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 에너지 부국' 베트남이 전력 수입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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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준 통신원
입력 2023-06-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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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풍력 발전 설비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베트남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 부국이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베트남은 2020년 기준 태양광 발전 용량이 1만6500메가와트(㎿)로 동남아시아 최대 태양광 발전국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전기 가격 상승과 심각한 전력 부족 속에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오히려 중국과 라오스에서 전기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 재생 에너지 부국임에도 베트남이 전기를 수입해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폭염, 강수량 부족으로 전력 부족 심화
올해 들어 베트남 각지에서 발생한 폭염의 영향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반면 북부 지방의 강수량 부족으로 인해 수력발전 댐 수위가 매우 낮아져 전력 공급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러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력 부족 사태를 야기하고 있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전력 공급 보장을 위해 가용자원을 총동원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 백업 전력 공급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특히 북부 지역에 심각한 전력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상공부는 여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베트남전력총공사(EVN, 한국의 한국전력에 해당)는 베트남 석탄광물산업그룹과 동박총공사(Dong Bac, 석탄 화력 발전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베트남 국방부 산하 경제 방위 회사)에 올해 2분기 전력 생산을 위한 석탄 공급량을 늘릴 것을 주문했다. 또한 EVN은 베트남 석유가스그룹, 페트로베트남 비료화학공사, 까마우 석유비료JSC 등에 수요가 가장 높은 5월과 6월 두 달 동안 전력 생산을 위한 가스를 우선적으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베트남 상공부가 제안한 또 하나의 조치는 전기 절약 운동이다. 이에 관공서를 비롯해 기업, 가정에 전기 사용을 감축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베트남 내 많은 지역이 전기 절약을 촉구하고 전기를 교대로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전력 부족 사태는 여전히 경제와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폭염으로 수위가 줄어든 댐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중국·라오스서 전력 수입 
이와 동시에 베트남은 인접 국가들로부터 전력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중국, 라오스 등으로부터 전력을 수입하고 있었지만 전력 부족분에 대처하기 위해 그 규모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EVN과 광시전망공사(중국)는 베트남에 월 3000만 킬로와트시(㎾h)의 전력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전력은 꽝닌성 몽까이시와 하이하 지역 송전소에 공급된다. 라오스의 경우, 전력 공급망을 확충해 수입분을 한층 확대할 계획이다.

수입 전력의 경우, 베트남 국내 발전 가격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상공부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 구매 가격은 1㎾h당 6.5센트, 라오스는 6.9센트이다. 베트남 내 풍력 발전소에서 구매한 전력 가격보다 싸다. 내륙 풍력 발전 설비의 경우, 전력 가격이 1㎾h당 8.5센트, 해상 풍력 발전 시설의 경우 9.8센트이다.

주목할 점은 베트남에는 전력 가격에 대한 상공부의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아직 국가 전력망에 연결되지 않은 총 4200㎿ 규모의 풍력 및 700㎿의 태양광 발전소 87개가 있다는 것이다. EVN은 여름철 북부지역에서 1600~4900㎿의 전력이 부족할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 이 재생 에너지 발전소들이 가동되면 전력 부족분을 보충할 수 있다.

앞서 EVN은 지난 3월 20일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투자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전기요금, 전기매매계약 등 애로사항과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적극 논의한 바 있다. 투자자 중 한명인 T&T그룹의 응우옌 타인 빈(Nguyen Thanh Binh) 부사장은 EVN이 1㎾h당 6.2센트 가격으로 전력을 구매할 것을 상공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수입 전력 가격보다 낮은 수준이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됐으면 3월 말이면 전력부족 문제가 부분적으로 해소될 수 있었다. 그러나 상공부와 EVN은 투자자들이 제시한 잠정 가격에 전력을 구매하지 않고 더 높은 가격에 전력을 수입했다.  

EVN은 재생 에너지 설비가 과잉임에도 여전히 라오스와 중국에서 전기를 수입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수입 전력 생산량이 국가 생산량의 1.3% 미만으로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EVN은 당 호앙 안(Dang Hoang An) 상공부 차관의 말을 인용해 이미 2005년부터 라오까이, 하장 송전선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전기를 구매해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라오스에서 수입하는 전력은 대부분 수력 발전을 통한 것이며 2016년 정부 간 협력협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오스에서 수입되는 전력량은 하루 약 700만 ㎾h, 중국은 400만 ㎾h이다. 북부에서 소비되는 전력이 하루 약 4억5000만 ㎾h인 것과 비교하면 수입전력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지역과 송전 기술 문제도 있다. 재생 에너지 산업은 최근 크게 성장하고 있으나 주로 중부 및 남부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반면 전력 부족이 극심한 지역은 북부 지역이다. 동시에 송전선 등과 관련된 기술적 문제로 인해 중남부 지역의 전력 생산 설비가 북부 지역을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폭염 속 베트남 거리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결국은 재생 에너지
그럼에도 베트남은 재생 에너지 활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상 이변 등으로 인해 전력공급 상황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수력 발전 중심이었던 기존의 전력 공급 체계를 한층 다변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EVN은 재생 에너지 설비에 대한 잠정가격 협상과 합의를 진행하면서 해당 설비들이 전력 공급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총 발전 규모 2751.661㎿의 50개 풍력, 태양광 발전소 중 40곳(발전 규모 2368.7㎿)이 승인을 받았다. 그중 7개 발전소(발전 규모 430.22㎿)가 전력 생산 상업 운영 인증 절차를 완료했다. 나머지 프로젝트는 테스트 과정과 법적 절차를 완료하여 가능한 한 빠르게 운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상공부는 2020~2025년 기간 동안 전기 공급을 보장하는데, 특히 기상 이변 등으로 많은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EVN의 보고서를 인용하여 올해 건기 시기 전력 공급이 앞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며, 수력 발전 댐 저장량이 매우 낮은 수위로 내려가 물의 유입 시간에 따라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유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ㅍ8일 발표된 상공부 안전기술 및 산업환경부서 보고서에 따르면 북부, 북중부, 남동부, 중부 고원 지역 일부 댐의 수위는 조만간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부 수력 발전소는 댐의 수위가 보장되지 않아 전기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고 상공부는 전했다.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전기 사용 절약 캠페인도 당분간 지속되어야 할 전망이다.

상공부는 전국적으로 소비되는 전체 전력의 최소 2%를 절약한다는 공동 연간 목표를 제시했으며 각 부처와 기관에 전기를 절약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와 방안을 수립하도록 했다. 또한 가정에서 에너지 절약 마크가 있는 전기 제품을 사용할 것을 권장한 동시에 태양열 온수 난방 시스템, 지붕 태양광 발전 시스템 설치를 장려하고 있다.

전력 수입을 통해서 일시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언정 그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변통책이고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베트남 전력 체계의 독립성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결과적으로 베트남은 향후 전력 공급 안정을 위해서는 △전기 사용 절약 △재생 에너지 개발 촉진 △에너지 효율 제고 등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베트남 상공부의 찐 꾸옥 부(Trinh Quoc Vu) 에너지 절약 및 지속 가능 개발부 차장은 "전력 공급 문제가 상당히 복잡한 상황 속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방안은 에너지를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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