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표창원 소장이 말하는 주변의 관심이 바꾼 표창원과 신창원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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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3-04-0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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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방송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표창원 소장. 그는 범죄심리학자로서 자신이 보거나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표창원 소장은 이름이 비슷한 신창원과 자신의 차이를 이야기 했는데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표창원 소장 [사진= 아울북]

Q. 어린시절 표창원은 어떤 아이였나요?
A. 무척 호기심이 많고 행동적이고 과감한 아이였죠. 학교 생활기록부 상에 적힌 제 모습은 '용감하고 정의롭고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있으며 친구들과의 우정을 중시하는 아이' 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무모한 모험이나 짓궂은 장난, 동네나 학교에서 싸움을 많이 하는 '말썽꾸러기' 모습이 있죠.

부모님과 선생님 등 주위 어른들이 따끔한 체벌 및 훈육과 함께 관심, 사랑과 믿음을 주셨기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독서나 공부나 사색 등을 통해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줄이는 노력을 하는 과정이 지금의 제 모습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합니다.
 
Q.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이런 것까지 해봤다!' 하는 게 있을까요?
A. 화성경찰서 근무 시절에는 심야에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하는 음주운전자가 혹시 연쇄 살인 범인일지 몰라서 추격해 논에서 격투 끝에 붙잡기도 했습니다. 

부천경찰서 근무 당시에는 도주하는 절도 피의자 차량의 사이드 미러를 붙잡고 수십 미터를 끌려가다가 결국 놓쳐버린 일도 있습니다. 며칠 후 베테랑 선배 형사께서 정보망을 동원해 그 피의자를 너무 쉽게 잡아오시는 모습을 보고 허탈했습니다. 대학입시 시험지 도난사건을 수사할 땐 도난당한 시험지를 찾기 위해서 화장실 정화조를 뒤지고 쓰레기 하치장을 뒤지기도 했죠.

하지만 경찰관을 사직하고 대학교수, 외부 민간 프로파일러가 된 뒤에는 직접 범죄 수사를 하지 않고 분석 자문만 해 주기 때문에 그런 위험하고 힘든 일은 없었습니다.
 
Q. 일반인과 범죄자들의 뚜렷하게 나타나는 심리적인 차이가 있나요?
A. 일반인은 범죄 유혹이나 충동을 느껴도 만약 범죄 행위가 드러나고 경찰에 잡힌 뒤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실망할 생각이 앞서 실행에 옮기지 않죠. 하지만 범죄자는 철저한 준비나 거짓말, 조작된 알리바이 등으로 잡히지 않을 방법 생각에 더 집중합니다. 그러다 보면 '잡히지 않을거야'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더 우세해져서 결국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죠.
 
Q. 우리가 잊지 말아야 될 미제사건은 뭐가 있을까요?
A. 모든 미제사건은 결코 잊어서는 안될 우리 사회의 '치유되지 않은 상처', '밀린 숙제'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포천 여중생 피살사건', '이형호 군 유괴 살인사건', 대구 황산 테러 '태완이 사건', '개구리 소년 사건' 등 어린이가 피해자인 미제 사건은 해결될 때 까지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Q. 프로파일러는 마음의 짐을 항상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짐을 덜어준 해결된 미제 사건은 뭔가요?
A. '이춘재 사건'이죠. 제가 화성경찰서 근무 당시 9차 사건이 발생했고 현장에서 여중생 피해자의 모습을 보고 현장 보존과 증거 확보 업무를 맡았었는데 그 어린 피해자를 참혹하게 살해한 악마를 잡지 못해 한과 죄책감과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처제 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복역중이던 이춘재가 진범이라는 것이 밝혀진 순간 일부나마 그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습니다.
 
Q. '그것이 알고싶다'에 오랫동안 출연을 하고 계신데요. 요즘 알고 싶은 세가지가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A. 1. 주요 미제 사건 범인 2. (멸망하는지 지속가능한 세상으로 변하는지) 지구와 인류의 미래  3. 언제 남북 통일이 되는지
 
Q. 프로파일러로서 많은 범죄현장을 접하면서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고된 일상 속에서도 다시 살게 만들어 주는 건 뭔가요?
A. 가족입니다. 모든 어려움과 힘든 상황을 함께 하고 서로 이해하고 격려하고 힘이 되어주는 가족과의 대화, 식사, 여행 등 함께하는 시간들이요.
 
