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시인으로 데뷔한 개그맨 양세형이 멋진 마흔살이 되기 위한 버킷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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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3-12-11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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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양세형은 까불거리는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이 남겨있다. 그런 그에게도 진지한 면이 있다. 지난 2018년 SBS 예능 ‘집사부일체’를 통해서 직접 쓴 시 ‘별의 길’을 낭독하면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최근 88편의 시를 모아서 ‘별의 길’이라는 시집을 출간했다. 마흔살이 되기 전 목표로 삼았던 것을 이룬 것이다. 멋진 마흔살이 되기 위해 여러 도전들을 하고 있는 양세형과 이야기를 나눴다.
 
시인 양세형 사진 김호이 기자
시인 양세형 [사진= 김호이 기자]


시집 ‘별의 길’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뭔가
-시를 잘 쓴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단순히 혼자만의 놀이였다. 주변 사람들한테 짧은 글을 선물해줬는데 모두가 좋아해줬다. SBS 예능 ‘집사부일체’ 방송에서 ‘별의 길’이라는 시를 썼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고 시를 선물해달라는 요청도 많아졌다. 그래서 시집을 출간하게 됐다. 3년 전에 ‘멋진 마흔살 되기’라는 목표를 세웠는데 그 중에 시집 출간하기가 있었다. 

언제부터 시를 썼고 행복한 놀이가 됐나
-까불거리긴 하지만 내면에는 감성적인 면도 있다. 어렸을 때 시골에 살아서 놀거리가 없었다. 새로운 걸 보면서 그것에 대해 이해하려고 글을 쓰다 보니까 이해하지 못했던 장면들을 시를 통해서 더욱 자세하게 알게됐다. 

어렸을 때 백일장의 경험이 있나
-때부터 시를 쓰는 걸 좋아했는데 집에 불이나면서 모두 타버렸다. 그 이후에는 공책이 아니라 신문지나 도배지 같은 곳에 썼다. 학창시절에 시 쓰기 대회가 있었는데 어디서 베낀 게 아니냐며 선생님에게 혼난 기억이 있다. 

시집에 88편의 글이 있는데 남다른 이유가 있다고 들었다
-수능 때 400점 만점 88점을 받았는데 그런 의미에서 88편을 넣게 됐다. 제가 아는 말 중에 제일 똑똑한 말들을 담아냈다. 마음이 순수한 면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어렸을 때 배웠던 단어들이 제일 예쁜 것 같다. 어른이 되면 될수록 배우는 단어 중에 어려운 것들이 많은 것 같아서 내 시집에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버지에 대한 시가 많다
-어렸을 때부터 고집도 많았다. 그렇지만 유일하게 저희 아버지의 말은 들었다. 신기하게도 아버지가 주신 선물인 것처럼 의도치 않게 이번 책을 출간한 날이 아버지의 생신이신 12월4일인 게 너무 신기했다.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께 시집을 드린다면 뭐라고 하면서 드릴 것 같나
-다른 얘기는 안하고 “이거 13800원인데 아버지한테는 10000원에 드릴게요”라고 가볍게 얘기할 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는 시를 잘 쓴다는 말보다 본인 옆에 시집을 두실 것 같다. 

개그에서도 아이디어가 중요하고 시를 쓸 때도 소재가 중요하다. 개그맨의 경험이 시를 쓰는데 있어서 어떤 도움이 됐나
-개그 아이디어 짜듯이 소재들을 가지고 있다가 필요할 때 풀어가듯 시를 쓴다. 개그에서는 웃기는 것만 해야 된다면 시는 웃긴 것뿐만 아니라 슬프고 감동적인 감정도 넣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 
 
