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연금'은 있고 '말춤연금'은 없다?…'안무저작권 신탁 단체' 논의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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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입력 2023-11-2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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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2 사진Mnet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2 [사진=Mnet]

# 국내 댄스 아카데미이자 안무가 에이전시인 '원밀리언댄스스튜디오'는 유튜브 채널에 안무가들 안무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원밀리언 채널은 2000만명 넘는 구독자를 보유해 국내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수 기준 5위를 차지한다. 조회 수도 약 80억뷰에 달한다. 유튜브 조회 수와 구독자 기준으로 산정했을 때 원밀리언은 유튜브로 월평균 1억5000만원 넘는 수익을 거둬야 한다. 하지만 실제 월평균 수익은 약 500만원에 불과하다. 음악에 안무를 짜서 올리는 식이라 수익은 음원 저작권자에게 대부분 돌아가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K-팝 인기가 뜨겁다. K-팝이 인기를 끄는 요인에는 노래뿐만 아니라 안무도 빠질 수 없다. 유튜브 같은 영상매체에 가수들 안무 영상이 업로드되고, 댄서들 간 서바이벌을 다룬 프로그램 '스트릿우먼파이터'가 큰 인기를 끈 것을 보더라도 K-팝은 단순히 '듣는 음악'을 넘어 '보는 음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노래와 달리 안무는 아무리 '히트'를 해도 안무가가 저작권적으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대책이 요원하다. 전문가들은 저작물로서 안무를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안무가들에게 저작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지급할 수 있는 신탁 단체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안무는 '히트' 해도 보상 없어···"신탁 단체 만들어 저작권료 지급해야"
20일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등록된 저작권 6만4764건 중 안무저작권 등록은 124건으로 0.2%에 불과하다. K-팝에서 최근 안무가 차지하는 요소가 커졌는데도 안무가 저작권법적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이라는 인식이 아직 미미하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해 등록된 음악저작권은 2647건에 달한다. 저작권이 등록된 음악은 한 번 재생될 때마다 일정한 금액이 작곡가 또는 작사가에게 지급된다. 음악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과 같은 단체에서 음원 작사가·작곡가 등 저작권자에게서 저작권 관리를 신탁 받아 징수한 저작권료를 음원 저작자에게 분배하고 있다. 

이에 음악 한 곡이 소위 '히트'를 하면 재생될 때마다 작곡가·작사가에게 추가적인 보상이 돌아간다. 가수 장범준이 부른 '벚꽃엔딩'이라는 노래가 대표적이다. 벛꽃철이 될 때마다 대중들이 '벚꽃엔딩'이라는 노래를 즐겨 듣고 이에 따라 원작자인 장범준에게 저작권료가 지급되다 보니 '벚꽃연금'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음악에 수반된 안무는 아무리 흥행하더라도 안무가가 추가적인 보상을 계속 지급받는 일은 극히 드물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와 포인트 안무인 일명 '말춤'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말춤연금'은 없다. 전문가들은 안무 저작물이 실연되는 건수마다 저작권료를 분배해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안무저작권을 신탁받아 관리하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선진 법무법인 현 변호사는 "안무 분야에도 신탁 단체가 활성화돼 안무가들이 창작한 안무 영상, 포인트 안무를 따라 하는 '챌린지 영상' 등 안무가 주요 콘텐츠인 영상이 소비될 때마다 안무가에게 정당한 저작권료가 지급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익 변호사(안무저작권학회)는 "음악은 음악저작권협회와 같은 신탁단체가 탄생하면서 각종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쉽게 할 수 있고 권리자 권익도 높게 보호받을 수 있었다"며 "안무도 안무저작권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대외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신탁단체 결성을 통해 안무가들에 대한 현실적이고 종합적인 재산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안무가 '저작물'인가···구분할 수 있는 '기준'도 필요

다만 일각에서는 체계 마련에 앞서 안무가 우선 저작권으로 등록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는 안무와 그렇지 않은 안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저작권법 2조에 따르면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저작물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저작물 범주에 속할 것 △창작성이 인정될 것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일 것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안무는 기본적인 스텝이나 단순한 신체 동작을 넘어 상당한 창조적인 변형이 이뤄졌거나 기본적인 동작을 응용한 연속 동작 등 '창조성'이 있어야 저작물로서 보호가 가능하다. 

하지만 안무저작물은 우리나라 저작권법상 별도 분류가 없다. 연극저작물의 하위 개념으로 인정될 뿐이어서 안무저작물만의 창조성 인정 여부에 대한 기준도 없다. 

반면 미국은 1976년 무용저작물이 연극저작물에서 분리돼 독자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저작권법 보호를 받는 안무가 되기 위해서는 '무용 동작과 유형이 일련의 동작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구체적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유튜브 춤 영상에 안무가를 표시하는 등 안무가 권리 보장에도 적극적인 편이다. 프랑스 역시 연극저작물과 무용저작물을 별도로 구분하고 있다.

홍석구 변호사는 "그동안 안무 저작권이 충분히 인정되지 못한 것은 그만큼 안무 저작권에 있어 스텝, 핸드모션 등 동작이 일반적인 몸짓과 다른 창조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결국 저작권의 근거가 되는 보호 대상이 되는 안무와 그렇지 않은 안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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