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문 계기로 중국과 경제 협력 입맛 다시는 베트남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전형준 기자
입력 2024-01-03 17:1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시진핑 주석과 응우옌 푸 쫑 서기장 사진베트남통신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당서기장 [사진=베트남통신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인프라 분야를 중심으로 한 경제 협력 기대에 입맛을 다시는 모습이다.
 

베트남·중국 관계 역사적 발자취

시 주석은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지난달 12~13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다. 시 주석이 국가원수 자격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이번 방문은 지난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한 지 3개월 만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외신들은 미·중 경쟁 속에 지정학적 요충지에 자리잡은 베트남을 향한 미국과 중국의 구애가 날로 높아진 것을 집중 조명했다.

시 주석은 응우옌 푸 쫑 베트남 당 서기장과 만나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수립 15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가 '우호적 이웃, 포괄적 협력'이라는 기치하에 ‘장기적 안정, 미래 지향'과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좋은 동지, 좋은 파트너' 정신을 바탕으로 전 분야에서 긍정적이고 포괄적인 진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베트남·중국 관계는 최근 몇 년간, 특히 2022년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의 중국 방문 이후 비교적 순탄한 흐름을 보여왔다. 작년 초 이후 고위 지도자들의 방문이 활발히 이루어졌으며 △보 반 트엉 주석의 제1차 '일대일로' 국제 협력 정상회담 참석(10월 17~20일, 북경) △팜 민 찐 총리 제14차 세계경제포럼 참석(6월 25~28일, 톈진) △팜 민 찐 총리 제20회 중국-아세안 엑스포(CAEXPO) 참석(9월 16~19일, 광시) 등이 이루어졌다. 

현재 베트남은 아세안에서 중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다. 베트남에 있어 중국은 미국, 일본, 한국에 이어 제 4위의 무역국이다. 양자 무역액은 2008년 200억 달러에서 2022 년 약 1800억 달러로 9배 증가했다. 15년 동안 중국의 대 베트남 투자는 2008년 20억 달러 수준에서 오늘날 250억 달러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2023년 기준, 중국은 베트남 투자 국가들 중 4위로 올라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사진베트남통신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 [사진=베트남통신사]


물론 베트남·중국 관계가 항상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멀리는 1979년에 전쟁을 치른 바 있고, 2010년대 이후부터는 남중국해(베트남 명칭 동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 외교부는 최근에도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모든 영유권 주장에 대해 여러 차례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작년 베트남 외교부는 △베트남 쯔엉사 군도(
중국어 명칭 난사군도, 영어 명칭 스프래틀리 군도) 바빈(Ba Binh)섬 주변 해역에서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는 대만의 행위 △중국이 호앙사 군도(중국어 명칭 시사군도, 영어 명칭 파라셀 군도) 및 푸럼(Phu Lam)섬에 훠궈 식당을 여는 것 △베트남 호앙사 군도와 쯔엉사 군도가 포함된 이른바 '2023년 표준지도'를 발행한 중국 천연자원부 등에 항의했다.

베트남 외교부는 국제법에 따라
베트남이 호앙사 군도에 대한 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완전한 법적 근거와 역사적 증거를 가지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1982년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라 베트남은 해상에서 정상적으로 조업하는 베트남 어선에 대해 국제법에 반해 무력을 사용하여 어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재산과 이익에 피해를 주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은 이번 베트남 방문에서 양국이 관련 당사자들과 협력하여 국제법 규정에 따라 이견을 통제하고 조율함으로써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데 일차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협상을 유지하고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시진핑 주석과 팜 민 찐 총리 사진베트남통신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사진=베트남통신사]

 

경제 협력 기대 

시 주석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많은 문제들에 대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공동성명은 △전통 우호관계 증진 △새로운 시기 베트남·중국 관계 강화 △지역과 세계의 평화 중요한 기여 등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양측은 △당 채널 협력 △국방 안보 △기관 및 지역 간 협력 △사법 △연계 발전 전략 △투자, 무역 △디지털 경제 △녹색 개발 △농산물 수출입 △해양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각 기관과 단체, 지역 간 36건의 협력협정을 체결했다.

그중에서도 베트남이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경제 분야의 협력이다. 특히 최근 중국 기업들의 대 베트남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 간 경제 협력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중국업체들은 시 주석의 방문 이전에도 베트남 북부 지방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렸다. 예를 들어, 중국 최대 스마트폰 조립업체인 윙텍(Wingtech)은 푸토성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고어텍(Goertek)은 최근 자본금 2억8000만 달러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박닌성에서 운영 프로젝트를 확장했다. 

무엇보다 베트남은 인프라 투자 및 협력 확대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베트남은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를 뒷받침할 인프라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유솝 이삭(Yusof Ishak) 연구소의 객원 연구원 응우옌 칵 장(Nguyen Khac Giang) 박사는 양국의 주요 우선 순위 중 하나가 경제 협력과 개발, 특히 상호 연결된 인프라와 에너지 및 디지털 경제 개발 분야라고 말했다. 

