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자영업자 살려야 내수 경기 온기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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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입력 2024-01-1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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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수석연구위원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한국 경제는 올해 경제성장률 자체는 작년보다 조금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지만, 개인들이 느끼는 경기 활력은 그다지 높지 않을 우려가 있다. 국내 경기와 국외 경기에 온도 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작년 대비 세계 경제와 교역이 완만하게 회복하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수출 경기가 전체 경기 흐름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작금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고려하면 세계 교역이 완만하게 회복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겠지만, 한국은 그동안 부진했던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면서 수출이 그나마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국민 개개인이 체감하는 내수 경기는 국가 단위의 수출 경기만큼 온기가 돌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제일 큰 이유는 몇 년 전까지와는 다르게 높게 형성되어 있는 고금리 때문이다. 한국 기준금리는 2011년만 하더라도 3%대 초중반에서 우하향하는 하락 흐름을 유지하더니 급기야는 2020년부터 2년간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0%대까지 내려갔다. 이후 원자재 가격 및 물가 급등을 잠재우기 위해 금리 인상 정책이 추진되면서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3.5%로 급등하였다. 이런 고금리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타격을 받는 이들은 소득이 크게 늘지 않으면서 빚을 많이 진 사람들이다.

불황인 서비스업에 많이 종사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많이 증가한 점이 내수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크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전체 금융기관의 자영업자 대출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684조9000억원이었지만 이후 급증하면서 2023년 3분기 말 기준 1052조6000억원으로 5년도 안 되는 기간에 370조원 증가하였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렇게 부채가 증가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할 수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활동을 열심히 한다면 대출을 활용한 부채를 레버리지로 삼아 사업을 확대하고 설비를 추가 설치하면 그만큼 매출도 증가할 수 있고 비용 관리를 잘하면 수익도 더 많이 창출되어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닌가, 대출은 이런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경기 회복이 더디고 대출이 있는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금리가 크게 오르면 상환해야 하는 이자 부담 압박이 더 심해진다. 빚을 제때 갚지 못해 연체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게 된다.

국민들의 체감 경기가 밝지 않은 이유 중 가장 큰 점은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률이 높고, 특히 일상생활 가운데 구매 빈도가 높은 품목들을 위주로 구성해 물가체감 강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이 전체적인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보다 더 높은 상황이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 중 하나인 김치찌개는 1인분 8000원 시대가 열렸고, 지난 1년간 가격이 가장 크게 오른 외식 음식은 자장면으로 1인분 가격이 2022년 12월 6569원에서 2023년 12월 7069원으로 7.6% 상승했다.


 
자료  한국은행
주  소비자물가 및 생활물가 갭  생활물가상승률 - 소비자물가상승률
[자료 : 한국은행] 주 : 소비자물가 및 생활물가 갭 = 생활물가상승률 - 소비자물가상승률



물가가 높기 때문에 금리 또한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 없는 상황에서 빚이 있는 서민들은 이자 부담과 생활고를 겪으며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 방향이 민생경제 회복에 주안점을 둔 것은 매우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자영업자를 위한 ‘소상공인 응원 3대 패키지’가 추진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전기요금 지원, 이자 부담 경감 사업,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 금액 인상 등이다. 이 패키지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자영업자들에게는 사업장 운영 비용,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 및 영업 활동에 따르는 과세 부담 등을 덜 수 있는 단비와 같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단비가 그치고 난 후에도 좀 더 좋은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낮아진 경제 활력을 다시 높이는 것이며,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창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즉, 빚이 있더라도 갚아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소규모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의 경제 활동에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금융 지원이 필요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필요한 시점에 적정한 규모로 자금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요즘 같은 고금리에 장기 저리 융자 방식이 선호되리라고 보는데, 직접 은행에서 대출받기 힘들다면 지자체와 협업하여 지자체 기금을 활용하는 방식이나 은행 대출 건에 대해 지자체가 보전하는 방식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요점은 자금 지원에 각 지자체의 적극적인 태도가 곁들여지면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영세 업체들이 준비하고 대처하기에 부담이 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할 것이다. 근로자가 중대재해로 다치거나 숨졌을 때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일선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대비할 여력이 없다”는 목소리가 강한데 이를 반영하는 유예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안전관리 요원을 구하는 것도 어려운 지경인 데다 사고라도 터지면 회사 운영의 실무적인 부분까지 담당하는 경영진에 대한 처벌 사태는 막아야 할 것이다.

모두가 장기 저성장으로 지쳐 있지만 특히 더 어려운 이들이 있다. 대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고, 미래에 펼쳐질 것으로 기대되는 변화무쌍한 첨단 기술의 향연에서 소외되거나 주목받지 못하는 작은 이들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 당국의 올해 경제정책 방향이 민생경제의 회복에 맞춰져 있는 점은 다행이다. 거시적인 측면과 달리 미시적인 정책의 집행에서는 세심한 관찰과 점검, 소통이 더 필요할 것이다.





홍준표 수석연구위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 신성장전략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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