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가해자와 같이 근무..보복 두렵다"..직장내괴롭힘 신고 85%는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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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경 기자
입력 2023-07-1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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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해 4개월 만에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본사 사장이 그렇게 하라고 했다는 이유로 그 이후로도 가해자와 분리 조치 없이 함께 근무해야 했습니다. 부서 이동을 요청했지만 본사 괴롭힘 담당자는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결국 자포자기 심정으로 1년 넘게 가해자와 같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어떤 보복이 있을지 몰라 하루하루 괴롭습니다."(근로자 A씨)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4년 동안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사건 중 85.5%는 권리구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사용자들이 신고자들에게 보복 갑질을 하는 등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가 특별근로감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급증해도 권리구제 14.5% 불과

16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 이후 권리구제가 이뤄진 사건은 14.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고용부에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총 2만8731건이었다. △2019년 2437건 △2020년 7398건 △2021년 1만143건 △2022년 1만1790건 등으로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신고 건수 2만8731건 중 권리구제가 이뤄진 사건은 14.5%인 4167건에 그쳤다. △개선지도 3254건(11.3%) △검찰 송치 513건(1.7%) △과태료 부과 401건(1.3%) 순이었다. 직장갑질119는 "2020년 12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전체 76%에 가까운 사건이 취하되거나 단순 행정종결 처리되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신고자들이 사용자의 '보복 갑질' 등 2차 피해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6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한 적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있다'는 답변이 28.6%나 됐다. 사용자가 피해자 근무장소 변경·유급휴가 명령·배치전환과 가해자 근무장소 변경·징계 등 법이 규정한 '조사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64.3%에 달했다.
 
4년간 신고 2만8000여 건···특별근로감독 15건 그쳐

전문가들은 고용부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신고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 시행 이후 4년간 신고 건수 2만8731건 중 고용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사례는 15건에 그친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제12조 제3호 라목은 '폭언·폭행·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등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의 경우 고용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신고를 고용부가 접수하면 특별근로감독에 나설 수 있는 근거가 법에 명시돼 있는 것이다.

김하나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특별근로감독이 15건에 그친다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에 고용부가 소극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특별근로감독 강화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피해자에 대한 사후 구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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