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최일규 현대제철 전략기획본부장 "하이큐브로 40% 탄소저감 제품 생산···지속가능 친환경 철강소 도약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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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은 기자
입력 2023-07-06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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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규 현대제철 전략기획본부장(상무) [사진=현대제철]

전 세계가 저탄소를 넘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제도(CBAM)를 비롯해 세계 주요국 및 기관들도 관련 규제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탄소중립에 대한 국제사회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다. 

탄소 다배출 업종 중에 하나인 철강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지난해 발간한 '한국 철강 부문의 2050 탄소중립 경로'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업계는 지난 2018년 기준 산업 부문 전체 온실가스의 39%, 국내 전체로는 13.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철강산업에서 탄소중립 문제는 앞으로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이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현대제철에서 탄소중립 계획을 이끌고 있는 최일규 현대제철 전략기획본부장(상무)을 만나 준비 과정과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현대제철 탄소중립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계신 걸로 아는데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지난 2022년 5월 탄소중립추진단장으로 부임했다. 과거 전기로 생산을 비롯해 일관제철소 건설∙생산 및 제철소 생산관리, 환경∙에너지∙안전 등을 담당해왔다.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만큼 현대제철은 넷 제로에 한 뜻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현대제철만의 탄소중립 전략 및 중장기 로드맵 수립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 탄소중립과 중장기 경영전략을 연계하기 위해 탄소중립추진실과 경영기획실을 포괄하는 전략추진사업부가 신설 되면서 이 또한 겸하고 있다."

-현대제철 탄소중립 계획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현대제철은 탄소중립 시기에 지속성장이 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로 도약하기 위해 2021년부터 중장기 탄소중립 전략을 준비해왔으며, 올해 4월 26일 탄소중립 로드맵을 공개했다. 현대제철이 추진하고자 하는 탄소중립 전략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주요 고객과 시장에 탄소가 저감된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는 ‘제품 저탄소화’와 사업장의 탄소 배출량 저감을 통해 점진적으로 전체 배출량을 중립화하는 '공정 탄소중립'이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 먼저 현대제철 고유의 사업구조를 기반으로 한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를 통해 2030년까지 저탄소화 된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또한 사업장 탄소 감축을 위해 단기적으로 저탄소 원료 투입 확대와 더불어 전기로를 활용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12% 감축한다는 목표다. 최종적으로는 신전기로 기술 고도화 및 수소환원제철 기술 적용 확대 등을 통해 친환경 제철소 체제로 전환, 2050년 넷 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 철강사는 어떤 상황인지. 현대제철과 같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탄소중립은 모든 글로벌 철강사 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핵심 과제다. 각 국가가 처한 지정학적 특성과 정책 차이로 인해 세부적인 방향성의 차이는 있지만 탄소중립 전환이라는 큰 흐름에 있어서는 모든 철강사가 공통의 방향성을 가지고 탈탄소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유럽 철강사의 경우는 기존 노후 고로를 전기로로 대체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수소를 활용한 생산 체제로의 전환 계획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유관 산업 간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로 비중이 높은 미국의 경우 고급 철스크랩과 직접환원철(HBI/DRI) 사용 비율을 더욱 확대하면서 고급강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의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수소 생산과 활용에 있어도 정책적으로 지원을 강화하는 추세다. 고로 비중이 높은 일본은 고로에 LNG∙수소를 투입하거나 저탄소 원료인 직접환원철(HBI) 사용을 확대하는 등 고로 탄소 저감 기술 개발을 국책과제로 선정해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저탄소 철강 생산체제인 '하이큐브' 개념도 [사진=현대제철]

-신전기로에 적용될 '하이큐브' 기술이 경쟁업체 대비 가지는 특장점은?

"현대제철은 지난 70여 년 동안 전기로 사업을 영위하며 다양한 노하우와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고로 중심의 일관제철 공정과 전기로 공정을 융합하는 생산 방식은 앞으로 맞이해야 할 고로에서 전기로로의 전환을 위한 중간 단계 모습이며, 현대제철은 이미 이를 일부 구현하고 있다. 향후 신전기로를 신설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이 약 40% 저감된 강재를 선보일 예정이다. 신전기로에는 저탄소 제품 생산 체계인 '하이 큐브'가 적용되게 된다. 하이큐브는 신전기로에 철스크랩과 고로의 탄소중립 용선, 수소환원 직접환원철 등을 혼합 사용해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최고급 판재를 생산하는 핵심기술이다.

