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애써 키운 회사를 왜 나눌까… '기업 분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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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4-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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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사 분할 결정’은 기업공시 단골 뉴스 중 하나인데요. 이 결정은 너무 중요해서 이사회가 주주총회 특별 결의 사항으로 의결해야 합니다. 보통 결의에는 주주총회에 출석 주주 2분의1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 찬성만 있으면 되지만, 특별 결의에는 출석 주주 3분의2 이상 찬성,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 찬성이 필요하지요.

그런데 올해 연초부터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사인 SK디앤디가 최근 회사 분할과 관련한 이사회 의결과 증권신고서 제출 소식을 공시했어요. SK디앤디는 2004년 부동산개발업체로 설립돼 2015년 상장했는데 최근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 부문을 강화해 왔지요.

SK디앤디는 지난달 회사 분할 계획서 내용과 이를 의결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 개최 계획 안건을 처음 공시했는데, 그 내용을 일부 변경한 서류를 8일 정정 공시했어요. 이에 따르면 SK디앤디는 자사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SK이터닉스’라는 회사로 신설할 예정입니다.
 
인적 분할과 물적 분할, 두 가지 방법
여기서 ‘인적 분할’이라는 건 회사를 나누기 위한 방법의 하나인데요. 회사를 나누는 방법으로 물적 분할과 인적 분할이 있어요. 두 방식은 회사를 나누기 전의 회사 주주가 나눠진 회사의 주주가 되는지 여부로 구별돼요. 통상적으로 일반 상장기업 분할 시 물적 분할보다 인적 분할 방식이 주주에게 유리합니다.

인적 분할은 분할 전 주주에게 주식 소유 비율대로 분할 후 회사 주식을 배정합니다. 이때 분할된 회사 주식은 곧바로 상장도 가능하고요. 반면, 물적 분할은 분할 전 주주에게 주식을 배정하지 않고 분할 전의 회사 자신이 100% 갖습니다. 그래서 분할된 회사를 상장하려면 다른 비상장사와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하죠.

SK디앤디도 인적 분할을 하니 신설 법인의 주식을 SK디앤디 법인이 아니라 기존 SK디앤디 주주들이 가져가게 됩니다. 그리고 기존 법인과 신설 법인 자산 비율을 계산하기 위해 2023년 6월 30일 재무상태표 기준으로 분할대상 부문 순자산 장부가액을 전체 회사 장부가액과 자기주식 장부가액 합산액으로 나눴어요. 

인적 분할 시 자산 비율은 분할 후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의 자본금과 부채 등 초기 재무 상태를 결정합니다. 분할 후 SK디앤디와 신설법인 자산 비율은 77대23 정도인데요. 이에 따르면 분할된 SK디앤디 자산총계는 1조6332억원(부채총계 9863억원, 자본총계 6469억원, 자본금 186억원)이 돼요. 신설되는 SK이터닉스의 자산총계는 5884억원(부채총계 3948억원, 자본총계 1936억원, 자본금 56억원)이 되고요.

SK디앤디 분할계획에 따라 증시에서 이 회사 주식을 2월 28일부터 3월 28일까지 한 달간 거래할 수 없게 됩니다. SK디앤디는 분할기일(3월 1일)에 명부에 등재된 기존 주주에게 신설회사 신주를 준다고 예고했어요. 2월 29일 기준으로 주주가 보유한 보통주·전환우선주 1주당 신설법인 주식 5주를 배정했죠. SK디앤디의 주식 거래가 재개되는 3월 29일에 신설법인 신주도 상장될 예정입니다. 이날 SK이터닉스는 최근 사업연도 매출 1620억원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설비의 설치, 운영 등 사업과 발전시설 운영 및 에너지 공급사업을 영위하는 신규 상장사로 출범하는 것이죠.
 
