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평당 2.3억" 中초호화아파트 '무더기' 경매 넘어간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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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05-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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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000억원' 빚더미 앉은 건설사

  • 담보 잡힌 아파트 72채 경매로

  • 부동산 불경기에도 초고가 아파트 '호황'

  • 경매 매물 '군침' 흘리는 中부자들

중국 베이징 초고가아파트 '완류수위안' 전경. [사진=중국 웨이보]

중국 베이징 하이덴구 초고가 아파트 단지로 유명한 '완류수위안(萬柳書院)'. 중국 부자들의 '상징물'이다. 고작 300여개 세대의 소규모 단지인 데다가, 팔려는 사람이 없어 매물도 귀하다. 지난해 5월 경매 매물로 나온 약 300㎡(약 91평)짜리 아파트는 1억900만 위안(약 208억원)에 낙찰됐을 정도다. 우리 돈으로 평당 2억3000만원의 가격이다. 

지난해 말에는 한 소년이 얼굴은 드러내지 않은 채 집에서 농구 드리블을 하는 지극히 평범한 영상을 숏클립 플랫폼 더우인(중국판 틱톡)에 올렸는데 화제가 됐다. 영상 속 소년의 위치가 '완류수위안'으로 잡힌 게 그 이유다. 소년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완류샤오예(萬柳少爺, 완류에 사는 도련님이란 뜻)'라고 불리며 폭발적인 화제가 됐다. '완류샤오예'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오고, 해당 영상에는 하루 새 수백만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그만큼 '완류수위안'은 중국 부유층의 상징적 아파트로, 부자를 꿈꾸는 서민들이 동경하는 아파트로 잘 알려져 있다. 
 
'9000억원' 빚더미 앉은 건설사···담보 잡힌 아파트 72채 경매로
중국 한 경매 사이트에 매물로 올라온 '완류수위안' 아파트 72채

중국 한 경매 사이트에 매물로 올라온 '완류수위안' 아파트 72채 [사진=징둥경매 사이트 갈무리]

그런데 지난 6일 중국 한 경매 사이트에 완류수위안 아파트 72채가 헐값에 매물로 올라왔다고 중국 제일재경일보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경매 사이트에 올라온 지 사흘 만에 40명 넘게 구매 의향을 밝혔을 정도로 중국 부자들은 군침을 흘리고 있다. 최근 중국 부동산 불경기에도 초고가 아파트를 향한 구매 열기는 식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회사 존스랑라살(JLL)에 따르면 지난해 베이징 호화주택 판매량은 약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초고가 아파트가 갑작스레 경매 매물로 나온 배경은 이렇다. 완류수위안 건설사인 베이징 중허(中赫)부동산 계열사인 허화헝루이(赫華恒瑞) 부동산이 47억 위안(약 9000억원)에 가까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채권자인 중국신다가 담보물로 잡고 있던 이 아파트를 무더기로 경매에 내놓은 것이다. 

채무액으로 계산해보면 매물로 나온 아파트 채당 평균가격은 6260만 위안(약 119억원). 시중 거래가보다 훨씬 저렴하다. 최근 중국 부동산 중개업소 중위안부동산에 올라온 완류수위안 매물을 살펴보면 거실 2개·방 5개 구조의 323㎡ 크기 아파트인데, 가격은 ㎡당 31만8000위안, 총 1억300만 위안이다. 

사실 완류수위안은 건설 전부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완류수위안이 소재한 곳은 베이징 하이뎬구 완류 지역 일대. 2012년 이곳 택지가 경매에 부쳐졌을 때부터 ‘땅 따먹기’ 경쟁이 치열했다. 당시 완커·룽촹·진마오·중허·룽후·화차오청 등 내로라하는 중국 부동산 개발상 등이 입찰에 참여했다. 결국 중허부동산이 46차례 호가 끝에 26억3000만 위안에 낙찰받았다. ㎡당 4만1500위안 가격이다. 당시만 해도 베이징 '토지왕'이라 불릴 정도로 최고가 토지 낙찰가격이었다. 

중허부동산은 베이징의 또 다른 초고가 아파트 '댜오위타이 7호위안'을 건설하는 등 호화아파트 건설에 노하우가 있는 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중허부동산이 완공한 완류수위안이 시장에 출시된 2015년 1월 분양가는 당시 ㎡당 14만5000위안이었는데, 순식간에 완판됐을 정도다.  

사실 중허부동산은 중국 프로축구 리그팀 '베이징 궈안'의 지분 100%를 보유한 기업이기도 하다. 그룹의 실질적 대주주인 저우진후이는 베이징 궈안의 구단주다. 

하지만 최근 들어 회사가 경영난을 겪으며 2019년 계열사인 허화헝루이 ‘주인’은 중국신다로 바뀌었다. 중국신다는 부실자산과 채권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자산관리회사(AMC), 일명 배드뱅크다. 
 
부동산 불경기에도···초고가아파트 매물 '군침' 흘리는 中부자들
중국 베이징 초고가 아파트 '완류수위안'

중국 베이징 초고가 아파트 '완류수위안' [사진=웨이보]

건설사인 중허 부동산은 부채에 시달리고 있지만, 완류수위안은 베이징에서 내로라하는 초고가 아파트로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지리적 이점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 8학군'이라 불리는 하이뎬구에 소재해 있는 것. 이곳은 칭화대·베이징대 등 명문대가 소재한 곳으로, 중관춘 초등학교·인민대 부속 초중등학교 등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가 밀집해 있다. 게다가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에서 4㎞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쇼핑몰·골프장 등 상업시설도 주위에 몰려 있다. 

또 완류수위안은 총 세대 수가 약 300여 가구로 비교적 적은 데다가 시장에 매물로 잘 나오지도 않는다. 

단지 내 경관이나 시설도 수준급이다. 단지 정문의 청동으로 된 대문과 회색빛 담장은 마치 중세시대 유럽의 고풍스러운 대저택을 떠올리게 한다. 단지를 둘러싼 5m 높이의 회색 담장은 모두 네덜란드에서 수공예로 만든 벽돌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아파트 내부에 설치된 공기청정기, 환풍기, 바닥, 석재 등은 모두 독일, 스위스 등 유럽제 유명 브랜드 제품을 수입한 것이다.
 
주차 서비스는 5성급 호텔 수준이다. 주차면 1개당 한 달 관리비가 200위안(약 3만8000원). 세차·차량 유지보수·주차장 청소·온도 습도 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밖에 단지 내에는 주차 관리부터 단지 공공구역 청소, 각종 설비 유지보수, 정원 관리, 일상 잡무 등을 지원하는 집사도 배치돼 있다. 

그만큼 아파트 한 달 관리비도 ㎡당 12.5위안으로 비싸다. 200㎡ 아파트 세대주의 경우, 한 달에 관리비만 2만5000위안을 내야 한다. 

이곳엔 유명인들도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특히 30~50세 IT기업인들이 많은데, 류촨즈 레노버 창업주 , 류칭 디디추싱 총재, 딩레이 넷이즈 창업주 등이 대표적이다. 
 
ㅇㅇ

중국 베이징 초고가 아파트 '완류수위안' [사진=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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