인프라 투자는 양국에 실질적으로 많은 기회를 열어주는 분야이다. 최근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중장기적 측면에서 베트남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인프라, 특히 운송·물류 및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 부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자본과 기술 모두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장 박사에 따르면, 베트남과 중국은 이전에 인프라 부문 투자 자본에 대한 일부 의견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양국 간 투자협력에 긍정적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열린 '일대일로' 고위급 포럼에서 베트남은 자본과 기술이 필요한 분야를 명확히 밝혔다.

중국도 투자 관점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대신 자본 회수율이 높은 소규모 프로젝트로 전환하고 있다.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양국 지도자들은 베트남과 중국 기업들에 도로 인프라, 교량, 철도, 청정 에너지, 통신, 물류 등 분야에서 협력을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양국은 우선 베트남~중국 국경을 가로지르는 철도 연결을 추진하면서 라오까이~하노이~하이퐁 철도 건설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동당~하노이, 몽까이~하롱~하이퐁 노선은 적절한 시기에 운행될 계획이며, 국경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베트남 외국인투자기업협회(VAFIE) 회장인 응우옌 마이(Nguyen Mai) 교수는 양국 간 관계가 점점 더 가까워짐에 따라 2024~2025년 중국의 FDI 투자가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 교수는 중국이 매년 수천억 달러를 해외에 투자하지만 베트남에 대한 FDI 자본의 양은 여전히 ​​미미하다고 말했다. 교수는 이제 양측 기업은 예전처럼 섬유, 의류, 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 대신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할 준비가 되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자본이 베트남에 들어올 경우, 다른 일대일로 참여 국가들과 같이 과도한 부채 등과 같은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베트남은 다른 국가들의 예를 참고해 이에 대비하고 있고, 또한 베트남에 진출하는 중국 기업들 역시 경제적 목적이 크기 때문에 부작용은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 베트남 외교부 중국·동북아부 부장인 응우옌 빈 꽝씨는 베트남은 중국 자본을 어떻게 활용할지 계산할 만큼 똑똑하다며, 베트남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중국과 사업을 진행한 국가의 경험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앞으로 인프라 자본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중국의 대베트남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마이 교수 역시 중국 투자 자본에 대한 몇 가지 부정적인 질문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중국 기업들이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법을 회피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베트남에 오는 중국 기업의 대다수는 장기적인 투자와 사업 기회를 찾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경제 교류 확대 전망 

따라서 시 주석 방문 이후 앞으로 베트남과 중국 간 경제 교류가 전체적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베트남의 대중국 무역 적자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기업들은 중국의 14억 인구 시장에 대한 접근 통로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앙팟(Hoang Phat) 과일 회사 응우옌 꾸옥 후이(Nguyen Quoc Huy) 사장은 EU, 싱가포르, 일본, 한국 등의 시장에 일년 내내 수출되는 상품의 양이 중국에 수출되는 물량의 이틀치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베트남 위생식물검역공지청(SPS) 응오 쑤언 남(Ngo Xuan Nam) 부청장은 중국은 인구가 많고 농산물 및 식품, 특히 열대 과일과 채소에 대한 수요가 많은 대규모 시장이라고 말했다. SPS 데이터에 따르면 베트남의 대중국 농림수산물 수출액은 2015년 80억 달러였던 것이 2022년 140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2023년 첫 8개월 동안 농림수산물 수출입액은 93억 달러 이상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중국은 중요한 소비시장일 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생산과 수출을 위한 상품 및 중간재 공급처이기도 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양국 간 협력 강화가 베트남뿐만 아니라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말한다. 

응우옌 칵 장 박사는 베트남의 제조업이 중국과 큰 연관성을 갖고 있다며, 중국과의 강력한 연결 없이는 베트남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성장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중국에 있어서도 베트남은 여러모로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웃국이다. 응우옌 빈 꽝 전 외교부 중국·동북아부장은 베트남은 독특한 지리적 위치를 가지고 있으며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을 연결하고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있어 중요한 교량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아세안에서 EU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두 번째 국가이기도 하다. 또한 중국이 가입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CPTPP 협정 회원국이다. 지난해 9월 베트남과 미국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외교 관계를 격상했다. 따라서 베트남은 가까운 미래에 계속되는 초강대국 경쟁의 맥락에서 중국이 다른 나라에 접근할 수 있는 관문과도 같다.

응우옌 민 부(Nguyen Minh Vu) 베트남 외교부 차관은 전체적으로 시 주석의 베트남 방문은 앞으로 양국 간 경제 및 무역 협력의 수준을 한층 향상시키고,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협력을 실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진핑 주석과 브엉 딘 후에 국회의장 사진베트남통신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브엉 딘 후에 베트남 국회의장 [사진=베트남통신사]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