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연의 타임캡슐] 부자를 위한 상속세 개편안? 100년 기업 만들 '제2의 토지개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황승연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입력 2023-11-06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황승연
[황승연 교수]

 
 
국회에서 지난주 11월 3일 최재형 의원실에서 주최하는 ‘기업생존을 위한 상속세제 개편 세미나’가 열렸다. 최재형 의원은 법률안을 개정하여, ‘주식을 상속할 때는 상속 시점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상속인이 상속받은 주식을 매각하여 처분할 때 과세하자’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해야 기업들의 지속적인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나는 그가 왠지 왜소해 보였다. 국회의원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보통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세미나를 개최하면 당의 지도부 의원들이나 동료의원들이 몇 명은 축사를 한다. 세미나 시작 전에 참석한 의원들을 일일이 소개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영향력 있는 의원’인지 세를 과시하고 참석 의원들이 정식으로 축사를 하거나 적어도 인사말을 하게 한다. 이런 일에 세미나 시간의 3분의 1을 보내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번 세미나처럼 국회의원이 한 사람도 오지 않은 세미나는 처음 경험하는 낯선 풍경이었다. 다행히 세미나실은 취재하는 기자들과 청중으로 좌석을 거의 채웠다. 최재형 의원은 개회사를 하는 도중에 다음과 같은 얘기를 털어 놓았다. 지난 2021년 대선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예비경선 때 상속세 폐지를 공약으로 낸다 했을 때 캠프 내에서 반대가 많았다. 결국 공약을 발표했을 때 캠프는 해체되고 말았다.
 
캠프가 해체되고 최재형 의원은 대통령후보 예비경선에서 탈락하고 본경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는 상속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기 전에도 최저임금제 인상 반대, 주52시간제 유연화, 노조개혁 등의 우파적 공약들을 내놓았다. 이 역시 반대 의견이 많았다. 그는 ‘캠프 내에서 반대 의견이 많아도 소신껏 공약을 꺼내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 내에서도 ‘상속세가 없는 나라가 많다’는 최 후보의 주장에 이것은 잘못된 정보이며 가짜뉴스라고 하면서 민생과 관련된 절박한 의제가 아니라고 비난했다. 최재형 후보는 정확한 정보를 가짜뉴스라고 폄훼하는 말을 들으며 물러섰다. 그 후에 그는 종로에서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당선되었다. 당선 후에 여러 세미나를 주최하며 의정활동을 하였는데 상속세 폐지에 관한 세미나만 벌써 여러 차례 열었다. 소신을 굽히지 않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최재형 의원을 본다. 이로써 그는 또 어려운 길을 택했다. 곧 다가올 국회의원 선거 운동 기간에 또 비난받을 일들을 쌓았다. 민생을 외면하고 부자들의 편을 들어 부자감세를 반대한다는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 이번에 그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직접 발표를 맡았다. 보통 의원들은 세미나를 주최하고 교수나 전문가들을 불러 발표를 시킨다. 이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에 그는 직접 발표를 맡았다. 상속세제를 개편하겠다는 법안을 낸다는 발표를 하고 그 배경설명을 했다. 이것이 다음 선거에서 그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이 문제로 대선후보 캠프의 해체를 경험한 그이다. 그러나 그는 이 길이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 문제들을 해결하고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그가 다음 선거에서 당선만을 목표로 했다면 발표하지 말았어야 할 공약이었다. 또 시기가 좋지 않다. 왜 지금인가? 사람들은 그에게 정치력이 없다느니 정치를 모른다느니 그런 얘기들을 한다. 이런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2021년 9월 대선 후보들이 당내 경선으로 분주할 때 굿소사이어티 조사연구소에서 전 국민 대상 가치관 조사를 했다. 2000명을 샘플로 한 전국조사였다. 상속세에 대해 물었다. “우리나라는 부자들의 세금 부담이 낮기 때문에 부자들에 대한 상속세를 더 올려야 한다.” 이 질문에 64.8%가 상속세를 더 올려야 한다고 답했고 올리지 않아야 한다는 답변은 불과 14.9%였다. 증여세에 대해 물었다. “부모가 자식이 집을 살 때 돈을 지원해 주는 것은 증여이므로 정부는 젊은 사람들이 집을 구입하면 철저하게 조사하여 부모의 지원이 있으면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이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이 46.7% 아니라는 답변이 22.0%였다. 상속세 증여세를 철저하게 걷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생각이다. 이런 환경이 2년 사이에 변했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법안을 발의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것을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그는 국회의원이고 매일 지역에서 유권자들과 손을 맞잡고 그들의 고충을 들어줘야 하는 일을 그의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겨야 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데 말이다.
 
