건 두 달여만이다. 경유 가격 역시 전날 대비 2.29원 오른 ℓ당 1507.24원으로 나타났다.
한동안 잠잠했던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들썩인 건 중동 분쟁 확산 우려 등으로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보여서다. 9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6.84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0.62달러(0.81%) 상승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0.25달러(0.31%) 오른 배럴당 81.8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는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기름값에 반영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국내 기름값 부담을 줄여주는 유류세 인하 조치는 이달 29일 종료된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될 경우 휘발유 가격 상승 폭이 가팔라져 겨우 안정세로 접어든 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로 올라설 수도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중동지역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80달러대로 재상승하는 등 2~3월 물가는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전반적인 유류 가격 안정세에도 유가 불확실성과 민생 물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이달 말까지 연장했다. 현재 휘발유에는 25%, 경유와 LPG 부탄에 대해서는 37% 인하율이 적용되고 있다. 휘발유 유류세는 ℓ당 615원으로 유류세가 인하되기 전 탄력세율(820원)보다 205원 낮다. 경유는 ℓ당 212원, LPG 부탄은 73원 인하된 상태다. 연비가 ℓ당 10㎞인 휘발유 차량으로 하루 40㎞를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월 유류비가 2만5000원가량 줄어드는 셈이다.
일단 기재부는 '유류비 인하 조치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동 분쟁 확전 우려 등으로 국제 유가가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데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덩달아 오름세를 보여 정부 입장에선 물가 자극 리스크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동 분쟁 확전 우려로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까지 들썩이자 정부 안팎에선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는 시점만 가까워지면 국제유가가 불안해진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세수 부담을 고려하면 유류세 정상화가 필요하지만 2~3개월 추가 연장하고 나서 국제유가 흐름을 보고 종료 여부를 검토하지 않겠느냐는 게 중론이다.
아울러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쉽게 종료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 여파로 국제 유가가 오르고 있는 데다 총선 앞두고 여론 눈치 보기를 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선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연장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다만 세수 부족이라는 변수가 있다. 지난해 본 예산 대비 덜 걷힌 세수는 역대 최대 규모인 56조4000억원으로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유류세는 한시 인하 정책으로 교통세는 3000억원(-2.5%) 줄었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임시투자세액공제,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상향,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 등도 가뜩이나 부족한 세수에 허덕이는 정부 곳간에 부담일 수 있다.
정부는 국제 유가 흐름과 물가, 세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설 연휴 이후인 이달 중순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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