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만도 못한 명동 거리…관광객 늘었지만 면세 매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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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김다이·백소희 기자
입력 2023-06-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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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동 상인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80% 수준 회복"

  • 여름 휴가철 맞아 중국·일본 여행 떠나는 내국인 급증

  • 전체 여행객 수 늘었지만 면세점 외국인 객단가 감소세

명동거리 상가들. [사진=백소희 기자]


팬데믹에 암울했던 명동은 엔데믹을 앞두고 화려한 단장을 시작했다. 나이키, 뉴발란스, 아이더에 이어 아디다스가 대형 플래그십스토어를 새로 열었고 명동 거리 상징이었던 화장품 로드숍도 굳게 닫아 걸었던 문을 다시 열었다. 토니모리와 에뛰드 등은 명동에 새 점포를 여는 것으로 명동 부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21일 찾은 명동 거리는 예전보다 활력을 찾은 듯하지만 코로나가 남긴 흉터가 곳곳이 남아 있었다. 리뉴얼한 초대형 매장들 옆으로 난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셔터를 내렸거나 자물쇠를 채운 상점이 이내 눈에 들어온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거리를 거닐지만 코로나19 이전이나 2010년대 중반 시절 명동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상인들은 '돌아오지 않는 중국인'에서 명동 상권 회복이 더딘 이유를 찾는다. 명동 상인들에게 코로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명동 지하상가에서 10년 동안 신발가게를 운영한 안모씨(61)는 "코로나 때보다 사람은 좀 늘었지만 구매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고 한숨을 내쉰다.
상인들은 '큰손'으로 통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아직 명동을 찾지 않는 데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관광객들도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화장품 매장 직원 이모씨(42)는 "과거 명동 화장품 매장은 규모가 클수록 매출이 컸다면 코로나 때는 매장이 클수록 손실도 크다는 새로운 공식을 만들었다"며 "엔데믹 이후 고객은 좀 늘었지만 코로나 이전 중국인 관광객이 물밀 듯 올 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한참 못 미친다"고 말한다.
 
◆명동 상권 더딘 회복···여행수지 적자의 단면

명동이 여전히 코로나 그림자에 갇혀 있는 현실을 여행수지 적자의 단면을 보여주는 예다.

엔데믹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었지만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발길은 반전을 기대할 수준이 아니다.

여행수지 적자는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졌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4월 경상수지가 7억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여행수지 적자만 5억 달러, 여행수지가 주축인 서비스수지가 12억1000만 달러 적자를 거둔 것이 뼈아팠다.
 
휴가철 여행수지 적자는 더욱 심화할 조짐이다. 엔저로 8년 만에 100엔이 800원대로 내려가면서 최근 급증한 일본여행객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 5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189만8900명을 기록했다. 이 중 한국인은 51만5700명으로 외국인 여행객 중 가장 많았다. 해당 기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4명 중 1명이 한국인이었다.
 
엔저로 한국 대신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도 위기다. 여행수지 적자 폭 확대는 시작에 불과하다.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줄고 내국인마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지갑을 열면서 내수 시장마저 위축되고 있다.

실제로 여행업계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소비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 4월 105.2로 전달 대비 2.3% 감소했다. 백화점 매출액도 줄었다. 지난 4월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0.8% 감소했고 5월에도 0.2% 하락세를 보였다.
 
◆입국 규제 완화·엔저 영향···여름철 중국·일본 수요는 '폭증'

올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주요 여행사를 통한 해외여행 상품 예약률은 폭증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입국 규제 완화(별지 비자 허용·입국 절차 간소화)와 역대급 엔저로 중국·일본여행 상품 예약률이 껑충 뛰었다.
 
6월 하나투어를 통한 중국여행 예약률은 전월보다 300%, 모두투어를 통한 예약률은 420% 늘었다.
 
6월 출발하는 교원투어 '여행이지' 중국여행 상품 예약률도 지난달과 비교해 140% 증가했다.
 
7월과 8월 출발하는 중국여행 상품 예약률도 증가세를 기록했다.
 
여행이지의 7~8월 중국여행 상품 예약률은 5월과 비교해 각각 34%, 29% 증가했고 노랑풍선을 통한 7~8월 중국여행 패키지 상품 예약률은 60% 뛰었다.
 
교원투어 관계자는 "중국여행 수요 회복세가 좋다"며 "이런 추세대로라면 여름 성수기에는 코로나 이전 대비 80% 수준까지 회복할 것"이라고 점쳤다.
 
같은 기간 일본여행 상품 예약률도 증가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6월 일본여행 상품 예약률은 지난달보다 10% 늘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로 손꼽히는 7~8월에는 예약률이 더 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달 모두투어를 통한 일본여행 상품 예약률은 5월보다 55% 늘었다. 7~8월은 5~6월 대비 평균 220% 뛰었다.
 
◆여행객 수 늘었지만···면세점 외국인 객단가 줄었다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면세점 매출 역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외국인 객단가(1인당 구매단가)는 낮아졌다. 면세업계에서는 ‘통 큰 쇼핑’ 주역인 중국인 관광객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객단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해 4월 외국인 관광객 객단가는 1952만원이었지만 올해는 219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내국인 매출액은 2095억원으로 전년 동월(1088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액은 9654억원으로 전년 동월(1조2745억원)과 비교해 33% 줄었다. 2022년 외국인 매출액은 1조원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지만 올해 1월 5964억원을 시작으로 2월 8941억원, 3월 1조257억원 등 전반적으로 낮은 수치를 이어가고 있다.
 
당분간 중국인 단체관광객 방문을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은 두 달 전 코로나19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60개 국가에 대한 단체관광 금지 조치를 해제했지만 한국은 대상국에서 제외했다.
 
면세점 매출에서도 중국의 여행 규제 여파를 엿볼 수 있다.

롯데면세점의 올해 1분기 대비 4~6월(6월은 25일까지) 외국인 매출은 약 10% 증가했다. 국적별로 일본인은 49%, 동남아인은 10% 늘었지만 중국인은 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전 중국인 단체여행객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상당했는데 외국인 매출 중에서도 중국인과 동남아 고객 객단가 차이가 크다"면서 "내국인 매출 비중은 10% 수준인데 이마저도 대부분 강달러 영향으로 면세 쇼핑을 하지 않는 분위기라 앞으로 매출 회복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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