책에 박진성 조각가 작품 사진도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박진성 조각가의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에 박진성 조각가님의 조각상을 이연실 편집자님께 사진으로 받았을 때 괴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거울을 봤는데 조각과 내 얼굴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조각가님의 작품을 보면 누군가는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구나 어렸을 때 친구들과 뛰어놀고 하다가 어느순간 나도 모르게 흰머리도 나고 사회에도 돈도 벌어야 하기도 하는 상황에 놓인다.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모든 어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집 인세 기부를 결심한 계기가 뭔가
-집사부일체를 했을 때 등대장학회를 알게 됐다. 당시에는 등대장학회가 정식으로 설립이 되지 않아서 못하다가 최근에 정식으로 설립이 됐다고 해서 인세수익금을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
 
책을 한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 선물할건가
-받자마자 제 자신에게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아버지에게 드렸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해서 가장 고생한 나 자신에게 사인을 해서 책장에 넣어놨다. 

마음에 드는 시 한편이 있나
-'고개 들어 하늘들어’라는 시다.
 
독자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누군가가 짧은 글을 썼을 때 비꼬듯이 ‘시인 납셨네’라고 말한다. 이로 인해 짧은 글을 쓰는 걸 기피하는 것 같다. 옛날부터 시는 재밌는 놀이로 알고 있다. 제 이야기를 들으시는 분들부터라도 누군가가 SNS에 글을 썼을 때 닭살 돋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응원을 해주고 자신도 좋은 글을 써봤으면 좋겠다. 서점에서 제일 팔리지 않는 코너인 시 코너에서 시를 읽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 
 
시집을 출간한다고 했을 때 주변 동료들의 반응은 어땠나. 최근 SNS를 하지 않아서 책 출간에 대한 소식을 모르는 팬들과 동료들도 많을 것 같다
-주변 분들은 제가 시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어서 응원을 많이 해줬다. SNS 계정을 닫은 건 아니지만 홍보 때문에 SNS를 하는 게 반칙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게도 방송국 쪽에서 섭외 연락이 많이 오고 있어서 방송을 통해서 홍보가 많이 될 것 같다. 저의 진심을 알아주시는 분들이라면 호기심을 가지고 봐주실 거라는 생각이 든다.
 
동생 양세찬의 반응은 어땠나
-동생도 출간 당일에 책을 받았는데 아직 소감은 못 들었지만 아마 아버지에 대한 글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시를 읽고 쓰는 게 연예인으로서 마음이 복잡할 때 어떤 도움이 되나
-위로를 받았던 건 행복한 감정보다는 슬픈 감정이다.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었을 때 안 좋은 생각을 하면서 쓴 글들이 있다. 그런 글들을 쓰면 마음이 풀린다. 그런 글들을 썼을 때는 술을 마시고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음날 일어났을 때 그 글을 보면 자신을 인정하면서 풀리는 경우가 많았다. 
 
양세형이 전하는 메세지 사진 김호이 기자
양세형이 전하는 메세지 [사진= 김호이 기자]

시를 쓰는데 얼마나 걸렸나. 어렸을 때 썼던 시들도 담겼나
-어렸을 때 썼던 시는 담긴 게 없다. 당시에는 시집을 출간할 줄 몰라서 다 버렸다. 시집에 수록된 시는 최근에 쓴 시들이다. 

시인으로서 어떤 모습으로 기억됐으면 하나
-모습과 시집을 냈을 때의 모습이 다른 점은 없다. 여러 가지 측면의 모습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멋진 마흔이 되기 위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것들이 있나
- 예전에는 서른이 되면 아저씨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40살이 됐을 때 내 자신이 비굴한 느낌이 들지 않기 위해서 자격증도 따고 체력도 기르기 위해서 오래달리기도 하고 있다. 새로운 목표들도 세우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를 읽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처음부터 글자를 좋아한 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글을 보면 잠이 든다는 걸 알게 되면서 불면증이 심할 때 글을 보게 됐다. 커피 두잔 값을 내면 다른 사람들이 느꼈던 소중한 감정들을 배울 수 있는 것과 같다. 내가 잘살고 있거나 못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도 시집을 보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양세형과 김호이 기자와 함께사진 김호이 기자
양세형과 김호이 기자와 함께[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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