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 생전 인터뷰서 "평범한 이웃 이야기 다시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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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3-03-1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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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무신 고(故) 이우영 작가 [사진=이우영 작가]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 만화 검정고무신은 초등학생 기영이와 중학생 기철이를 비롯해 이들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만화 검정고무신은 지난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소년챔프에 연재돼 큰 사랑을 받아온 작품. 무려 14년간 연재된 검정고무신은 시사 만화를 제외하면 최장기 연재 기록을 가지고 있다. 특히 45권까지 단행본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이처럼 오랜 기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아 온 만화 검정고무신의 작가 이우영씨가 지난 11일 별세했다. 고(故) 이우영 작가가 방문을 잠근 채 기척을 보이지 않는다는 가족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고 경찰이 소방당국과 함께 강제로 문을 열고 숨져 있던 이 작가를 발견했다. 이 작가의 가족은 "(이 작가가) 최근 저작권 소송 문제로 힘들어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작가는 지난 2020년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검정고무신은 현재 중요한 시점에 놓여있다"고 말문을 연 뒤 "잘못된 계약을 바로 잡으려 하는 도중 원작자가 피소를 당하는 입장에 놓여 만화가협회와 힘을 모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이 잘 마무리돼 기영이와 기철이를 자유롭게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지난 1980년대 요동치는 시국에 꿋꿋이 버티던 우리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그려보고 싶다"고 전했다.(고 이우영 작가 생전 인터뷰 기사: https://www.ajunews.com/view/20201011153639350)

하지만 그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이 작가는 지난 2021년 기자와의 통화에서 "만화 검정고무신 영상을 본인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싶지만, 저작권 때문에 고민이다"라고 밝혔다. 또 이 작가는 지난해 극장판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즐거운 나의 집' 개봉을 앞두고 한 유튜브 채널에서 "원작자인 나에게 허락도 구하지 않고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으며 얼마 되지 않는 원작료까지 지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캐릭터 대행 회사로부터 자신들 허락 없이 검정고무신 캐틱터를 등장시킨 만화를 그렸단 이유로 피소돼 4년째 소송을 진행 중이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형설앤 측은 "이는 이 작가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극장판 검정고무신:즐거운 나의집은 글 작가인 이영일 작가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지난 1999년부터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온 새한프로덕션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라고 전했다. 다시 말해 원작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이 작가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편 향년 50세로 세상을 떠난 이 작가에게 만화 검정고무신은 자식 같은 존재였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태어나기도 전 이야기를 어떻게 접했냐는 질문에 "부모님 사진첩과 어른들의 이야기, 공공기관 자료 등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아 전차 이미지를 구하기 위해 작업하던 포천 산골짜기에서 서울역까지 여러 번 찾아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 작가는 "추억은 반드시 행복한 감정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슬픔과 우울함, 고독함 등 우리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난 다음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힘든 지금도 행복하다고 말하며 사는 강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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