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규제 외치다 돌연 법적규제 추진…걱정 태산인 플랫폼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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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훈 기자
입력 2023-12-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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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온플법' 국무회의 상정 예정

  • 대형 플랫폼 집중규제…EU DMA 흡사

  • "EU 규제 그대로 가져오면 부작용 커"

2023 플랫폼 자율기구 자율규제방안 발표회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부터 일곱번째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왼쪽부터 여덟번째 이 1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2023 플랫폼 자율기구 자율규제방안 발표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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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부터 일곱번째)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여덟번째)이 지난 5월 1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2023 플랫폼 자율기구 자율규제방안 발표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19일 국무회의에 가칭 '플랫폼 경쟁촉진법' 안건 상정을 검토한다. 사실상 대표적인 플랫폼 규제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재추진하는 움직임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공정위는 아직 국무회의 논의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플랫폼 등 정보기술(IT) 업계는 디지털 경제 전반을 옭아매는 규제가 될 수 있다며 극도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국내외 대형 플랫폼들을 사전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을 국무회의에서 관계 부처들과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주 기획재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부처에 내용 검토도 요청했다.

이 법은 지난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과 흡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법안은 직전 3개 사업연도 기준으로 매출액 혹은 이용자 수가 일정 수준 이상인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공정위에 신고하고, 시장지배적 지위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이면 서비스 제공 사업자를 '시장지배적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해 규제하는 것이 골자다.

규제 대상은 연평균 매출액 3조원 이상, 월평균 플랫폼 이용자 수 1000만명 이상 또는 이용사업자 5만개 이상인 곳이다. 기준으로 보면 국내는 네이버·카카오·쿠팡이, 해외 기업 중에는 구글·메타 등이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으로 해당 사업자의 △자사 우대(자사 상품·서비스 등을 플랫폼 내에서 우선순위에 두는 행위) △끼워팔기와 멀티호밍(플랫폼 이용자가 타 플랫폼을 활용하는 행위) 제한 △최혜 대우 요구(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타사 플랫폼보다 유리한 거래조건을 요구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이들 금지 행위는 지난해 공정위가 시행한 심사지침에도 열거됐다. 만일 시장지배적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금지 행위를 위반한 것이 명백하고, 이용자에게 손해 확산이 우려될 경우 공정위가 직접 서비스 임시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연 매출 기준 최대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일정 기준을 사전에 정하고, 그 기준을 넘어서는 플랫폼에 규제를 집중한다는 점에서 유럽연합(EU)이 지난 5월부터 시행한 '디지털시장법(DMA)'와 유사하다는 평가다. DMA는 연 매출 75억 유로(약 10조6000억원)·시가총액 750억 유로(약 106조원)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플랫폼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이들의 자사 우대·최혜 대우 요구 등을 금지한다. 규제를 어기면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플랫폼 경쟁촉진법이 통과된다면 사실상 DMA가 한국으로 수입되는 셈이다. 

공정위 움직임에 업계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현재 국회에 이와 유사한 내용의 온플법 법안들이 10여개 논의되고 있지만, 모두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부처 간 규제 범위 등에 대한 이해관계가 달라 논의가 필요한 데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법적 규제 대신 자율규제 기조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네이버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율규제 위원회를 발족했고, 카카오는 기술윤리 거버넌스 체계를 고도화하는 등 자율규제 방향성에 화답했다.

내년 5월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 현재 국회에 계류된 온플법 관련 법안들도 자동으로 폐기된다. 이번 움직임은 공정위 주도로 플랫폼 사전 규제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빠른 시일 내에 논의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국무회의에 해당 법을 안건으로 상정할지 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공정위는 또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플랫폼 경쟁촉진법은 대규모 플랫폼의 독점력 남용행위를 규율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된 플랫폼 갑을관계 중심의 온플법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벤처기업협회·한국인터넷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이 속한 디지털경제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자칫 플랫폼 경쟁촉진법이 디지털 경제를 초토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특정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지배력을 남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별도 사전 규제를 도입하는 건 윤석열 정부의 당초 공약(자율규제)과 반대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토종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을 원천 봉쇄한다는 점, 향후 기업 투자 동력을 상실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사진아주경제DB
네이버와 카카오는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 시 최우선으로 규제 대상이 될 전망이다. 왼쪽부터 네이버 로고, 카카오 로고 [사진=아주경제 DB]

IT업계와 학계 등에서는 그간 EU DMA와 같은 플랫폼 사전 규제 모델을 한국에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을 꾸준히 내왔다. EU는 구글·애플·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플랫폼 시장을 장악해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부족한 반면, 우리나라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플랫폼 서비스들이 국내외에서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여기에 DMA는 자체 플랫폼 육성을 위해 미국 기업을 집중적으로 규제하는 성격이 강하다. 한국에서 유사한 법이 실시될 경우 1차적인 적용 대상은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대형 자국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에서 규정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요건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계류 법안들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매출액이 3조원 이상이며, 직전 3개 연도 월평균 이용자 1000만명 이상 또는 이용사업자 수 월평균 5만개 이상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체들이 대상인데 공정위가 추진하는 법안은 두 요건 중 하나만 해당해도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많은 이용자가 쓰는 플랫폼을 운영하지만 매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일부 스타트업까지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다는 점에서 업계 우려는 더욱 크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다른 정부 부처와 의견 조율이 제대로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규제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섣부른 규제로 국내뿐 아니라 미국 기업들도 영향을 받게 돼, 결국 통상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실제 앞서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CSIS)와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등은 우리나라의 플랫폼 사전규제 움직임을 우려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0615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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