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체감경기 꽁꽁] 美 넘어선 물가, 업계 '꼼수' 인상까지…소비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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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서 기자
입력 2023-11-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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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물가상승률 韓 3.8%·美 3.2%…6년여 만에 역전

  • IMF, 올해·내년 물가 상향 조정 "고금리 유지해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 방문해 주요 품목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이마트 용산점을 방문해 주요 품목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말께 안정될 것으로 여겨졌던 물가가 석 달 연속 상승 폭을 키우며 6년여 만에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추월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등 고물가 고통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전망이다.

여기에 제품 가격은 유지하되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서비스 질을 떨어뜨려 비용 부담을 보전하는 '스킴플레이션' 등 각 업계가 온갖 꼼수까지 동원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올랐다. 이는 지난 3월(4.2%)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8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10월 물가 안정론'을 펼쳤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초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주 요인인 서비스 가격 둔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3%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며 "계절적 요인이 완화되는 10월부터는 다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관측은 어긋났다.

이런 탓에 한·미 간 물가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는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 올랐다고 밝혔다. 전월 대비 0.5%포인트 둔화한 수치다.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이 미국을 넘어선 건 2017년 8월 이후 6년 2개월 만이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IMF는 '2023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을 3.6%로 전망했다. 지난 10월보다 0.2% 상향 조정했다.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2.3%에서 2.4%로 0.1%포인트 올렸다.

IMF는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현 고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섣부른 통화정책 완화는 지양해야 할 것"이라며 "최근 반등을 보인 인플레이션은 내년 말 당국 목표인 2%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정부 경고에도 양 줄이고 질 낮추는 '꼼수 인상' 여전

이런 가운데 업계는 꼼수에 가까운 가격 인상을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7일 김병환 기재부 1차관 주재로 회의를 열고 최근 물가 상황을 살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제품 가격은 유지하면서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김 차관은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 신뢰를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정부도 이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 한국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주요 생필품에 대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소비자 알 권리를 제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도 지난 14일 "물량을 줄이는 가격 인상 등이 나타나고 있는데 정직한 경영이 아니다"라고 경고했고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사전에 공지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슬그머니 표기를 바꾸면 (소비자 정서로 볼 때) 꼼수가 아닌가 싶다"고 쓴소리를 냈다.

슈링크플레이션에 이어 가격을 내리는 대신 재료와 서비스 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도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키오스크나 셀프 계산대를 도입하는 추세가 대표적인 스킴플레이션 사례다.

기업 경영 현장에서도 쉽게 목격된다. 롯데칠성음료는 오렌지 주스 원액 가격이 오르자 주스 과즙 함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100% 올리브오일을 사용한다고 강조하던 BBQ는 올리브오일과 해바라기유를 반반씩 섞은 블렌딩 오일 사용으로 선회했다.

정부 경고에도 업계에서 변칙적인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연말까지 물가 상승률이 잡히지 않는다면 비난 여론이 한층 격화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물가 상승률은 5.0%로 전월 대비 0.7%포인트 뚝 떨어진 바 있다. 그 기저효과가 이달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누적된 상승 압력이 낮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미국 기준금리 동결로 우리나라 금리 정책 운신 폭이 넓어졌지만 내부 물가 수준에 대한 고려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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