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대기업 이길 중고차 업계 묘책은 '투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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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입력 2023-1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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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 A씨는 한 중고차업체에서 중형 세단을 구매했다. 자동차성능·상태 점검 기록부에는 자기진단, 원동기, 변속기, 동력전달, 조향, 제동, 전기 등 모든 주요장치의 상태가 양호 또는 문제 없음으로 돼 있어 A씨는 이를 믿고 첫 차를 구매했다. 

차 구매 며칠 만에 후측방 경보시스템이 고장난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차량 점검차 서비스센터로 이동하던 중 차량이 멈추는 사고를 당했다. 계기판에 경고등이 뜨고 브레이크와 페달 작동도 먹통이었다. 서비스센터에 도착한 A씨는 10여 가지 부품,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부품이 없어 수리가 어렵게 되자 A씨는 중고차업체가 연계해준 다른 센터로 이동했다. 이곳 역시 부품 재고가 없다는 이유로 수리를 하지 못했다. 

A씨를 더 황당하게 한 것은 중고차업체가 해당 센터에 차량 계기판 오작동 내용을 시스템상에서 지워달라고 요청했다는 점이다. A씨는 차를 구매한 지 1주일도 안돼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차를 사용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이어지면서 기존 중고차업체의 투명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여전히 기록부상에는 멀쩡한 것으로 나타난 차량이 새로운 사고·수리사실이 종종 발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고차를 판매한 딜러와 구매자 간 시비도 적지 않다.

중고차 거래의 기본이 되는 이 기록부에는 원동기·변속기·조향장치·제동장치 등 부위별로 사고 유무와 상태가 나타나 있다. 사고부위는 X(교환), W(판금) 여부가 표시돼 있다. 차의 호적부인 셈이다. 

딜러는 경매나 공매로 중고차를 구입한다. 이 차를 판매하려면 지정 정비업체나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 한국자동차기술인협회 등 3개 기관에서 21개 항목 점검을 받고 성능·상태 점검기록부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 기록부를 바탕으로 딜러는 가격을 정해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소비자는 기록부상의 내용을 믿고 차값을 지불한다. 일반 소비자는 물론 차를 모르는 소비자들은 특히나 성능점검기록부만 의지해 차량 상태를 예측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짧은 시간의 성능 점검 때문인지 성능에 문제가 있는 중고차가 점검 결과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거나 사고유무도 파악되지 않은 채 기록부가 발급되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허위매물 판매 딜러를 대상으로 환불을 요구하는 유튜버가 주목받고 있다.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유튜버가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법의 보호가 어려운 피해자들이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소비자고발센터에 따르면 올 1월부터 9월까지 접수된 중고차 관련 소비자 불만 200여건 중 품질 관련 불만이 31.7%로 비중이 가장 컸고 성능·상태점검기록부와 상이한 매물 상태에 대한 불만도 18%에 달했다.

현행법상 정비업자가 아닌 성능점검만 하는 사람은 처벌할 규정이 없다. 또 성능점검기록부를 허위 작성해도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만 있어 부실 점검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정 노력이 없다면 시장은 다람쥐 챗바퀴 돌듯 늘 제자리걸음 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투명성을 앞세운 대기업에 점유율을 뺏기는 것도 시간문제다. 국내 완성차업계가 인증 중고차 사업에 모두 뛰어들면 신뢰도가 높은 대기업 쪽으로 시장 확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기존 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묘책은 투명성이다. 그동안 쌓아온 전국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차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한다면 대기업과의 대결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능·상태를 점검하는 업체에 대한 정기적 실태조사를 강화하고 자격박탈 같은 강력한 조치도 요구된다. 사업자도 성능 점검자만 믿지 말고 스스로 종사원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자체 점검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권가림 산업부 기자
권가림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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