Q. 표창원 소장님과 신창원을 예로 들면서 주변의 작은 차이와 변화가 범죄의 탄생을 막는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A. 나이도 한 살 차이, 어린 시절 말썽꾸러기, 싸움꾼이라는 공통점을 가졌던 표창원과 신창원입니다. 하지만 잘못했을 때 체벌과 훈육만이 아닌 사랑과 관심과 믿음을 함께 받았던 표창원과 달리 처벌과 낙인만 주어졌던 신창원은 이웃이나 학교 또래 친구들과 멀어지고 소년원 동기 선후배 등 범죄자들과 많은 교류를 하게 되면서 점점 범죄 문화와 습관에 빠져 들어간 것이 차이죠.

Q. 자녀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게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해요.
A. 지켜주고 지켜봐 주는 것입니. 부모는 자녀를 보호하는 사람이지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죠. 그래서 전 제 딸과 아들이 몸과 마음이 성장해서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한 임무로 여겼습니다.

아울러 먼저 경험해서 안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정답을 제시하거나 대신 해 주지 않고 실수하거나 실패하더라도 스스로 도전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익히고 배우고 깨달을 수 있도록 '지켜보는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Q. 프로파일링은 사람 공부라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 하는 건 뭔가요?
A. 경청이죠. 잘 들어야 상대방의 의도와 욕구와 정서를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어요. 그래야 소통, 공감, 설득 같은 다음 단계의 인간관계 구축 노력이 가능해집니다.

Q. 직업병이 있나요? 그리고 그 직업병이 일상생활에서 어떤 영향을 주나요? 
A. 말이나 주장 등을 잘 믿지 않죠. 의심하고 경계하고 숨은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고. 그러다 가까운 사람들이 상처를 입는 일도 발생합니다.
 
Q. 많은 사람들이 프로파일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해와 진실은 뭔가요?
A. 범인을 쫓고 격투하고 체포하는 건 프로파일러의 역할이 아닙니다. 프로파일러는 범죄 현장에 남은 범인의 행동 증거를 분석해서 그의 특성을 파악해 수사진에게 분석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표창원 소장이 전하는 메지 [사진= 김호이 기자]



Q. 표창원이 생각하는 정의란 무엇인가요?
A. 옳음이죠. 하지만 '자기만의 옳음', '자기 집단만의 옳음'이 아닌 근거와 보편적 타당성을 갖춘 '객관적 옳음'이죠.

예를 들어 월드컵 축구 경기 한일전에서 일본 공격수가 한국 진영 페널티 박스 안에서 수비수와 부딪쳐 넘어지면 일본 팬은 페널티 킥이라고 주장하고, 한국 팬은 헐리웃 액션이라고 주장하는 '두 개의 정의'가 있는 것일까요? 아니죠. 비디오 판독, 심판의 판단 등 근거와 보편적 타당성을 갖춘 '하나의 정의'만 있을 뿐이죠.

그래서 '참 정의'에는 치열한 탐구와 공부와 조사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섣부르고 경솔하게 하나의 주장을 정의라고 믿고 그에 따라 소리치고 공격하는 행동을 전 '게으른 정의'라고 규정합니다.
 
Q. 프로파일러로서 표창원과 국회의원으로서의 표창원, 기획자로서 표창원, 그리고 사람으로서의 표창원은 어떤 사람인가요?
A. 다 한 사람인 표창원이죠. 같은 원칙과 철학과 소신에 따라 선택하고 행동하는 같은 사람. 다만 입장과 여건, 상황 그리고 상대방이나 대상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보이고 비춰질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오늘도 무사하기를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우선 '지나치고 불합리한 걱정과 우려는 실제 위험 그 자체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실제 강력사건의 피해자가 될 확률은 비오는 날 번개를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합니다. 하지만 번개 치는 날 골프를 치는 등 번개를 맞을 수 있는 행동을 한다면 그 확률은 매우 높아지겠죠. 도로에서 사고를 피하기 위해 '방어운전'을 하듯 삶에서도 '안전한 생활'을 습관화 하신다면 지나친 걱정 없이 즐겁고 편안하게 생활하셔도 되는 세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표창원 소장과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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