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EU 자유무역협정 3년을 되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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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준 기자
입력 2023-10-0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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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FTA 서명식에 임석한 응우옌 쑤언 푹 전 베트남 총리 사진베트남통신사
EVFTA 서명식에 임석한 응우옌 쑤언 푹 전 베트남 총리(뒷줄 왼쪽에서 둘째)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EVFTA)이 시행된 지 어느덧 3년이 넘었다. 2020년 8월 공식 발효된 EVFTA는 베트남과 EU, 서로의 경제를 위한 성장 엔진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경제가 난관에 처한 가운데서도 베트남과 EU는 각종 인센티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수출입 및 투자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박장성 쭝응우옌 커피기업 생산공장 사진베트남통신사
박장성 쭝응우옌 커피기업 생산공장 [사진=베트남통신사]
 
협정 체결 
EVFTA는 2019년 6월 30일 양측이 서명하고 2020년 6월 8일 베트남 국회 비준을 거쳐 2020년 8월 1일 공식 발효됐다. EVFTA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베트남과 EU 모두의 이익을 목표로 하는 포괄적 협정이다.

해당 협정에는 17개 장과 2개 의정서, △상품 무역(일반 규정 및 시장 개방 약속 포함) △원산지 규정 △관세 및 무역 원활화 △식품 위생 및 안전 조치(SPS) △무역 기술 장벽(TBT) △서비스 무역 △무역 방어 △지적재산권 △법적∙제도적 문제 등 주요 내용을 담은 다수의 양해 각서가 포함되어 있다.

협정에서 양측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상대방의 투자에 대해 내국민 대우 및 최혜국 대우(MFN)를 부여하고 공정하고 만족스러운 대우, 안전하고 완전한 보호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해외 투자로 인한 자본 및 이익을 이전할 자유 △보상 없이 투자자의 자산을 수용하거나 국유화하지 않을 것 △전쟁으로 인한 피해의 경우 국내 투자자 또는 제3자와 유사한 손해에 대해 상대방 투자자에게 적절하게 보상할 것 등을 약속하고 있다.

 
빈즈엉 목재 생산 공장 사진베트남통신사
빈즈엉 목재 생산 공장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의 유럽 시장 진출 
EVFTA는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8월 발효됐다.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붕괴 △에너지 및 식량 위기 △높은 인플레이션 △긴축 정책 등으로 세계 경제가 불안정한 시기를 보내고 있던 나날이었다.

그러나 EVFTA 시행 이후 27개 EU 회원국들에 대한 베트남의 무역 및 수출액은 전혀 감소하지 않았으며, 이는 EVFTA가 상호 무역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임을 여실히 보여준 계기가 됐다.

베트남은 아세안에서 EU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되었으며 EU에 대한 상품 공급국 중 11위를 차지했다. 또한 EU는 베트남의 세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베트남 관세총국에 따르면 2022년 베트남의 대 EU 상품 수출액은 2021년 대비 16.7% 증가한 468억3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베트남 전체 상품 수출액의 12.6%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 주재 독일 상공회의소 마르코 발데 대표는 "EVFTA가 가져다 준 가장 분명한 이점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불가피한 (경제 활동) 중단 상황에서도 베트남의 대 EU 수출액은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14.2%, 16.7%의 연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속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EVFTA 덕분에 베트남 제품이 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그 중에서도 농업 부문은 가장 큰 혜택을 받는 부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수산물, 쌀, 농산물, 채소 등 EU에 진출하는 베트남의 주요 농산물은 EVFTA가 발효되면서부터 우대 세율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쌀은 EU로 수출되는 주요 품목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간 수출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품이다. 지난해 EU 시장으로의 쌀 수출은 급격히 증가해 9만4510톤에 이르렀다. 특히 네덜란드 44%, 폴란드 68%, 스페인 89%, 벨기에 149% 증가 등 일부 시장으로 쌀 수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베트남 브랜드 쌀이 프랑스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두 곳인 까르푸(Carrefour)와 이르끌래르(E.Leclerc) 매장 진열대에 오르면서 유럽 최대 소매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접근했다.

주독일 베트남 무역사무소 도 비엣 하(Do Viet Ha) 대표는 "이러한 현상들이 EVFTA가 베트남의 수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또한 수출 유지와 베트남 경제 회복 모멘텀에 있어 EVFTA의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며, 2022년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8.02%로 2011~2022년 기간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농산물 외에도 섬유, 의류, 신발 등 EU 수출에 유리한 산업군에서 많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었고, 수출 증가로 인해 소득 개선, 고용 안정 및 근로자 전문성 향상과 같은 효과도 나타났다.
 
EU의 베트남 접근 
EVFTA가 베트남에만 혜택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니다. EU 역시 EVFTA를 통해 동남아의 주요 시장인 베트남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북유럽·스웨덴 베트남 무역 사무소 응우옌 티 호앙 투이 참사관은 베트남이 △1억 명에 달하는 소비 시장 △성장하는 중산층 △빠른 성장 △젊은 노동력 △2050년까지 순 배출량 제로 목표 등으로 EU 기업에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방증하듯 2021~2022년 동안 EU의 베트남 수출은 20~25% 증가했다. 

