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안성배 KIEP 부원장 "금리 인하, 상당한 시한 걸릴 듯…美대선 예의주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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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4-0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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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성배 KIEP 대외협력부원장 인터뷰

  • 섣부른 금리 인하 경계해야...빨라야 3분기에 가능

  • 세계화 새로운 방향 지속...美 주도 세계 질서 흔들 아냐

  • 중국 경기 둔화·대만 총통 선거 등 다양한 시나리오 준비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대외협력부원장 사진KIEP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대외협력부원장 [사진=KIEP]
"올해는 '고금리'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야 하는 시기이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대외협력부원장은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올해 글로벌 정세에 대한 평가를 '적응'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확산했던 기준금리 조기 인하론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경제가 고금리 속에서도 뜻밖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지난해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미국 경제의 견고한 성장세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에 여유를 가질 가능성이 나오는 만큼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응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안 부원장의 판단이다.
 
금리 인하, 이르면 3분기에···시장 기대 수준 관리 必

미 연준은 1일 새벽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거쳐 기준금리 결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기준금리가 4회 연속 동결돼 5.25~5.50%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안 부원장 역시 물가 상승률이 안정 목표인 2%로 수렴할 시기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를 들어 섣부른 금리 인하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내며 금리 인하가 이르면 3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부원장은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3.4%)과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2.9%)를 보면 물가가 목표치인 2% 달성을 확신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 "금리 인상이 멈추긴 했지만 현재의 물가 움직임으로 볼 때 금리 인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면서 우리나라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안 부원장은 판단했다. 한국은행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시장의 기대와 중앙은행의 계획 간에 괴리가 커지고 있다"며 "중앙은행은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장의 기대 수준을 관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세계화에 대한 美인식 변화···대선 향방에 따라 대응 가능한 체계 갖춰야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견해를 보였다. 

안 부원장은 "트럼프 행정부 때 고립주의 경향이 강해지면서 세계화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며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양당 지지율이 반반으로 갈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쇼어링(본국으로 생산기지 이전), 프렌드쇼어링(우방국을 생산기지로 낙점하고 이전하는 현상) 등 세계화의 새로운 방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을 보는 관점에 따라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해오다가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오는 11월 치르는 미국 대선이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유력한 상황에서 안 부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되면 정책 지속성을 확보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외 정책 기조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통상정책을 중심으로 변화가 있을 수 있는 만큼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체계를 갖춰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집권 시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관세를 통한 무역불균형 조정을 강화한다거나 현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정책을 바꿀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중 갈등에 있어서는 트럼프 정부 때 도입됐던 내용들이 바이든 정부에서 크게 완화되지 않았고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조금 더 정교한 방향으로 진행됐다. 이러한 부분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대외협력부원장 사진KIEP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대외협력부원장 [사진=KIEP]
 
중동發 리스크 여전···韓 경제·공급망 타격 주시해야

그는 최근 중동 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안 부원장은 "지정학적 갈등의 전개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주요 국가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확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바이든 정부가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요르단 북부 미군 주둔지 '타워 22'에서 미군 3병이 숨진 것과 관련해 보복 의지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중동 사태가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안 부원장은 "중동 긴장 고조가 국제 유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란과의 노골적인 갈등으로 페르시아만을 통과하는 원유 수송이 중단되거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인프라를 향한 이란의 공격 시 유가 급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3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30일(현지시간) 배럴당 77.82달러로 올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올해 들어 WTI 가격은 8.6%가량 상승했다.

홍해·호르무즈 해협은 우리 경제의 핵심 공급망 길목인 만큼 공급망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안 부원장의 판단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정학적 충격과 공급망 교란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근원 인플레이션 지속이 긴축적인 통화 여건을 지속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中성장률 하락 속도 예상보다 빨라···대만 이슈 등 다양한 시나리오 마련해야

중화권 이슈도 언급했다. 중국 경제 둔화에 대해 안 부원장은 "중국 경제는 구조적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며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성장률이 점차 낮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성장률 하락 속도가 다소 빠른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지난해 경제성장률 5.2%를 기록하며 목표치(5%) 달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소비·투자 위축, 부동산 침체 등 경기 불안이 여전해 올해 성장률은 다소 둔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IMF는 중국 성장률 전망을 4.2%에서 4.6%로 상향 조정했지만 지난해 성장률을 밑돈다.

안 부원장은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이 가진 리스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은 과거 일본과 한국이 겪었던 저출생과 인구 고령화 등 문제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데 성장 단계로 보면 상대적으로 조금 일찍 시작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공동부유(다 같이 잘살기)'를 앞으로 나아갈 길로 제시하면서 부동산 규제나 사교육 제재 등 다소 과격한 정책을 도입했는데 이것이 단기적으로 경제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안 부원장은 우리 경제가 과거와 같은 중국 특수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품목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간재를 중국이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 수출에서 우리가 보다 경쟁력 있는 소비재나 고도화된 부품과 장비, 문화 상품 수출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안 부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의 성장세 둔화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지만 이제는 (중국 경기 상황보다) 반도체 수출 다변화 등 우리나라 성장 전략 내 중국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총통 선거에 대해서는 행정부는 민진당 집권이 이어지지만 의회는 여소야대 상황이 됐기 때문에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친미반중' 행보를 취하는 데는 제약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거 결과에 대해 주요국들이 대(對)대만 정책에 큰 변화는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한 그는 "미·중 간 갈등으로 신냉전이라는 큰 흐름이 계속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되짚었다.

이어 "특히 대만이 강점을 보이는 반도체 산업에서 미·중 갈등의 전개 양상에 따라 군사적 긴장 수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우리 경제도 반도체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사태의 흐름을 주시하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 방안을 준비해 놓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성배 KIEP 대외협력부원장 프로필
△서울대 경제학과 석학사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 경제·산업·기후분과 위원 △금융발전심의회 글로벌·정책분과 민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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