1946년 8월에 미군정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에 실린 적이 있었다. 질문은 “어떤 체제를 선호하십니까?”였다. 사회주의가 71%, 공산주의가 7%, 자본주의는 고작 14%였다. 즉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78%나 되었다. 조선말기 백성의 10% 미만이 양반, 대략 50%가 상민, 40%가 노비였다 한다. 이런 계급적 문화 환경이 아직 남아있을 때였다. 해방 직후 남한지역 12살 이상 인구의 문맹률은 78%였다.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아는 국민들이 있었을까? 이승만 대통령은 이런 환경에서도 우리나라가 시장경제 자본주의 국가로 발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주춧돌을 놓았다. 당시에 국민의 뜻이라 하여 여론을 따랐다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되었을까? 토지를 국유화하고 전 국민이 협동농장에서 일하게 되었다면 지금처럼 대한민국이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을까?
 
1948년 건국 이후 우리나라 GDP의 85% 이상이 농업에서 나왔고 국민들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개발 국가들 대부분이 그러했듯이 농토의 대부분을 소수의 토지부자들이 갖고 있어서 근대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경자유전(농사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뜻)의 원칙을 관철시켜야 했다. 그때 이승만 대통령은 토지개혁을 단행했다. 북한과는 달리 유상매입 유상분배 방식이었다. 1950년 3월에 관련법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몇 달 후 6·25가 터졌다. 당시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유가 없었던 노비나 가난에 찌든 농민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군이 남한의 일부를 점령해서 농민, 노동자들을 위한 국가를 만들겠다 했을 때 농민들은 그들에게 동조하지 않았다. 그 당시 토지개혁이 없었으면 지금과 같은 발전을 꿈 꿀 수 있었을까?  당시 국부의 대부분을 농업이 만들어 내고 있었고 그것은 토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그 생산수단인 토지가 일반 국민들에게 나누어져서 전 국민들이 건강하게 소유하게 되는 것은 근대사회로 가는 출발점이었다. 이제 농업인구가 줄어 농업인구가 5%도 되지 않고 그것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지금은 환경이 변하여 국민총생산의 대부분을 기업이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면 토지를 국민들이 건강하게 소유하듯 기업들도 주식을 통해 국민들이 건강하게 소유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기업을 상속세로 60%씩 국가가 빼앗아 가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다시 전근대 사회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최재형 의원은 이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가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에서 재선에 대한 욕심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하지만 보궐선거에 당선된 그가 2년만 하고 말 국회의원을 시작했다고 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재선을 위한 욕심이라면 당연히 상속세 폐지 얘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그는 다른 유형의 국회의원이다. 여론에 따라가는 정치가가 아니라 여론을 뚫고 미래를 여는 정치가인 것이다.
 
1848년 칼 마르크스가 낸 공산당선언에는 “상속세로 모든 자본과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폐지한다”는 것이 있다. 대한민국의 상속세가 바로 공산당선언을 실천하는 것이 아닌가? 최재형 의원은 그가 발의할 상속세법 개정안에서, 상속받는 것이 주식일 경우에는 과세하지 않고 이 주식을 매각할 때 즉 이득이 실현되는 시점에서 과세하도록 하자는 법안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OECD 국가들은 상속세율이 높지 않다. 특히 상속재산이 기업일 경우에는 상속세 때문에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지 않도록 한다. 최재형 의원이 발의한다는 법안은 우량한 100년 기업이 많이 나와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하자는 설계도이다. 제2의 토지개혁이다.
 
시장경제를 이해 못하는 국민들을 이끌고 건국을 해야만 했던 이승만 대통령의 외로웠을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세미나에서 왜소해 보였던 최재형 의원의 어깨 뒤에 서서 기꺼이 그의 배경이 되고 싶었다.
 



황승연 필자 주요 이력

▷독일 자르브뤼켄 대학교 사회학 박사 ▷전 경희대학교 (주)데이콤 공동 정보사회연구소장 ▷전 한반도 정보화추진본부 지역정보화기획단장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굳소사이어티 조사연구소 대표 ▷상속세제 개혁포럼 대표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