최근 몇 년간 복잡한 세계 정세 속에서 북유럽 기업들은 공급망, 생산 및 운송 중단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외부로 눈을 돌려 새로운 방안,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왔다. 그러한 맥락에서 베트남은 EVFTA를 통해 매력적인 전환지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은 EU 시장으로 다시 수출할 때 EVFTA의 인센티브를 누리기 위해 생산 기지를 베트남으로 이전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베트남이 EU와 높은 수준의 약속을 통해 차세대 협정에 참여할 준비가 된 최초의 개발도상국이라는 사실은 유럽 기업이 베트남 파트너와의 교류 무역을 늘릴 수 있는 중요한 기반과 동기를 부여했다. 또한 베트남 기업들은 유럽에서 많은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벨기에·EU 베트남 무역 대표 사무소의 쩐응옥꾸언 대표는 EVFTA 덕분에 베트남은 EU에 대한 수출을 늘리는 동시에 EU가 베트남에 대한 수출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EU의 우량 상품과 선진 기술은 베트남 소비자들과 기업들에도 효익을 가져다 주고 있다는 평가이다.

아시아태평양 독일기업협회(OAV) 다니엘 뮐러 ASEAN 지역 이사는 EVFTA가 양자의 경제와 기업에 많은 기회를 제공하며, 특히 동남아와 아시아 접근에 있어 베트남이 EU의 전략적인 파트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고 진단했다.
 
안장끄우롱 수산물수출입업체 메콩메기 가공 공장 사진베트남통신사
안장끄우롱 수산물수출입업체 메콩메기 가공 공장 [사진=베트남통신사]
 


 
한계 및 향후 과제 
물론 EVFTA를 통해서 베트남의 한계 및 향후 과제도 드러났다. 지난 3년 동안 EVFTA가 가져온 이익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베트남 기업들은 국제 시장에서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적으로는 베트남 브랜드가 아직 EU 시장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EU의 수입액 중 베트남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에 불과하다. 채소, 수산물, 쌀과 같은 베트남의 일부 주요 수출 제품은 잘 성장하고 있지만 EU의 전체 수입 중 아주 작은 부분만을 차지한다. 종이나 종이 제품, 캐슈넛 등과 같이 EVFTA 발효 이후 성장의 조짐을 보이지 않는 제품도 있다.

이러한 상황의 원인에 대해 베트남 무역 대표자들은 모두 EU가 까다로운 시장이고 고객들이 식품 위생 및 안전, 품질 그리고 많은 기술 장벽에 대한 필수 규정을 포함하여 제품 품질에 높은 요구 사항을 설정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쩐응옥꾸언 대표는 "EU는 품질, 지속 가능성, 사회성, 환경 및 제품의 수명 주기에 대한 내용을 점점 더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환경과 사회를 위한 더 나은 가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VFTA 세금 인센티브를 누리려면 베트남의 수출 제품은 원산지 인증 및 환경 문제를 포함하여 엄격한 유럽 규정을 충족해야 한다. 예를 들어, EU는 수입 쌀에 대한 농약 잔류물에 대해 많은 기준을 설정했기 때문에 EU로 운송되는 일부 베트남 쌀은 잔류 기준치를 초과하여 리콜되어야 했다. 진열대에 오른 상품들도 예외 없이 EU는 정기적으로 이를 확인하고 있다. 제품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진열대에서 퇴출되며 이는 특히 제품의 평판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응우옌 티 호앙투이 참사관은 베트남의 주요 수출 제품 대부분이 적극적으로 원자재를 조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베트남의 많은 생산 자재와 제품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과 일부 다른 아시아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주프랑스 베트남 무역 사무소 부 아인 선 대표는 "베트남의 수출 제품은 규정뿐만 아니라 매우 높고 복잡한 기술적 요구 사항을 완전히 충족해야 한다”며 “이러한 이유로 기업들은 투입 원자재부터 제품의 설계 및 생산 단계까지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고 전했다.

EU는 또한 일반적으로 외국, 특히 베트남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많은 무역 방어 조치를 사용하는 무역 파트너 중 하나이다. 따라서 EVFTA가 가져오는 세금 절감 등의 이점으로 인해 베트남의 대 EU 상품 수출이 증가하면 EU 국내 산업이 무역 방어 조치에 착수할 위험도 높아진다.

이외 언어 장벽, 물류 관련 제한 및 베트남의 복잡한 행정 절차 등 객관적인 장벽도 많이 존재한다. 특히 EU와 베트남 사이의 지리적 거리가 꽤 멀기 때문에 베트남과 일부 EU 회원국을 연결하는 직항편이 없고, 항구나 항공에 대한 협력도 없기 때문에 일부 EU 수출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베트남이 EVFTA를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EU 기준 및 규정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적극적으로 제고하는 동시에 공급망 개선과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EU와 기술 및 재정적 지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정부 차원에서도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편의성을 높이면서, 해외 기업 및 무역 지원을 위한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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