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전기차 시장 주춤 …전화위복 기회 삼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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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입력 2023-1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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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최근 국내외로 전기차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는 대한민국 주력산업이자 효자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미래 전략에 있어 중요한 분야다. 미래 친환경 자동차의 대세로 자리매김한 전기차를 둘러싼 논란이 환경 및 기술 관점에서 자원 무기화 등 지정학적 관점으로 확대되고 있는 조짐이다.
 
먼저 환경 관점에서 미국에서는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만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 기후변화 정책의 과거 회귀로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및 배터리 정책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작년 10월 합의된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 관련 법안이 올해 3월 EU이사회와 유럽의회의 최종 승인 과정에서 독일, 이탈리아 등의 반대로 암초에 걸리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결국 난항 끝에 그린 수소와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만든 이퓨얼(E-Fuel)이라 불리는 합성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는 예외로 인정하는 조건으로 승인이 이루어져 친환경차의 또 다른 옵션이 생기게 되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그린 수소와 공기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로 생산한 합성연료는 사실상 탄소 순배출을 늘리지 않는 탄소중립 연료라는 논리가 인정된 것이다. 즉, 아직은 경제성이 많이 부족한 합성연료가 대량생산과 기술혁신으로 가격 경쟁력이 확보될 경우 내연기관차의 부활로 이어지며 전기차 대세론이 무너질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중국은 자동차 산업 후발주자로서 전기차 전환을 주도해온 나라이나 친환경차 전략에서 전기차에 올인하지 않고 모터와 내연기관 엔진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차를 혼용하는 실용적 정책을 취하고 있다. 2035년 중국 자동차 판매를 4000만대로 전망하며 2000만대는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 나머지 2000만대는 하이브리드차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기술이 미국과 중국 간 기술패권 전쟁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소프트웨어, 배터리 등 미래차 관련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자, 중국은 전기차 모터용 영구자석의 핵심 소재인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등 희토류 금속, 배터리의 양극재‧음극재 핵심 소재인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등의 수출을 통제하는 자원 무기화 정책으로 맞서고 있다. 이러한 전기차의 모터 및 배터리 핵심 소재를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절체절명의 큰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세계적으로 급성장해온 전기차 판매가 여러 이유로 최근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내년 전망도 그리 밝지 않은 것도 큰 부담이다. 그간 친환경과 신기술에 열광적인 소비자들 중심으로 급신장하던 전기차 판매가 다음 소비자층으로 확대되는 속도가 더딘데다 역시 전기차 판매를 견인해온 각국의 보조금 지급이 향후 경제 침체의 여파로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세계 각국이 전기차 확산에 필수적인 충전 인프라 확충에 대한 투자가 충분하지 않음에 따라 충전기 확보, 충전 시간, 주행거리 불안(Range Anxiety), 동절기 주행거리 감소 등 문제도 전기차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전기차를 둘러싼 논란과 해법은 전기차 산업은 물론 관련 분야 전반에 대한 매우 복합적이고 전문적인 이해와 판단을 필요로 한다. 전기차와 배터리는 최근 확정된 우리나라 12대 국가전략기술에도 포함되어 우리나라의 미래 명운이 달려있는 산업이다. 생산, 수출, 고용, 세수 면에서 우리 경제의 주력산업으로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자동차‧모빌리티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 현명한 전기차 전략 및 정책 수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기차 전략 및 정책에 있어 중요한 방향을 정리해 보면 먼저 친환경 자동차 및 모빌리티 대안으로 전기차와 함께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 이퓨얼(수소합성연료) 기반 내연기관차 등 다양한 친환경 자동차가 분야별로 장단점을 살려 ‘공존’할 것이라는 가설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변화무쌍한 기술혁신, 자원 및 정부 정책 등 지정학적 요소까지 감안할 때 전기차에 올인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예측불허의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맞게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이 중요할 것이다. 더욱이 친환경차의 정의가 중요한데, EU와 일본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는 LCA(전과정 평가) 관점의 친환경차 정의도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친환경의 기준은 이산화탄소 배출로 현재의 기준인 자동차 운행 중 이산화탄소 배출만이 아니라 자동차의 원소재 획득, 소재‧부품‧완성차 생산, 사용‧운행, 폐기, 재활용 등 생애주기 전체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대상으로 평가하자는 것이 LCA의 요체이다. 전기차의 경우 운행 중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어 친환경차로 인식되고 있으나, 전기 발전이 우리나라처럼 재생에너지가 아닌 석유‧석탄‧가스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클 경우 친환경차가 될 수 없다. 또한 배터리가 소재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상당한 것을 감안하면 친환경차라 하기에 무리가 있다. IEA(세계에너지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LCA 기준을 적용할 때 하이브리드차의 총배출량은 배터리 용량이 작은 단거리 전기차보다는 다소 많지만 배터리 용량이 큰 장거리 전기차보다는 적다는 충격적 분석을 제시한 바 있다. 아직 LCA 전면 적용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나 향후 연구 결과에 따른 LCA 관련 정책의 동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현대기아차는 과감한 전기차 전략으로 기업 이미지 및 시장 점유율 제고에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그렇다고 전기차에 올인하기보다 앞서 설명한 대로 시장 및 기술, 지정학적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시급해 보인다. 최근 전기차가 다소 주춤하면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플러그인을 포함한 하이브리드차 라인업 준비가 도요타 등 타사 대비 미흡하여 성장 모멘텀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건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향후 친환경차의 핵심 키워드인 ‘다양성과 공존’에 주목하여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는 유연한 전략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하이브리드차, 이퓨얼 기반 내연기관차 등 다양한 친환경차 옵션을 모두 구사할 수 있는 차별화된 장점을 살려 나가면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자동차 산업이 미·중 기술패권 전쟁의 주요 격전지임을 감안하여 전기차 내지 친환경차 전략은 물론 자율주행차 전략도 시장, 기술, 자원, 정책 등 측면에서 지정학적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오늘 중국이 모터나 배터리의 핵심 소재의 수출을 막으면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라인은 재고 소진 후 바로 올 스톱이다.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주장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시간, 기술, 자본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희토류 금속이 사용되지 않도록 영구자석을 쓰지 않는 전기차용 모터 개발,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배터리 개발 등 R&D 투자를 통한 근본적 해법 모색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과 중국 어느 한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모두 필수적으로 필요로 하는 기술 혁신을 만들어 국익에 따라 실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지혜가 절실하다.
 
친환경차 전략은 그 범위가 자동차 산업은 물론 에너지, 환경, 반도체, ICT 등 광범위한 유관 산업 전반을 망라하고 있어 민간과 정부가 원팀으로 함께 전략 및 정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 위기가 기회다.



<키워드>
전기차, 배터리는 국가전략기술로 현재 및 미래 먹거리
친환경차의 ‘다양성과 공존’ 추세 대응 시급
전기차 외에 하이브리드차 급부상
현대기아차, 전기차 전략 성공에의 안주 탈피 필요
자동차 산업은 미중 패권전쟁의 격전지
시장, 기술, 자원, 정책 등 지정학적 동향 대응 필요
친환경차는 종합 산업, 민간‧정부 원팀 대응 필요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전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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