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시대 설 풍경] 차례상 20%·고속버스 5% 올랐는데 상여금 40% '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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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서 기자
입력 2024-01-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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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류비·대중교통 요금 오름세…실질임금은 점점 하락세

서울 한 대형마트의 사과 매대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사과 매대에서 고객들이 사과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0년 차 직장인 A씨는 올해 고향 방문을 거를지 고민 중이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며 설 상여금이 끊긴 지 4년째인 데다 고금리에 대출 상환액도 늘어 부모님께 드릴 용돈이나 조카들에게 줄 세뱃돈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A씨를 기다리는 부모님 마음도 무겁다. 각종 연금과 공공근로 급여 등 월 소득은 200만원 남짓. 물가가 너무 올라 차례상 준비도, 손주들 선물 마련도 벅찬 게 현실이다. 

설 연휴를 열흘여 앞둔 대한민국 서민 가계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거쳐 엔데믹(풍토병 수준) 시대로 접어드는 동안 고금리·고물가에 실질소득 감소가 더해져 삶의 질은 더욱 열악해졌다. '풍요롭고 넉넉한 설 명절'은 옛말이 됐다는 자조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29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에 따르면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은 평균 30만717원으로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인 2020년 설(25만1494원) 때보다 19.6% 급등했다. 지난해에는 29만8398원이었다. 

인플레이션 여파에 농산물 작황 부진까지 겹쳐 제수용품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귀성 비용도 증가세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상반기 ℓ당 1200원대까지 떨어졌던 휘발유 가격은 등락을 거듭하다 최근 1600원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월 넷째 주(21~25일) 평균 휘발유 판매가는 1563.7원이다. 연휴 기간 장거리 이동이 많아 유류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도 KTX 등 철도 운임은 정부가 요금을 통제 중이지만 고속·시외버스 요금은 2022년 11월과 지난해 7월 두 차례 인상되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시외버스 요금 물가지수는 110.18(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5.0% 올랐다. 같은 기간 택시 요금 물가지수도 121.66으로 19.2% 급등했다. 

물가와 금리는 오르는데 임금 상승률이 뒤따르지 못하는 양상이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10월 누계 월평균 실질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1.0% 하락한 354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명목임금 상승률은 2.7%에 그친 반면 물가 상승률은 3.7%를 기록했다. 

월급이 오르지 않는 건 경기 둔화 여파로 기업 실적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명절 상여금 지급도 줄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설 상여금 평균 예상액은 40만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65만1000원)보다 38.6% 감소했다. 올해는 사정이 나아져 60만9000원 정도로 예상되지만 상여급 지급 업체 비율은 2019년 51.9%에서 지난해 44.3%, 올해 41.8%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요금 인상과 유가 등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임금을 포함한 개인서비스업은 둔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공급요인 불안이 계속되면서 물가 상승률 둔화가 예상보다 느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단기적으로 정부가 물가를 억제할 정책적 방향이 딱히 없는 상황이다. 잡히더라도 일시적인 조절에 그칠 것"이라며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일시적 영향은 있겠지만 부동산 문제로 인해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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