분할 신설하면 기존 회사 '주주 가치'는?
상장사의 분할은 당연히 주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인적 분할과 물적 분할의 방식이 다른 만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나 주주 이익과 관련된 성격도 서로 다르죠.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상장회사에서 인적 분할된 신설 법인은 즉시 상장되기 때문에 유동성 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주력사업 부문이 아닌 비주력 또는 비우량 사업 부문을 떼어내어 인적 분할을 했다면 비주력 사업 부문만을 보유하고 있는 신설법인은 상장되자마자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고 해요. 또 “우량한 주력 사업 부문에 묻혀 크게 대두되지 않았던 비우량 사업 부문의 문제가 도드라지게 주목받게 될 수 있는 것도 문제”라고 하네요.

지난달 중순 하이투자증권은 분석 보고서를 통해 분할 신설될 회사의 ESS 사업을 유망 분야로 꼽았고 당시 2만8000원대였던 SK디앤디의 목표 주가를 3만5000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인적 분할을 계획하고 있는 SK디앤디의 주가는 일단 장중 오름세입니다. 8일 오전 11시 현재 2만9050원으로 전날보다 200원(0.69%) 올랐는데, 아직 드라마틱한 수준은 아니군요.

물적 분할된 신설 법인은 어떨까요? 협의회는 “분할한 후 신설법인 주식을 (존속법인이) 그대로 보유하기만 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수 있지만 대부분 자회사를 대상으로 투자를 새로 받기 위해 상장하는 과정에서 지분가치가 희석되어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라고 설명합니다. 신설법인에 크게 투자받으려고 물적 분할을 선택하는 기업 관행은 소위 ‘쪼개기 상장’이라고 불립니다. 이 과정에 존속법인의 주가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소액주주의 원성을 사곤 했어요.

2022년 12월 정부의 관련 법령 개정으로 주주 보호 방안이 도입됐어요. 물적 분할에 반대하는 일반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이 생겼죠. 주주와 기업 간 협의로 매수 가격을 결정해야 하고요.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 가격을 적용하고 그럼에도 합의가 안 되면 법원에 매수 가격 결정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해요.
 
리스크 감수하고 기업 분할 나서는 이유
기업 입장에서 물적 분할은 주주가치 훼손 논란의 소지가 있고, 인적 분할은 아무래도 비주력 사업에 대한 노출이 늘어나는 위험도 있다고 하니, 양쪽 다 감수해야 할 단점이 있네요. 그럼에도 회사를 나누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 SK이터닉스를 분할 신설하려는 SK디앤디의 증권신고서 내용을 참고해 볼 수 있겠네요.

SK디앤디는 분할 목적의 하나로 “분할되는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 중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문(단, 제주 위미 태양광 발전사업, 이천 연료전지 발전사업은 제외)을 분리해 이종 사업의 혼재로 인한 가치 절하를 해소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가속함으로써 투자자가 선호하는 사업구조로 재편하겠다”고 설명합니다.

다른 목적으로는 “분할 신설회사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개발, EPC, 운영, 전력 거래 사업을 아우르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 성장하고, 분할되는 (존속) 회사는 부동산 공간의 개발, 운용, 운영뿐만 아니라 IT와 DT를 활용해 고객의 더 나은 도시 생활에 필요한 각종 생활 서비스를 제공(플랫폼사업자)하는 선진형 종합 개발자가 되고자 한다”고 덧붙입니다.

또 각 사업부문 특성에 맞는 전문 의사결정이 가능한 지배구조 체제를 확립해 시장 환경과 제도 변화에 신속 대응하게 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문 사업 영역에 기업 역량을 집중해 경영위험 분산을 추구하겠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 기업가치,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입니다.

요약하면 기업 업종을 전문화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을 성장시키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얘기입니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는 이 밖에도 기업분할이 특정 사업부문 매각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도 짚어 줬습니다. 다양한 사업부문 중 비핵심 사업 또는 실적이 저조한 사업을 떼어 내고 매각하면 현금 유입을 통해 재무 상태를 개선하거나 핵심 사업에 경영 자원을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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