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이슈에 선박 파는 해운사들..."해운업계 경쟁력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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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4-01-31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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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인수합병)를 진행 중인 국적 벌크선사들이 선박 매각에 나섰다. 인수자금 조달을 위한 자산확보, 친환경 선박 전환, 채권만기상환 등이 자산매각의 원인이다.
 
이를 두고 긴급상황에서 전략자산으로 벌크선의 해외 매각이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선박과 함께 해당 선박에 체결된 운송계약도 함께 매각되는 상황이라 국내 해운업계의 경쟁력 약화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폴라리스쉬핑은 최근 회사가 가진 뉴캐슬막스급(20만DWT) 벌크선 4척을 시장에 내놨다.
 
싱가포르 매매중계상을 통해 매각될 예정인 이 선박들은 폴라리스쉬핑이 가진 운송계약과 함께 매각된다.
 
폴라리스쉬핑은 4척의 벌크선 외에도 VLOC(초대형 광석선) 추가 매각을 통해 약 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매각 예정인 선박들은 도입 시기가 10년이 안된 것으로 전해진다. 노후 선박이 아님에도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폴라리스쉬핑이 가진 채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중 2000억원에 달하는 사모펀드 채권 만기가 도래하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자산매각이라는 게 해운업계의 시각이다. 당초 폴라에너지앤마린은 지난해 말까지 우리PE(프라이빗에쿼티)에 자회사 폴라리스쉬핑을 매각해 채무를 해소할 예정이었으나 매각이 지연되면서 당장 자산 매각을 통한 채무해소가 급한 상황이다.
 
모회사 하림과 함께 HMM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 팬오션도 지난해부터 벌크선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총 7척의 벌크선을 매각한 팬오션은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선박을 매각할 예정이다. 팬오션은 2026년까지 26척을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팬오션 측은 노후 선박 교체 작업이라는 입장이지만 매각 대상 선박의 평균 연령이 10년 미만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HMM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상선의 노후 연령은 20년으로 보고 있다.
 
특히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이 하림 측에 인수금융 비중을 줄이고 자기자본 비중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팬오션의 벌크선 매각 대금의 상당 부분이 HMM 인수자금으로 투입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림이 채권단에게 제시한 HMM 인수금액은 6조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1조원이 팬오션의 팬오션의 선박 매각을 통해 조달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같이 무분별한 벌크선 매각으로 인해 해운업계는 선사들의 선복량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발레(브라질),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등 국내 주요 고객사의 벌크선 운임계약이 함께 매각되면서 국가 차원의 해운경쟁력 약화도 우려되고 있다.
 
조선·해운시황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벌크선 선복량 증가율은 2.3%로 점쳐진다. 2018년 이후 최저치로 신규 운임계약 체결 등이 어려운 상황임을 시사한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박을 파는 것은 국적 선박의 감소로 이어지지만, 더 큰 문제는 대형 고객사와의 계약이 해외로 넘어갈 수 있는 점”이라며 “이는 곧 해운업계 퇴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팬오션의 벌크선 사진팬오션
팬오션의 벌크선 [사진=팬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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