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출신, 방산업체 자문 계약…대법 "구체적 현안 없으면 알선수재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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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
입력 2024-01-2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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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징역 1년·집유 2년 선고 원심 파기 환송

  • "현안·대가 명목·액수 종합적 판단해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모습 2023121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법원 대법정 2023.12.1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공무원 직무와 관련해 계약을 맺고 자문했더라도 구체적 현안 해결이 아닌 회사 경영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이라면 알선수재 혐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975년부터 2008년까지 복무한 육군 장성 출신인 이씨는 2015∼2016년 방위산업체 A사에서 5594만원, 기능성 전투화 제조업체 B사에서 1934만원을 자문 계약에 따른 대가로 받았다.

검찰은 이씨가 정상적인 자문 계약이 아니라 군 관계자에 대한 로비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보고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특정범죄가중법 3조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과 2심은 이씨가 두 업체와 맺은 자문 계약 모두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사와 관련한 자문 계약은 알선수재로 볼 수 없다면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자문 계약이 구체적인 현안을 전제하지 않고 업무의 효율성·전문성·경제성을 위해 피고인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에 바탕을 둔 편의 제공에 대한 대가로서 보수가 지급되는 것이라면 통상의 노무 제공 행위로 알선수재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과 A사 사이에 체결된 계약은 경영 일반에 관한 자문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지급받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씨가 체결한 자문 계약 내용은 사실상 A사 사업 전반에 관한 것이라 구체적인 현안 해결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씨에게 대가로 지급된 보수도 회사 내부 규정에 따른 것이고, 알선 행위의 대가로 보기에는 적은 수준이란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자문·고문·컨설팅 계약 등이 체결'된 경우에 그 계약상 급부를 지급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알선수재)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알선수재)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현안'이 존재하는지, 계약상 급부가 '중개적 행위'에 대한 대가 명목인지, 계약상 급부의 액수와 지급 조건·방법·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 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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