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정치 무관심' 넘어 '혐오' 부추기는 정당 현수막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한호 전북취재본부 취재국장
입력 2023-06-20 10:1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개정 옥외광고물법 이후 곳곳에 '도배'…관련 민원 6.2배 증가

  • 현수막 걸림사고 등 안전사고도 발생…법 개정 목소리 높아

전주시 송천동 송천새마을금고 본점 앞 사거리에 정당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내걸려 있다. [사진=김한호 기자]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이 유권자의 ‘정치 무관심’을 넘어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북에서는 법 시행 전후 3개월 동안 정당 현수막 민원이 무려 6.2배나 늘면서 유권자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원외 등 군소 정당의 현수막 게시가 극심해 정당 현수막에 대한 법 적용을 배제하도록 한 것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때·장소 가리지 않는 정당 현수막 ‘공해’
20일 전주시 송천동 송천 새마을금고 본점 앞에는 국민의힘, 대한당 등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에는 많을 때는 5~6개, 적을 때는 3개 정도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전주시 호성동 차량등록사업소 옆 사거리나 전주 종합경기장 사거리에도 정당 현수막 4~5개가 정당과 내용만 달리 한 채 몇 개월 동안 설치돼 있다.
이처럼 정당 현수막이 장소에 상관없이 거리 곳곳에 게시될 수 있는 것은 정당 현수막에 대해 예외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옥외광고물법이 지난해 12월 개정됐기 때문이다.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은 정당 활동의 자유를 위해 ‘정당법’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광고물 등은 허가·신고(동법 제3조), 금지·제한(제4조) 적용을 배제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그간 족쇄에서 풀린 정당들은 원내·외 할 것 없이 정책을 홍보하거나 상대 당을 비방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데 혈안이다. 장소와 위치는 물론이고 높낮이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개정 법 시행 후 민원 폭증···안전사고도 문제

사진=국회입법조사처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 게시는 민원 폭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정당 현수막 현황과 개선 방안’ 자료에 따르면 개정 옥외광고물법 시행 전 3개월 동안 전북 지역에 관련 민원은 115건에 불과했지만 시행 후 3개월 동안에는 719건으로 6.25배 늘어났다.
전국적으로는 3개월간 1만4197건으로 개정 법 시행 전 6415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정당 현수막은 민원뿐만 아니라 보행자와 운전자 안전, 주민 생활환경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개정 이후 3개월간 정당 현수막 관련 안전사고가 8건 보고됐다. 유형별로는 현수막에 걸려 넘어짐, 운전자 시야 방해, 현수막이 걸린 가로등 전도에 기인한 차량 충돌 등이다.
행안부는 지난 5월 8일부터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 설치 금지 △교통신호기·도로표지 가림 금지 △보행자 통행과 운전자 시야 방해 장소에는 2m 이상 설치 △가로등별 현수막 2개 이하 설치 등이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정당 현수막은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전주시 송천동 한 거리에는 모 정당 현수막이 어린이 보호구역임에도 높이 2m 아래로 설치돼 있다.
옥외광고물법 개정 시급

전주시 송천동 한 어린이보호구역 도로에 정당 현수막이 행안부 가이드라인인 2m 이상도 지키지 않은 채 걸려 있다.[사진=김한호 기자]

이처럼 개정 옥외광고물법 시행 이후 정당 현수막을 둘러싼 부작용이 심각해짐에 따라 무분별한 난립을 막기 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옥외광고물법 제8조 제8호의 단서를 개정해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을 추가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법은 현수막 표시 방법과 기간에 관해서만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 내용을 대통령령으로 상향하고 표현을 명확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행안부에서 마련한 가이드라인은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지난 4월 옥외광고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이만희 의원(국민의힘, 경북 영천·청도)도 “국민의 안전과 환경은 정당 활동만큼이나 중요하게 보호돼야 하는 가치”라며 “국민이 불편함을 느끼는 정치가 아닌 공감할 수 있는 정치가 가능하도록 조속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