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사실상 전담해왔던 보완수사와 재수사를 검찰도 가능하도록 하고,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은 법무부 입법예고 기간이 닷새 뒤 끝난다. 한 달 반 남짓한 입법예고 기간 동안 수사지연을 막기 위한 취지라는 견해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개정 취지에 반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는데, 만료 닷새를 앞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경찰 고소·고발 반려 제도 폐지…보완수사 시한도 명시
5일 법무부에 따르면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개정안의 입법예고가 오는 11일 끝난다.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수사준칙 개정안은 오는 1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는 경찰과 검찰 사이 '사건 핑퐁' 현상의 이유로 꼽혔던 경찰의 고소·고발 반려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경찰이 보완수사·재수사를 요청받았을 때 이를 3개월 이내에 이행하도록 시한을 명시했고, 검사도 1개월 이내 보완수사를 요구하도록 했다. 이밖에 △보완수사 경찰 전담원칙 폐지 및 검경의 보완수사 분담에 관한 기준 마련 △재수사요청 미이행 시 검사가 마무리하도록 한 규정도 담았다.
검·경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 이후 경찰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면서 수사지연과 수사 부실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법조계는 법무부의 수사준칙 개정으로 수사 지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해 5월 변호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155명의 응답 변호사 중 73.5%가 경찰 단계에서 수사지연 사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사건 핑퐁' 수사지연 해결" vs "법률 위임 한계 넘어"
수사준칙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이 닷새 정도 남았지만 법조계에서는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사준칙 개정은 경찰의 수사종결권 형해화가 아니라 사건처리를 보다 공정하면서도 신속하게 도모하기 위한 취지란 견해와 법률 취지나 위임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서경대학교 교수)은 4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개최한 '수사준칙 개정령안 심포지엄'에서 "수사권 조정 이후 보완수사가 요구된 사건 4건 중 1건가량이 최소 6개월 이상 미이행 됐고 실제 현장에서는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가 소위 '핑퐁게임'이 된다는 점에서 수사 지연이 매우 심하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개정안은 보완수사를 경찰이 전담하도록 해 업무과중과 수사지연을 야기한 잘못된 원칙을 폐기하고 사건의 특성에 따라 검·경이 보완수사를 분담하도록 합리적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광수 변호사는 "상위 규범이 위임한 범위 안에서 이를 실행하기 위한 하위 규범을 제정할 수 있는데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은 대통령령의 상위 규범"이라며 "수사준칙이라는 하위규범인 대통령령으로 법률의 정책 목표를 부정하는 방향이 절차적으로 정당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검경 권한을 둘러싼 여러 문제는 수사기관에 지나치게 많은 실질적 권한이 주어져있는 형사사법제도 때문이라는 지적과 함께 영국, 프랑스 사법구조의 '사인(私人)소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인소추 제도에 따르면 피해자가 증거를 수집해 가해자를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이들 국가에서 검사는 소추대리인에 불과하고 범죄 혐의 유무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수사 절차 개념 자체가 없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구분이 없어 사실상 공판정에서 주요 수사가 이뤄진다.
김기원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는 "사건 관계자들이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수사가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형사사법 기관이 나서야만 실질적으로 필요한 증거 제출을 유도하거나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형사사법 기관이 사실상 '0심 형사법정'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인소추 제도를 통해 형사사법 기관이 지나치게 권한을 독점하지 않도록 하고, 범죄피해자가 형사재판을 원하면 일단 1심 형사재판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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