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과 더불어 유가나 농산물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좀처럼 완화되지 않는 '끈적한(sticky)' 물가가 지속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7%로 집계됐다. 지난 4월(3.7%)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꾸준히 둔화하며 7월 2.3%까지 떨어졌으나 유가 상승 등 영향으로 8월(3.4%)에 이어 지난달에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4.9% 떨어져 전월(-11.0%) 대비 하락 폭이 크게 축소됐다. 국제 유가가 오른 탓이다. 기름값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셈이다.
농축수산물의 경우 3.7% 올라 전월(2.7%)보다 상승 폭을 확대했다. 농산물은 이상기후 영향으로 7.2% 급등하며 전월(5.4%)보다 대폭 올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4.4% 상승하며 지난 3월(4.4%) 이후 가장 크게 올랐고 신선식품지수 상승률도 6.4%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점이다. 근원물가 중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8%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역시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해 7월 이후 석 달 연속 횡보했다.
이 같은 물가 상승세는 당초 한국은행의 예상과 다른 양상이다. 한은은 '기조적 물가 둔화 흐름'이 예상된다며 계절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단기간의 물가 등락보다는 추세를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비용 상승 압력 지속 등으로 상품 가격이 경직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9월까지 물가 불확실성이 이어지다가 10월 이후 다시 하락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10월 이후 2%대로 진입해 전반적 물가 기조가 서서히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도 이달부터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연말에는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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