하이큐브는 새로운 탄소중립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원료, 공정, 제품 총 3가지 측면에서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원료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기존 전기로 원료인 철 스크랩을 인공지능(AI)에 기반해 효율적으로 사용함과 동시에 수소환원철과 탄소중립형 용선을 혼합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원료의 성분 특성에 최적화해 생산 공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공정 유연성과 기존 전기로 제품인 봉형강부터 고로 제품인 판재까지 전 범위 제품 생산을 가능하도록 하는 제품 유연성을 지닌다. 이러한 철강 생산 공정의 애자일(Agile·날렵하고 민첩하다는 뜻)한 운영을 통해 급변하는 탄소중립 시대에 최적화된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전기로 방식으로는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왔던 자동차용 외판재 등 프리미엄 고급 판재 생산이 가능하도록 신전기로 공정을 구상하고, 이와 연계해 제품 개발에 집중해 단순한 공정에서의 탄소 배출 저감이 아닌 제품과 시장까지 고려한 완성형 생산체제를 최종 형태로 하고 있는 것이 다른 철강사들과 차별화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1.0GPa급 전기로 저탄소 고급판재 개발에 성공했고 저탄소 타이어코드강 등 기존 고로 대신 전기로를 활용·생산한 제품들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현대제철에서 생산될 저탄소 제품은 기존 제품 대비 탄소감축이 얼마나 되는지.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는 제품 생산 시 발생되는 탄소를 기존 고로 공정 대비 약 20%포인트 저감 효과가 있다. 향후 2029년까지 당사 독자 기술기반의 신전기로를 신설해 직접환원철(HBI)과 철스크랩, 용선을 사용해 최종적으로 약 40%포인트까지 탄소 저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산업 특성상 탄소 중립이 쉽지 않은데 이를 어떻게 구현할 예정인가.

"철강산업은 탄소 다배출 산업이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원순환의 최정점에 있는 자연친화적 산업이기도 하다. 자동차, 건설 등에서 발생한 철스크랩을 전기로의 원료로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은 탄소 배출이 낮은 친환경적 방식이지만 노폐 스크랩을 사용해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철광석을 사용해 고로에서 쇳물을 생산할 경우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대신에 석탄을 사용하여 철광석을 환원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다량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철강산업에서 탄소 배출을 저감한다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전기로를 통해 고품질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매우 높다. 또한 원료 측면에서 탄소중립 가속화에 따라 철스크랩이 국제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철광석을 직접 환원한 DRI/HBI를 친환경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장기적으로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뿐 아니라 그린 에너지, 탄소포집∙활용∙저장(CCUS)과도 연계돼 철강업계만의 해결 과제가 아니라 정부, 발전사, 에너지사, 설비∙원료 공급사 등 유관 부문과 공동으로 모색해야 할 공통의 숙제라고 생각된다."

-탄소중립에 최근 전기료 인상까지…기업 입장에서 보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존에 가장 효율적인 고로 공정을 탈피하는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제조원가 상승이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객사들의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최종 소비자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변화됨에 따라 향후 '친환경 저탄소 제품' 시장이 형성되고, ‘그린 프리미엄 제품’이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의 고유 브랜드인 '하이에코스틸(HyECOsteel)'를 출시해 고객의 저탄소제품 니즈에 대응하는 제품을 누구보다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수립할 것이다."

-향후 탄소중립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수들이 예상되는데 앞으로 변수는 무엇으로 보는가. 이에 대책은.

"불확실성은 사실 매년 언급되는 키워드다. 글로벌 경기는 주기적으로 회복과 둔화를 반복해왔다. 하지만 공급망 리스크, 코로나19 팬데믹, 그린 보호무역주의와 같은 글로벌 이슈들이 기회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런 외부 변수들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제철은 ‘지속성장이 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라는 방향성 하에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으며, 더불어 사회적 가치기준에 부합하는 ESG 경영을 실행하고 있다. 또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요구에 따른 탄소중립 체계 전환 및 친환경∙경량화 소재 중심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관련해 정부에 바라는 바가 있는지?

"탄소중립은 기술 개발, 자금조달 정책, 새로운 시장 형성 및 탄소세∙탄소 배출권 거래 등 다양한 분야의 체계 정립이 어우러져야 성공할 수 있다. 혁신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체제 전환에는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 북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탈탄소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만이 아니라 다양한 정책 지원을 통해 산업 경쟁력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는 철강산업을 중요한 기간산업으로 간주하고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탈탄소화를 위한 기업들의 활동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최일규 현대제철 전략기획본부장(상무) [사진=현대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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