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한문철 변호사가 일을 그만 하는 날이 왔으면 하는 이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3-05-01 15: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블랙박스를 통해서 교통사고를 분석하며 과실비율과 예방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한문철 변호사. 그는 늘 안전한 세상을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교통사고에 대해 전부 알려준다. 한문철 변호사가 바라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문철 변호사 [사진= 김호이 기자]

Q. 교통사고전문 변호사를 하기 잘했다고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요?
A. 많은 분들이 저 덕분에 교통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는 글을 올려줄 때 제일 좋아요.
 
Q. 보험사에서 과실 비율을 한문철 변호사를 통해서 정하자는 말까지 나오더라고요.
A. 보험사에서 몇 대 몇이라고 하는 건 보험사의 '과실비율기준표'라는 책자가 하나의 기준이에요. 그건 보험사에 유리하게 돼 있어요. 100대 0은 없다는 전제로 만들어진 것들이 많아요. 그건 법이 아니라 업무 지침일 뿐이에요. 그게 잘못됐다는 걸 이제는 보험사 직원들도 알죠. 그렇다면 법원까지 가기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분쟁심의위원회에서 나오는 결과도 상식에 어긋나는 게 있어서 양쪽 보험사나 사고당사자와 보험사 직원이 한문철의 스스로닷컴에 제보를 해서 한문철 변호사가 몇대몇이라고 얘기하는지 보고 정하자는 얘기가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Q. 많은 데이터들이 쌓였잖아요. 데이터의 힘을 언제 느끼시나요?
A. 늘 느껴요. 보험사에서 이게 왜 100대 0인지 판결 가지고 오면 인정해준다고 하면 판결은 저한테 얼마든지 있거든요. 판례가 2000년부터 23년 동안 6000건이 넘고요. 저한테 올라온 블랙박스 영상과 질문이 제가 갖고 있는 것만 해도 6만 개가 넘어요. 거기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보험사에서 말을 안 들으면 소송을 해서 판결을 보내줘요.
 
Q.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교통 상식이 있나요?
A. 바퀴가 굴렀을 때 100대 0은 없다는 건 잘못된 거예요. 100대 0이 얼마든지 있죠. 예상도 못하고 도저히 피할 수도 없는 사고일 때는 당연히 100대 0이 있을 수밖에 없고요. 그리고 비접촉 사고는 60대 40이라는 것도 잘못됐어요. 비접촉 사고라도 100대 0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뒤에서 들이박으면 무조건 뒷 차가 100이라고 했었는데 앞에 가던 차가 이유 없이 급제동 했으면 경우에 따라서는 앞 차 잘못이 클 때도 있어요.

Q. 어린이들을 위해 한 탐정으로 나섰어요. 어떤 책인가요?
A. 출판사에 왜 탐정이냐고 했더니 어린이들이 탐정 놀이를 하면서 뭔가 찾아 나서는 걸 좋아하고 변호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걸 하는 직업인지 모르니까 탐정이 좋을 것 같다고 했어요. 어린이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교통사고 유형 네 가지를 정리했어요. 골목길에서 뛰다 보면 사고가 날 수 있으니까 뛰면 안되고, 횡단보도에서 녹색 신호만 보고 바로 건너지 말고 멈춰서 3초의 여유를 갖고 건너라. 그리고 신호등이 없을 때는 손을 들고 운전자들과 눈을 맞추고 건너고 차 뒤나 앞 사각지대에 대해 설명했어요. 독후감 올라오는 걸 보면 사각지대에 대한 내용이 아이들한테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강아지 산책을 할 때는 목줄을 2m 이내로 하라고 썼어요.
 

시간영수증 [사진= 김호이 기자]

Q. 어떻게 하면 우리 모두 안전한 세상이 될 수 있을까요?
A. 여유가 있어야 천천히 갈 수 있어요. 빠르면 사고가 나는 거예요. 어린아이들한테 뛰지 말라고 하는 건 뛰면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여유를 가지고 가고자 하는 쪽을 잘 보고 가야 돼요.
  
Q. 스스로 하는 일을 정의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A.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죠. 약 30여년 동안 한 우물만 파왔으니까 다른 분들보다 경험이 많고 데이터가 많아서 똑같은 사건이더라도 결론에 빨리 도달할 수 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요.
제가 다른 변호사들 보다 잘할 수 있는 건 교통사고 분야 하나에요. 재능이라기보다 경험과 데이터를 통한 노하우죠. 이걸 토대로 불필요한 분쟁을 하는 분들에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면 이것도 하나의 보람이죠. 그런 걸 한사람씩 1대1로 하다 보면 제가 많이 힘들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께 이전의 데이터를 보여주기 위한 게 한문철 TV에요.
 
Q. 1만 시간의 법칙이 있잖아요. 1만 시간 이상을 하면 전문가라고 하는데요. 변호사님의 이름 앞에 교통사고전문변호사라는 말이 붙고요. 스스로 '전문 변호사라고 붙어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 있나요?
A. 소송 사건을 3000건 넘겼을 때요. 1000건, 1500건, 2000건 했을 때는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3000건이 넘었을 때는 '이제는 눈에 보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도 모르는 것들이 많긴 하지만 스스로 닷컴에 답변 올라오는 걸 보고 그분들이 결과를 올려주시면서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기도 하고요. 이제는 정답에 가깝게 예견할 수 있는 정도까지 왔어요. 그리고 부족한 2%를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고요.
 
Q. 교통사고를 경험한 사람들이 당시에 운이 안 좋았다고 말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요. 운이 작용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운이 작용하죠.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사고나 내가 사고를 냈는데 잘못이 하나도 없는 경우도 있고요. 내가 사고를 당했는데 나의 잘못 없이 억울하게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어요. 운이 작용하는 경우가 엄청 많죠.
 
Q. 직업 만족도는 5점 만점에 몇 점인가요?
A. 제가 하고 있는 전문 변호사는 쉽게 말해서 설렁탕 전문은 설렁탕만 해야 돼요. 저는 교통사고 하나만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스트레스도 안 받고 많은 사건을 하다 보면 일반화 시킬 수 있어요. 가끔 특수한 사정에는 거기에 대해서 연구가 필요하기도 하고요. 제가 하는 한문철 TV가 맛집인지 아닌지는 독자 분들이 판단을 해주실 수 있을 것 같고요. 저는 이 일을 하면서 행복해요.
 

한문철 변호사가 전하는 메세지 [사진= 김호이 기자]

Q. 교통사고전문변호사로서의 한문철, 사람으로서의 한문철은 어떤 사람인가요?
A. 교통사고전문변호사로서는 아주 냉철하고요. 친한 사람이 질문했다고 그 사람 편 들어주지 않아요. 객관적으로 몇 대 몇을 판단해줍니다. 사람으로서의 한문철은 따뜻한 사람이고 싶어요.
 
Q. 한문철의 꿈은 뭔가요?
A. 일을 그만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많이 했잖아요. 현재 유튜브에 1만 8000여개의 영상들이 올라와 있는데요. 이걸 앞으로 3만개 까지는 건강하게 하고 싶고요. 건강이 허락된다면 5만개 까지 하고 싶은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근데 어느날 교통사고 영상이 안 올라온다면 저는 안해도 되잖아요. 그런 날이 빨리 와서 좀 쉬고 여행도 다니고 싶어요.
 

한문철 변호사와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