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집 줄게, 새집 다오" 中 주택도 '이구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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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10-2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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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닝보시 등 일부 도시서 도입

  • 주택 개선형 수요 진작 기대

  • 부동산 불황...경제성장 발목 잡나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휴대폰, 가전제품, 자동차 등 제품에 이어 주택 정책에서도 '이구환신(以舊換新)'을 도입하고 있다. 이구환신은 중고 제품을 가져오면 신규 제품 구매 시 할인 우대를 제공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소비 진작책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속 주택 수요를 진작하기 위해 나온 움직임이다.
주택 '이구환신'...개선형 수요 진작 기대
중국 제일재경일보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20일 중국 저장성 닝보시 주택도시건설국은 닝보시 부동산협회와 함께 주택 '환신구(換新購)'  정책을 발표했다. 환신구는 기존 주택을 팔아 신규 주택을 구매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현지 부동산 개발기업 13곳과 중개업소 23곳이 참여했다.

구체적으로 주택구매 의향자는 부동산 개발기업이 선보인 신규 아파트 중 원하는 새집을 골라 소액의 보증금을 내고 구매의향 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중개업소와는 기존 주택을 1~3개월 내 우선적으로 팔아준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는다. 

계약에 따라 부동산개발기업은 구매의향자가 점찍은 새집은 당분간 시장에 내다 팔 수 없다. 구매의향자는 중개업소가 1~3개월 내 헌집을 시장에 팔면 그 돈으로 계약금을 지불해 새집을 구매하는 것이다.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새집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부동산개발기업이 보증금을 돌려주기 때문에 손해 볼 게 없다. 
 
닝보시 부동산협회 관계자는 주택 거래 효율을 높여 주택 개선형 수요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헌집을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새집을 구매할 수 있으니 재정 부담을 덜고, 중고주택 판매 주기를 단축시키고, 생애 첫 주택 구매 혜택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닝보시뿐만이 아니다. 저장성 하이닝시도 지난달 주택 이구환신 정책을 시행했다. 특히 하이닝시 정부는 새집 구매자의 기존 주택을 사들인 부동산 기업에는 구매가의 2%를 재정보조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물론 부동산 기업이 아무 기존 주택이나 다 사들이는 것은 아니다.  건설한 지 10년 미만의 부동산권리증을 보유한 주택에 한해서다. 또 기존주택 가격이 신규주택 가격의 60%를 넘어서도 안 된다.

저장성 닝보, 하이닝시 외에 장쑤성 난징·난퉁, 산둥성 지난·칭다오·쯔보·르자오 등 도시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주택 이구환신 정책을 시행 중으로 알려졌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특히 중고주택 거래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구환신 정책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중고주택 대부분이 노후 문제가 있는 만큼, 이러한 정책이 대규모로 보급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게다가 부동산기업으로서는 신규 주택을 파는 대신 중고 주택 매물을 떠안아야 하는 만큼, 중고주택이 제때 팔리지 않으면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실제 지역마다 주택 이구환신 정책 효과는 제각각이다. 중국 매체 36kr에 따르면 장쑤성 난퉁에선 중추절·국경절 연휴기간 주택 거래의 절반이 이구환신 정책을 통해 이뤄졌다. 반면, 난징에선 부동산 업체들이 위치가 좋지 않은 비인기 신규 아파트 물량을 선보여 주민들의 이구환신을 통한 주택 구매 의욕이 크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부동산 경기 불황...中 경제성장 발목 잡나
최근 중국 정부의 부동산 부양 노력에도 집값 하락세는 가팔라지며 부동산 위기 우려는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9월 70개 주요 도시 신규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3%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1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기존 주택 가격도 0.48% 하락해 2014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전월과 같았다.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난, 주택 수요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헝다와 비구이위안 등 대형부동산 기업도 자금난 속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맞닥뜨렸다. 3분기 중국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지만, 부동산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중국 경제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부동산 위기가 악화하면 내년 중국 경제 성장률이 3%를 밑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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