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인공지능(AI) 개발에 뛰어든 기업들이 ‘생성(generative) AI’ 기술 투자를 강화하고 앞다퉈 상용화에 힘을 쏟고 있다. 작년 11월 오픈AI가 AI챗봇 ‘챗GPT’를 선보이며 생성 AI 기술 전쟁의 포문을 열고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업체가 개인·기업 시장 선점에 돌입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한국 기업도 자체 초거대 AI와 생성 AI 기술 공개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LG AI연구원이 ‘엑사원(EXAONE) 2.0’을 소개했고 이달 엔씨소프트 ‘바르코(VARCO)’와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가 공개됐다. 삼성SDS가 다음달 연례 콘퍼런스 ‘리얼 2023’에서 자체 클라우드 기반 기업용 생성 AI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고 연내 출시를 예고한 KT ‘믿음’과 카카오 ‘코지피티(KoGPT, 가칭)’도 생성 AI 기술을 탑재한다.
28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ICT 브리프 보고서에 따르면 IT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최근 유망 기술의 성장 주기를 다섯 단계로 구분하는 ‘유망 기술 하이프 사이클’ 보고서를 발간했다. 올해 생성 AI에 대한 전 세계 산업·시장의 관심도는 두 번째 단계인 ‘기대 정점(Peak of Inflated Expectations)’ 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사전 훈련과 확장, 대화형 에이전트(AI 챗봇)와 생성 AI 애플리케이션 확산은 인력의 생산성과 기계의 창의성을 새로운 시대로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가량 지속하는 기대 정점 단계를 지나는 동안 산업계에 생성 AI를 활용한 혁신 성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가트너 하이프 사이클의 첫 단계인 ‘기술 출현(Innovation Trigger)’ 단계부터 기대 정점에 이르는 기간에는 생성 AI와 관련 있는 여러 기술과 공급업체가 자연스럽게 업계의 관심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그 다음에는 ‘환상 소멸(Trough of Disillusionment)’ 단계가 도래한다. 앞서 등장한 다양한 생성 AI를 선보인 기업들이 기술력은 기본이고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용성과 경쟁력까지 갖췄음을 증명해야 하는 단계다. 이 단계는 거꾸로 시장의 혹독한 비판과 검증 과정에 놓이게 된다. 기술·제품에 대한 실용성과 시장 검증을 거쳐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는 의미다.
가트너는 기업과 사회에 영향을 끼칠 AI 분야 신기술로 생성 AI뿐 아니라 △AI 시뮬레이션 △인과(Causal) AI △연합 머신러닝 △그래프 데이터 과학(GDS) △뉴로 심볼릭 AI △강화학습 등을 꼽았다. 이들은 기업 활동 가운데 디지털 고객 경험,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도록 돕는 양상을 뜻하는 ‘이머전트 AI’ 트렌드를 형성하는 요소 기술이다. 가트너는 이밖에 기업의 디지털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개발자 경험’ 개선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이 비즈니스 혁신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한 ‘클라우드 보편화’ 기술, 디지털 환경에서 신뢰와 위험 관리를 돕는 ‘사람 중심 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기술 등이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생성형 AI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시점에 국내 기업 생산현장에 생성 AI가 적용될 때 한국 경제의 잠재 생산 역량이 최대 4763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별 업무에 생성 AI 활용 영향 정도를 분석한 결과 △금융·보험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 △정보산업 △도매업 △헬스케어·사회복지산업 순으로 많이 사용될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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