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업추비 부실-①] 기초단체장 업추비는 쌈짓돈?…관리 부실에 사적남용 의심사례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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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면수·태기원·안수교 기자
입력 2024-01-24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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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부안군이 게시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사용처 사용인원 시간 등 필수 기재사항이 빠져있다 사진부안군
전북 부안군이 게시한 군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사용처, 사용인원, 시간 등 필수 기재사항이 빠져 있다. [사진=부안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업무추진비 사용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규정을 보완하고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는 등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쪼개기 결제' '인원 조작' 등 편법·부정 사용이 공공연하고 모니터링이나 감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아주경제는 전국 기초자치단체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전수조사해 그 실태를 분석해 봤다. <편집자 주>

시장·군수·구청장 등 일부 기초자치단체장의 업무추진비가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주경제가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중 150곳이 넘는 업무추진비 내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상당수 지자체들은 업무추진비를 불투명하게 관리하거나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는 등 부실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 세금이 원천인 업무추진비를 지자체장의 쌈짓돈처럼 쓰는 것처럼 의심되는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상당수 지자체들이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에 따라 규정된 업무추진비 양식을 지키지 않고, 임의로 항목을 누락해 일부만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에 따르면 지자체는 업무추진비 공개 시 건별 사용 일시, 장소, 대상 인원수, 금액, 결제방법 등 세부 항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돼 있다.

대표적으로 전북 부안군은 군수 업무추진비 내역을 게시하며 사용 금액과 목적만 명시하고 사용 장소, 대상 인원, 구체적 시간 등 필수 항목을 공개하지 않는 등 업추비 관리가 매우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의성군은 군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하면서 구체적 상호명을 명기하지 않은 채 관내 식당이나 관외 식당으로 일괄적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김포시, 경북 울릉군, 충남 금산군, 충남 천안시, 충남 당진시, 충북 청주시, 충남 보은군, 충북 충주시, 충남 보령시, 충남 서산시 등을 포함한 지자체 수십 곳은 단체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게시하면서 사용 시간을 기재하지 않았다.

건당 식사비로 수십만 원을 쓰면서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에 사용 목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지자체들도 다수 발견됐다.

예를 들어 경북 군위군수는 식사비를 업무추진비로 지출하면서 구체적 목적을 명기하지 않은 채 단순히 ‘식사 제공’으로 표기했다. 경남 합천군수는 사용 목적을 단순화해 업무 추진을 위한 각종 회의·간담회·행사로 일괄적으로 명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 무주군수 역시 식사비를 지출하면서 구체적 목적을 밝히지 않은 채 ‘군정업무 협조 유관기관 간담 비용 지급’ 등으로 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규정에 따라 지자체장의 공휴일 업무추진비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상당수 지자체장들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한 달에도 수차례 공휴일에 업무간담회를 열고 업무추진비로 식사비를 지출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에 따르면 토요일, 일요일, 법정 공휴일과 근무지 밖에서는 원칙적으로 업무추진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공휴일이나 근무지 밖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려면 직무 관련성을 입증할 객관적 증빙자료를 별도로 제출해야 한다. 국민 세금이 원천인 업무추진비를 가능한 업무와 무관한 날이나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고 필요에 의해 집행하더라도 불가피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쓰라는 취지다.

일례로 인천 미추홀구청장은 공휴일 아침 시간에 업무 관련 간담회를 열고 식사비를 지출한 사례가 잦았다. 미추홀구청장은 지난해 4분기만 한정해도 10월 14일(토) 아침 7시 32분, 21일(토) 아침 7시 49분, 11월 12일(일) 아침 8시 26분, 11월 19일(일) 아침 6시 28분에 한식당에서 업무 관련 간담회를 열고 식사비를 썼다.

미추홀구청장은 해당 공휴일 사용 내역에 대해 품의를 받은 증빙 자료를 첨부했지만 모두 사후 품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 계획에 의해 열린 간담회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미추홀구 관계자는 “업무추진비 특성상 주말 업무추진비 집행의 사전 품의와 증빙자료 구비는 우리 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 또한 현장 상황에 따른 간담회 등이 수시로 발생해 사전 예측해 품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미추홀구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지자체의 공통적 문제”라고 해명했다.

업무추진비로 특산품 등 선물비를 지출하면서 지급관리대장을 관리하지 않는 지자체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경북 울릉군과 전북 임실군은 연간 수천만 원 이상을 지역 특산품 구입 목적으로 지출했지만 지급관리대장을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훈령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로 상품권, 기념품, 특산품 등을 구매한 경우에는 지급관리대장에 지급 일시, 대상자 및 수량을 기재해 결재를 받아 관리함으로써 사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연말 책정된 업무추진비를 소진하기 위해 남은 예산을 몰아 쓰는 사례도 있었다. 인천 남동구청장이 지난해 12월 22일 연말 직원 격려 목적으로 1058만6920원에 달하는 회식비와 간식을 지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호텔, 한우식당, 코스요리 전문점 등 고급식당에서 업무추진비를 과도하게 쓰는 경우도 많았다. 강원도 A군, 충남 B군, 전북 C군 단체장은 지난해 한우 식당에서 식사비를 지출한 내역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D구 전임 구청장은 임기 동안 업무간담회를 관내 소재 특정 호텔에서 10차례 넘게 열면서 건당 수십만 원을 식사비로 지출한 정황이 확인됐다.

업무추진비로 건당 50만원 이상 식사비를 지출하면서 쪼개기 결제하는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경기도 E시 단체장은 지난해 10월 한식당에서 식사비를 50만원 이상 결제하면서 불과 1~2분 차이로 분할 결제한 사례가 여러 건 있었다. 훈령에 따라 건당 50만원 이상이면 주된 상대방의 소속 또는 주소 및 성명을 증빙서류에 기재해야 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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