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바이든, G20서 中 일대일로에 도전장…'불참' 시진핑은 '강군 건설'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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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원·배인선 기자
입력 2023-09-1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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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사진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사진=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빠진 빈틈을 파고들었다. 시 주석 대표 정책인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G20 정상회의에서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 정상들과 공동으로 '인도·중동·유럽 경제 회랑(IMEC)' 프로젝트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는 철도와 항구를 통해 인도·중동·유럽으로 이어지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저 케이블 설치 등을 통해 지역 간 인적·물적·디지털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백악관은 IMEC를 통해 에너지 자원과 무역 거래, 기술 협력을 늘리고 식량 안보와 공급망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IMEC는 총 2개 회랑으로 구성되며 그중 '동쪽 회랑'은 인도와 걸프만을 잇고 '북쪽 회랑'은 걸프만과 유럽을 연결한다. IMEC 참여국들은 회랑 건설을 통해 효율성 상승, 비용 감소, 경제적 통합 강화와 고용 창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등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제도, 기술, 재무 등 전방위적으로 프로젝트에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IMEC 프로젝트에 대해 "정말로 중대한 사건"이라며 "판도를 뒤집는 지역 투자"라고 강조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역시 "전 지역과 연결성을 강화하는 것은 인도의 주요 우선순위였다"며 환영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공교롭게도 IMEC 프로젝트는 시 주석의 상징과도 같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지역적 측면에서 상당 부분 겹친다. 일대일로는 중국에서 중앙아시아·인도와 중동·아프리카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경제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G20 정상회의를 통해 시 주석에게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일대일로 참여국 중 여럿이 심각한 부채 문제에 빠져 있는 데다 이탈리아까지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그 빈틈을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외교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G20 정상회의가 열린) 뉴델리에서 바이든은 단지 더 나은 재무적 지원을 권한 것에 그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실상은 그들을 돈으로 산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IMEC 발표 직후 사우디의 실세로 평가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를 환대하며 악수했다. 이는 작년 7월 사우디 제다에서 있었던 양자 회동 당시 주먹 인사에 그쳤던 것에 비해 미국·사우디 관계가 한층 개선됐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등 친중 성향을 보인 국가들을 대상으로 적극 구애를 펼쳤다. 올해 G20 의장국인 인도와 내년과 내후년 G20 의장국인 브라질, 남아공 정상들과 함께 글로벌 기후 문제 해결 등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등과 공동으로 글로벌 바이오연료 동맹을 출범했다. 또한 유럽연합(EU)과 함께 앙골라, 잠비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인프라 개선 지원을 골자로 한 공동성명도 발표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 빈자리를 틈타 중동, 아프리카 등 중국 영향력이 큰 지역들을 적극 공략했고 그 결과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불참으로 자칫 '반쪽' 행사가 될 뻔했던 G20을 오히려 자신과 미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성공적으로 활용했다는 관측이다.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바이든은 거의 독무대를 펼쳤다"며 "푸틴이나 시진핑이 참석했다면 그들이 받았을 엄청난 관심이 사라져버렸다"고 평했다. 
G20 불참한 시진핑, '강국·강군' 강조
한편 G20 정상회의에 불참한 시 주석은 미국 제재를 받는 하얼빈공정대를 찾아 강국·강군 건설을 강조했다.

중국 국영중앙(CC)TV는 시 주석이 지난 7일 오전 헤이룽장성 하얼빈공정대를 시찰하고 "'하군공(哈軍工·하얼빈공정대 전신인 하얼빈 중국인민해방군 군사공정학원)' 정신을 이어받아 강국·강군 건설을 위한 중기(重器)를 만들어야 한다"며 재학생을 독려했다고 9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수중무인장비 개발을 비롯해 '양탄일성(兩彈一星)', 즉 핵폭탄·미사일·인공위성 개발과 최신 기술 현황을 청취했다.

하얼빈공정대는 중국 건국 지도자 마오쩌둥이 1953년 설립한 중국 최초 종합 군사공학대학으로 '국방칠자(國防七子)' 중 하나로 불린다. 국방칠자는 중국 국방부 국방과학기술위원회가 직속 관리하는 중국 국방 산업 전문 대학 7곳을 가리킨다. 

특히 선박산업, 해군장비, 해양개발, 원자력응용 등 네 가지 분야에 특화됐으며 중국 국산 항모인 랴오닝함·푸젠함이나 유인 심해잠수함 자오룽 개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미국 상무부는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된다는 이유로 이들을 수출통제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렸다.

시 주석이 하얼빈을 시찰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G20 정상회의 개최 직전이었다. 매년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시 주석은 올해는 별도 설명 없이 리창 총리를 대신 파견해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특히 중국이 국경 분쟁 등으로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G20 의장국 인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는 인도를 맹비판한 칼럼도 게재했다.

중국 국책연구기관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은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도의 '커다란 포석'과 '얄팍한 수''라는 제하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쉬친 CICIR 남아시아 연구소 연구원은 인도가 G20 순회 의장국 지위를 악용해 지정학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도가 국제 관례를 어기고 앞서 3월과 5월 G20 관련 회의를 중국·파키스탄과 영토 분쟁을 벌이는 지역에서 개최해 국제적 관심과 지지를 얻어냄으로써 영토분쟁을 올해 G20 의제에 포함시켰다고 비판했다. 또한 인도가 G20 순회 의장국 지위를 이용해 글로벌 개도국 대변인 행세를 했고 인도가 미국 등 서방의 중국 '부채 함정' 외교에 호응해 개도국 부채 구조조정 문제를 내세워 중국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9일 'G20 정상회의 방해꾼은 누구인가'라는 제하의 사평을 게재해 종종 '인도와 한 편'이라 주장하는 미국 등 서방국이 G20 정상회의 개최 전부터 분열을 부추겨 글로벌 경제협력 플랫폼에서 사욕을 채우려 한다고 꼬집었다.

중국은 2026년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려는 미국 측 계획에도 제동을 걸었다. G20 정상회의는 2008년 미국 워싱턴에서 첫 회의가 개최된 이래 2025년이면 모든 회원국이 한 차례 이상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된다. 이에 2026년부터는 미국이 다시 의장국을 맡을 계획이다.

그런데 중국이 비공개 외교 회담에서 2026년 G20 순회 의장국으로 미국을 선정하느 데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고 블룸버그가 9일 보도했다. 이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는 미·중 간 극심한 갈등을 노출한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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