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배정훈 PD가 국가수사본부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고군분투 하는 경찰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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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3-06-0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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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Wavve) 오리지널 '국가수사본부'는 스펙터클한 액션물 대신 긴 호흡과 여운으로 형사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연출했던 배정훈 PD는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사람냄새 나는 경찰의 일상을 풀었다. '국가수사본부'를 기획한 그와 이야기 나눴다.
 

국가수사본부 배정훈 PD [사진= 웨이브 ]

Q. 이번 다큐멘터리의 기획의도가 뭔가요?
A. 많은 사람들이 '국가수사본부'를 생소하게 생각하세요.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서 경찰관 분들을 많이 만났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국가수사본부를 기획하면서 경찰 분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Q. '그것이 알고싶다'가 '국가수사본부'를 제작하면서 어떤 영향을 줬나요?
A. 그것이 알고싶다를 하면서의 고민을 시작으로 만들어졌는데 경찰관 분들의 삶을 내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어요.
 
Q. 경찰 분들의 협조가 많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A. 상호간의 민감한 이슈였고 방송에 등장하는 모든 피의자들은 여러 이슈들이 있어서 당연히 기소 이후에 방송을 하고 1심 이후에 방송을 하는 게 좋다고 했었어요.
 
Q. 에피소드 선별 기준이 있나요?
A. 촬영 단계에서 선별을 하지는 않았고 촬영하고 나서 선별을 했어요. 현장성이나 경찰관 분들의 고민 등을 많이 담으려고 했어요.
 
Q. 범죄 현장이 자세하게 담아 모방 범죄 우려도 있는데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이러한 우려들이 반가워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분들이 이런 고민들을 안해봤거든요.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는 고민이 많아요. 많이 걸러내고 스스로의 기준점도 세울 수 있었어요. 실제 사건 현장의 사진을 여러차례 사용했는데 모자이크 이상으로 화면을 훼손해놨어요. 이 콘텐츠 안에는 기존의 방송보다 왜곡해서 방송을 했어요. 여러 가지의 고민들이 녹아있고 우려나 비판의 목소리부터 시작하는 논의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Q. 대원칙이 있었나요?
A. 다른 탐사보도와 다른 건 저희의 시선이 없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자의 입장으로서 촬영을 하는 게 제작자의 대원칙이었어요.
 
Q. SBS가 아니라 OTT로 방영을 한 이유는 뭔가요?
A.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더라고요. 방송을 제작할 때 마감시간 때문에 멈춰야 되는 게 많았는데 이번에는 끝까지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TV플랫폼이 아닌 다른 플랫폼을 찾게 됐어요.
 
Q. 취재에 대한 갈증도 풀렸을 것 같아요.
A. 과거에 취재를 하는 PD로서 상당히 사건에 개입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감정이 생기고 객관을 잃기 쉽거든요. 저희가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 분들이 더욱 신경쓰셨을 수도 있겠지만,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거리두기를 하면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건 이러한 장점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어떤 판결을 받는지까지를 알 수 있어서 갈증이 해소됐어요.
 
Q. 오프닝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아요.
A. 래퍼 팔로알토랑 '궁금한 이야기Y'를 제작할 때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제작진이 추천을 해줬어요. 마음의 빚이 있었는데 그 뒤에 그 분의 랩을 좋아하는 팬이 됐고 강력 사건이 힙합 장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팔로 알토랑 빈지노를 고민했는데 제작을 하면서 두 분 다 만났어요. 근데 팔로 알토와 더 잘 맞을 것 같아서 팔로알토와 하게 됐어요.
 
Q. 형사들의 인터뷰가 많았는데 그 이유가 뭔가요?
A. 되게 여러 번 했어요. 저희 프로그램의 특성이 나레이션을 없고 스토리는 있잖아요. 그래서 인터뷰가 상당히 중요한데 열심히 해주시긴 했지만 인터뷰로 고생을 많이 시켜드렸어요.
 
Q. 영화 같은 서사가 느껴졌어요.
A. 영화 찍는 좋은 카메라를 사용했어요. 사장님이 잘 만들어 보라고 두 대를 사주셨어요. 그래서 볼 때 질감이 느껴질 거에요.
 
Q. 화면에 공들인 이유가 있나요?
A. 그것이 알고싶다를 하면서 '왜 항상 우리는 날 것을 담아야 될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Q. 요즘 알고 싶은 것은 뭔가요?
A. 부산 양정동 사건이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요. 항상 공판에 참여하는데 유가족 분들을 거기서 만나고 있는데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요.
 
Q. 가장 애정이 가는 에피소드는 뭔가요?
A. 13화가 가장 애정이 가요. 원래는 10화로 제작이 되기로 했는데 13화에 나오는 경찰관 분들이 고생을 엄청 많이 하셨어요. 근데 그 회차를 뺀다는 게 너무 아쉬워서 요청을 드렸어요.
 
Q. 마약 취재를 해본 입장에서 마약이 무서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A. 호기심 반, 취재 욕심 반에서 마약을 하는 사람을 찾아보자 했는데 1시간 만에 찾았어요. 텔레그램, 비트코인 등을 통해서 마약을 하고 있을 거예요. 마약 청정국이라는 단어에 가려서 현실을 못본 것 같아요. 친구를 잃을 수도 있고 친구로 인해서 내가 전염될 수도 있고 제 3자에 의해 마약을 하게 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마약을 반드시 다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콘텐츠는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담아냈는데 '마약이 가까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국가수사본부'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건 뭔가요?
A. 사전에 디테일한 부분을 상의하지는 않았고요. 진술을 확복하기 위한 수사기법들이 자연스럽게 담긴 것 같고 의도적인 편집삭제나 과장을 담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를 담으려고 했어요.
 
Q. 콘텐츠가 공개되고 온 피드백이 있나요?
A. 경찰분들께 많은 피드백을 받았고 '다음에 또 하게 되면 이런 건 하지 말자'나 '와이프가 좋아하더라', '왜 이렇게 피부가 안 좋게 나왔냐'는 말도 있었어요. 촬영하던 중에 인사발령이 된 경우도 있었는데 그걸 통해서 적응을 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의견도 많았어요.
 
Q.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하면서 성악설을 느끼기도 했을 것 같아요.
A. 성악설이라고 붙이기 아까울 만큼 범죄자들이 찌질하고 비겁하더라고요. 성악설보다는 '이 사람은 별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어떤 세상을 바라나요?
A. 저는 갈등을 좋아하지 않는데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하면서 갈등에 끼여 있으면서 제 인상이 바뀐 것 같아요. 그래서 갈등이 덜한 세상이 좋은 세상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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