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증시] 부동산기업 사상 첫 퇴출...'도미노 상폐'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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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06-0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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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가 1위안 미만 거래 부동산기업 8곳

  • 강제 상장폐지···기업 회생 가능성 '요원'

  • 반짝 회복 후 고꾸라진 부동산 경기

중국 베이징의 한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앞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앞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 중국 본토 증시에서 쓰촨성 부동산 재벌기업 란광(藍光)이 퇴출됐다. 주가가 20거래일 연속 1위안 미만에서 거래됐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증권거래소 상장폐지 요건이다.

문제는 란광은 중국 부동산기업 상폐의 시작일 뿐이라는 것. 최근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가가 '반 토막' 나면서 중국 본토 증시에 상폐 리스크를 안고 있는 부동산 기업이 수두룩하다고 중국 증권일보가 7일 보도했다. 
 
주가 1위안 미만 거래 부동산기업 8곳···'도미노 상폐' 리스크
중은국제증권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 본토증시에서 주가가 1위안 남짓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장사의 26%, 12곳이 부동산 기업이다. 이 중 8곳은 주가가 사실상 1위안 미만에서 거래되고 있어서 곧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본토 증시에서 부동산기업이 퇴출된 것은 란광이 처음이지만, 홍콩증시에서는 이미 부동산 기업 퇴출이 이뤄졌다. 앞서 4월 1000억 위안대 자산 규모의 장시성 부동산재벌 신리(新力)가 부동산 기업으로는 올해 처음 상폐된 것.

약 2년간 이어진 부동산 규제 정책과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경기 둔화로 중국 부동산 기업들은 자금난에 빠졌다. 과거 부동산 경기 호황 때 빌린 부채가 발목을 잡고, 규제에 막혀 채권 발행이나 은행 대출도 어려운 데다가, 수요가 침체돼 집이 안 팔려 매출도 저조한 탓이다. '대마불사'로 불리던 중국 부동산 재벌 헝다그룹도 경영난으로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에 빠지며 현재 구조조정에 맞닥뜨린 상태다. 

중국의 한 부동산기업 책임자는 증권일보를 통해 "올해 부동산 경기 상황으로 볼 때 경영난에 빠진 부동산 기업의 상폐가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돌입했으며, 앞으로도 상폐 도미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강제 상장폐지···기업 회생 가능성도 '요원'
상장폐지가 곧바로 회사 도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강제로 상장폐지 되면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져 사업 투자가 제약을 받고, 회사 가치·평판이 하락해 매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 상장폐지가 되면 기업 회생을 위한 구조조정 개편도 어렵다고 류수이 중국 부동산연구소인 중국지수연구소 기업연구 총감은 진단했다. 
 
실제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앞서 7일 중국 부실 부동산기업 일부가 상장 폐지 위험에 직면했다며 이로 인해 구조조정 옵션이 줄면서 해당 기업들이 청산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S&P는 현재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중국 부동산 기업은 스마오(世茂), 양광청(陽光城) 등 모두 11곳으로, 이들이 발행한 역내외 채권액만 모두 210억 달러(약 27조4200억원)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기업이 상폐되면 사실상 기업이 회생할 수 있는 구조조정 대신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  청산가치는 일반적으로 달러당 2~4센트로 극히 낮은 데다가, 이미 진행 중인 아파트 건설사업도 미완공될 수밖에 없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자금난에 빠진 부동산 기업들이 아파트 공사를 잇달아 중단하면서 '란웨이러우(爛尾樓·짓다 만 아파트)’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바 있다. 란웨이러우 입주 예정자들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환을 거부하는 시위를 벌여 부실대출 리스크는 물론 사회 불안정을 초래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기업의 상폐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고 정부·채권자의 지원과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 하지만 최근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장 속에서 선뜻 경영난에 빠진 부동산 기업 자산을 사들이려는 투자자를 찾기 힘든 만큼 구조조정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반짝 회복 후 고꾸라진 부동산 경기···부양카드 '만지작'
중국 부동산 경기는 올초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서서히 살아나는 듯보였으나 최근 들어 다시 고꾸라진 모습이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중국부동산정보(CRIC) 자료에 따르면 중국 100대 부동산 개발 업체의 5월 신규 주택 판매액은 4853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로는 6.7% 증가했지만, 전달인 4월보다는 14.5% 감소했다. 앞서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전월 대비 역성장한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가 최근 부동산에 초점을 맞춘 경기 부양책을 발표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두달이 정부가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주담대 금리 인하 혹은 부동산 개발업자에 대한 자금조달 지원, 두 번째 주택 구매를 위한 보증금 인하 등의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추정했다.

아울러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혹은 은행권 지급준비율도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조치가 중국 내 2~3명의 아이를 가진 가계의 주택시장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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