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기후는, AI는" 만물박사 자처…韓銀의 유쾌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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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3-12-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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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 "인구감소, 韓 경제 성장에 악영향" 연구결과 보고서 잇따라 발표

  • "저성장 탈피 위해선 기후 리스크·수도권 집중 해소 필요" 쓴소리 지속

  • 팬데믹 기점 한은 '싱크탱크' 역할 강화…이창용 "시끄러운 한은 긍정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의 광폭 행보가 눈길을 끈다. 통화정책 수립·집행과 거시경제 지표 관리 등 본연의 업무 외에 저출산과 기후변화, 인공지능(AI) 도입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이다.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가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리스크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일환이다. 한은이 범국가적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평소 소신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25일 한은에 따르면 조태형 한은 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우리나라가 낮은 생산성과 인구 감소를 극복하지 못하면 2040년대부터 역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조 부원장은 "인구가 감소하고 평균 근로시간이 축소되는 데다 자본투입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생산성에 따라 경제 성장 둔화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며 "현재의 인구 감소세가 지속된다면 미래에는 어떤 산업을 국내에 남기고 (어떤 산업은) 해외로 보낼지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올 들어서만 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수차례 발표했다. 이달 초에도 '극단적 인구 구조'에 대한 심층 보고서를 통해 저출산·고령화가 성장 둔화는 물론 가계소득 불평등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교육 수준 등 소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초기 조건의 효과는 연령 증가에 따라 누적되는 경향이 있다. 고령층 인구 비중이 확대될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분석 결과 출생연도 집단 내 가구 간 불평등도가 상승하는 연령 효과(age effect)가 40세 중반부터 나타나 50대 후반 이후 급상승했다"고 밝혔다. 

한은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분야는 비단 인구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수도권 집중화, 기후변화, AI 등 다양한 변수가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파급 효과를 낼 지 다각도로 분석 중이다. 연평균 기온 상승과 홍수 등의 기후변화 리스크가 지역 경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대표적이다.

연간 총 강수량이 1m 상승하면 국내 각 지역이 창출하는 부가가치(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가 2.54% 감소한다는 게 한은의 주장이다. 업종별로는 실외 생산활동이 많은 건설과 부동산업, 지역별로는 제주와 경상남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했다. 김포의 서울 편입 등 '메가 서울' 관련 갑론을박이 한창이던 지난달에는 지역 경제 위기 해소를 위한 '광역거점도시' 중심의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놔 주목 받기도 했다. 

이는 '중립'을 강조하며 최대한 논란을 피해 가려던 과거 행보와 사뭇 다르다. 정부 정책과 관련해 지나치게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한다는 비판까지 받을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한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근거로 연구 결과를 외부에 적극 공유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다양한 리스크가 중첩적으로 작용하는 복합 위기 시대가 도래한 상황에서 한은의 변화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창용 총재도 한은을 국가 최고 싱크탱크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이 총재는 지난해 취임사에 이어 올해 7월 창립 기념사에서도 "시끄러운 한은을 향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다만 한은이 전방위로 보폭을 넓히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 경제 컨트롤 타워로 불리는 기획재정부, 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그렇다. 한 유관기관 관계자는 "한은이 정부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할수록 정책을 직접 수립하거나 정책적 근거를 마련하는 기관과 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며 "기존에 싱크탱크를 자처하던 기관들도 입지가 좁아질까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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