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장관 "변화된 노동 환경 맞춰 사회적 대화도 '새로운 모델'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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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조상희 사회부장·정리=조현미 신진영 기자
입력 2023-06-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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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노총 경사노위 대화 중단 선언 관련 '사회적 대화' 참여 주체 다변화 강조

  • 법 테두리 내의 집회 활동은 보장…노조 세제 혜택에 따른 회계 공시 등 추진

  •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힘쓰고 외국인 가사인력 도입으로 韓 저출산 문제 해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6.15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사회적 대화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노사정 대화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한국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경사노위 대화중단선언이 사회적 대화중단으로 해석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은 "누구보다 사회적 대화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면서 "변화된 노동 환경에 맞게 사회적 대화도 새로운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출신인 이 장관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부터 거의 모든 사회적 대화에 참여했다. 2015년 노사정 대타협 주역이기도 하다.

애초 이달 1일 경사노위 노사정 대표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31일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이하 금속노련) 간부들이 광양제철소 농성 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되자 한국노총은 보이콧을 선언했다. 지난 7일엔 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이로써 노사정 대화는 윤석열 정부 들어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 세액 공제에 공시 책임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 세금으로 노조 활동을 일부 지원하는 데 상응하는 공공성과 투명성이 필요하다"며 양대 노총 반발에 굽힘 없이 추진할 뜻을 밝혔다. 고용부는 노조가 회계 공시를 거부하면 세액 공제 혜택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15일 입법예고했다.

이 장관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인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중국 동포 등에 제한된 외국인 가사도우미 자격을 필리핀 등 동남아로 확대할 계획이다. 저출산 대책 일환이다. 동남아 가사도우미는 청소·빨래는 물론 아이도 양육하는 '베이비시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6.15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대화 중단 선언으로 사회적 대화가 중단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한국노총이 정부의 법과 원칙에 따른 정당한 법 집행을 이유로 경사노위 대화를 중단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이를 사회적 대화의 중단으로 해석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는 노사정 대화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원·하청, 전문가, 이해관계자, 국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정부는 이미 노동 개혁 과제 성격에 따라 상생임금위원회·조선업 상생협의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 중이다.

개인적으로 모든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면서 누구보다 사회적 대화에 대한 중요성을 깊이 알고 있다. 이제는 사회적 대화도 변화된 노동 환경에 맞게 새로운 모델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대화 참여 주체를 미조직 근로자나 플랫폼 종사자 등으로 다변화하고, 청년·플랫폼·자영업단체 등에 정부 위원회 추천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

-노동 개혁에 있어 특히 노사 법치를 강조하고 있다. 노사 법치는 어떤 의미인가.

"법치는 모든 것의 기본이다. 특히 임금 체불, 공짜 야근, 직장 내 괴롭힘, 고용 세습 등 법이 지켜지지 않아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노동시장 약자다. 법만 제대로 준수되더라도 더 좋은 노동 조건을 실현할 수 있다.

정부는 그간 불법·부당한 산업 현장의 관행을 방기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노사 법치는 이런 비정상적 행위를 바로잡아 편법과 특권을 뿌리 뽑고, 노동시장 약자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특히 상생과 연대의 노동시장을 구축하기 위한 노동 개혁 출발점이다."

-노조 집회 활동에 대해서도 법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집회·시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집회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합법적인 권리 행사는 당연히 보장돼야 하지만 법 테두리를 넘어 다른 시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인정될 수 없다. 

아울러 불법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는 것이 법치를 기반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노조 역시 과거 구태의연한 모습에서 벗어나 법 테두리 내에서 권리를 행사하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가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일환으로 조합비 세액 공제에 공시 책임을 부여하는 것을 두고 '노조 자율성 침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투명성과 자율성이 충돌한다는 주장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투명성은 노조의 생명과 같은 대내적 민주성과 대외적 자주성 확보를 위한 필수 조건이자 사회·환경·지배구조(ESG) 경영의 핵심이다.

노조 회계 투명성을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은 궁극적으로 조합원 권리 보장을 위한 것이다. 취업자 대부분(88.3%)도 노조 투명성 제고와 다른 기부금 단체와 형평성을 고려해 세제 혜택에 따른 회계 공시를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6.15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노동시장 약자 보호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추진하고 있나.

"포괄임금 오남용을 근절하겠다. 정부는 올해 장시간 근로 가능성이 큰 사업장 800여 곳에 대해 집중 감독을 진행하고, 이달 중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상습 체불 관행도 엄단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형사처벌에 더해 경제적 제재를 확대하고 현장 감독을 강화하겠다. 근로자 권익을 신속하게 회복시키기 위해 사업주의 자발적인 체불 청산도 지원할 예정이다.

불공정 채용을 근절해 청년을 비롯한 구직자들을 보호하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지난달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몇 개 법 조항 개정으로 개선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상생과 연대 생태계를 조성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을 모호하게 확대해 산업 현장에 극심한 혼란과 갈등을 불러 법률 분쟁을 폭증시킬 것이다.

궁극적으로 대화가 아닌 파업 등 실력 행사라는 자력 구제를 우월 전략으로 만드는 '파업 만능주의'가 우려된다. 합리적 노사 관계를 위한 그간 노사정 노력을 소수 특정 노조 기득권을 위해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는 '반시대적 법안'으로, 국회에서 합리적이고 신중하게 고민해 주길 다시 한번 요청한다."

-이달에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방안 대책을 발표한다. 어떤 내용이 담기나.

"관계 부처와 당정이 협력해 6월 중 '이중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노동·산업·복지정책을 아우르는 종합적 대책이 될 것이다. 지난달 16일 여당 노동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제시된 조선업 상생협약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다른 산업으로 확산하는 것을 비롯해 공동근로복지 사업 확대, 업종 단위 기금 조성 검토, 원·하청 안전보건 상생협력 활성화 등을 포함한다.

상급단체인 양대 노총 역할도 중요하다. 양대 노총이 대기업·원청 노조 등 교섭력을 양보해 중소기업·하청 근로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제안하고 실질적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이중구조 해소에 있어서 노조의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한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을 두고 찬반 논쟁이 거세다. 왜 필요한 것이며 고용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한국 저출산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며 이를 해결하려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육아·돌봄 등 가사서비스는 공급 부족과 높은 비용 등으로 관련 인력 확대 요구가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지난해 12월 외국인 가사인력 시범사업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올 하반기 시범사업을 준비하면서 해외 사례 분석과 수요자·이해관계자·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계속해 왔다. 관계 부처 회의와 세부 실태·수요 조사 등을 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정 2년 차다. 노동정책이 나아갈 방향과 '상생의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한 방법은.

"최근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80.3%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답했다. 55.6%는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이 '긍정적'이라고 대답했다. 앞으로 법과 제도 개선 등 시간이 걸리는 과제는 노사단체를 설득하고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국민 지지를 바탕으로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

노조에 관행적으로 지원돼 온 국고보조금은 엄격하게 집행하고, 민주노총 임차료 지원도 타당성 등을 살피는 등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다. 양대 노총으로만 구성해 온 각종 정부 위원회도 다양한 목소리를 포함해 취약 근로자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하겠다.

국민적 공감 아래 노동 개혁을 완수해 노동의 가치가 진정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반드시 구현하겠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6.15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1961년 충북 제천 △대전고·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한국노총 정책연구위원·정책기획국장·대외협력본부장·투쟁상황실장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연구위원 △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 △건설교통부 장관 정책보좌관 △한국노총 사무처장 △제9대 고용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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