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올해도 장사 망칠까봐 겁나요"…'러브버그 악몽' 재현에 상인들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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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경 기자
입력 2023-06-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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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높은 토양 온도·습도 탓에 러브버그 출몰 시기 당겨져

서울 은평구 불광동 연신내역 인근에 위치한 휴대폰 판매점 주변에 '사랑벌레(러브버그)'들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윤혜원 기자]

"어제 새벽 5시에 나와서 불을 켜니까 바글바글하더라고. 벌써 걱정이에요."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66)는 이번 주 들어 '러브버그' 수십 마리를 보고 크게 놀랐다. 지난해 러브버그가 가게에 셀 수 없이 몰려 장사를 망쳤던 기억이 떠올라서다. 박씨는 "(숫자가 늘면) 음식에 들어갈까 진열을 못하고 장사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향을 피우고 약을 뿌려도 주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다음 날 장사를 위해 구청에서 저녁마다 소독을 하는 등 조치를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1일 기자가 찾은 서울 은평구 일대는 지난주부터 모습을 드러낸 러브버그로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이었다. 러브버그는 파리목 털파리과 '붉은등우단털파리'로 보통 암수가 쌍으로 다니는 곤충이다. 지난해 여름 서울 서북권과 경기 고양시에서 출몰해 시민들의 불편에 따른 민원이 폭주한 바 있다. 
 
작년보다 2주 앞서 러브버그 출몰…장사 불편 호소
연신내에 위치한 연서시장 빵집 사장 50대 박모씨도 이번 주 러브버그를 수시로 목격하고 있다. 박씨는 "빵을 진열해 둔 진열대 위에 러브버그가 돌아다닌다"며 "어제도 열 마리 정도 봤고 계속 잡고 있지만 번거로워 불편하다"고 했다. 생선가게 주인 70대 김모씨도 "오늘은 비가 와서 잘 안 보이는데 엊그저께부터 서너 마리씩 날아다닌다"며 "까맣고 징그러워 손님들도 불쾌감을 표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서시장 분식집 직원 유모씨도 "지난주 목요일 밤부터 러브버그가 계속 나와 수시로 진열대를 닦는다"며 "슬슬 출몰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작년에는 두 마리가 붙어 다녔는데 요새는 떨어져 다니는 벌레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치덕 연서시장상인회 사무장은 "이번 주 들어 상인회에 슬슬 러브버그 관련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며 "구청에 문의하자 다른 상가와 시장에서도 관련 민원이 계속 들어와 소독 중이라고 안내를 받았다"고 전했다.

은평구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이날 오전 10시 기준 러브버그와 관련해 8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대략 7월 초부터 신고가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2주가량 빠른 것 같다"고 전했다.

러브버그가 창문·유리·벽면 등에 붙을 경우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 잘 떨어진다. 대량 발생할 경우 은평구 보건소 질병관리과 감염병관리팀으로 연락하면 방역을 실시한다. 구민 대상으로 살충제를 포함한 수동식 분무기도 대여하고 있다.
 
"화학적 방제와 천적 개발 등 생물학적 방제 병행해야" 
전문가들은 러브버그 출몰 시기가 빨라진 이유로 지난해보다 높은 토양 온도와 습도를 꼽았다. 퇴치를 위해 농약을 이용한 화학적 방제와 생물학적 방제를 병행하라고 조언한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러브버그가 토양 속에서 애벌레 상태로 있을 때 토양 온도와 습도가 성충으로 부화할 수 있는 조건이 맞으면 한꺼번에 출몰할 수 있다"며 "이 조건이 잘 맞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화학적 방제가 과도해 생태계가 파괴되면 토양 속에 살고 있던 러브버그 천적도 함께 죽을 수 있다"며 "화학적 방제와 함께 친환경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제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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