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승계 무너진다] 가업 물려받는 막내딸...달라진 재벌가 후계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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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입력 2023-1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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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라 세정 대표왼쪽부터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 최준환 패션형지그룹 부회장 사진각사
왼쪽부터 박이라 세정 대표,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 최준호 패션형지그룹 부회장. [사진=각사]

유통업계에서 장자 승계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그동안 상당수 유통기업들은 '가업을 잇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능력과는 상관 없이 장남이나 장녀를 후계자로 결정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장자 승계 원칙과 무관하게 경영 능력에 따라 승계구도를 결정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패션기업을 중심으로 이른바 '능력 중심 승계'가 활발해지고 있다.
패션업계, 오너 2세 승계 속도···딸도 당당히 후계자로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기업인 세정과 한세예스24는 본격적인 오너 2세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두 기업은 전형적인 재벌기업 '승계 룰(rule)'인 장자 승계 법칙을 따르지 않고 가업을 물려받는 대상으로 딸을 낙점한 것이 특징이다. 

세정 창업주 박순호 회장은 1974년 부산진시장에서 '동춘섬유공업사'를 설립하며 패션업에 투신했다. 박 회장은 1991년 세정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20년 만인 2011년에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자수성가 대명사인 박 회장은 일찌감치 막내딸인 박이라씨를 세정 대표(45)로 선임하며 경영 전면에 등판시켰다. 

박 사장은 편집숍 웰메이드, 여성복 올리비아로렌,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를 성공시키며 아버지 기대에 부응했다. 입사한 지 14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코로나19 시기 로드숍(거리점)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 효율화도 꾀하며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세예스24는 '남매 경영'을 택했다. 창업주 김동녕 회장은 장남 김석환 한세예스24그룹 부회장에게 지주사와 그룹 총괄을, 차남 김익환 부회장에겐 한세실업을 맡겼다. 막내딸 김지원 대표는 캐주얼 패션 계열사인 한세엠케이 수장 자리를 내줬다. 

2008년 계열사 예스24에 입사한 김 대표는 2017년 한세엠케이에 상무로 승진한 후 3년 만에 대표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비상장 계열사인 한세드림을 흡수합병하면서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승계 판도 뒤흔든 최병오 회장···SPC는 안갯속
승계 구도를 재편한 기업도 있다. 형지그룹은 지난 1일 최병오 회장 장남인 최준호 사장을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2021년 5월 까스텔바작 대표에 오른 최 사장은 같은 해 12월 형지 사장을 겸직한 후 2년 만에 총괄 부회장에 올랐다. 

그동안 최 회장은 장녀인 최혜원 형지 I&C 대표를 사장으로 먼저 승진시키며 후계자로 낙점하는 듯했다. 그러나 실적 악화가 거듭되자 기회가 차남에게 돌아갔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형지I&C는 5년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SPC그룹 차기 후계자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두 아들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과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은 경영 승계를 둘러싸고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 임원으로 있는 비알코리아 배스킨라빈스 부문과 섹터나인이 서울 양재동에 있는 SPC 본사를 떠나 강남구 도곡동 소재 'SPC 2023' 건물로 이전하면서 계열 분리를 통한 형제 경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식품·패션기업들이 인구 절벽 위기 속에서 글로벌 산업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후계자에 대한 리더십 검증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남이란 정통성만으로 가업을 이어받아 성장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재벌 총수들의 고민도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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