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남 칼럼]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 위해서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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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ESG메타버스발전연구원 원장
입력 2023-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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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성 없는 RE100 보다는 실현 가능한 CF100을

  • 드라이크리닝이 아닌 웻크리닝 선택해야

[문형남 교수]



세계 각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carbon neutral)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산림 등) 또는 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을 0(Zero)이 되게 하는 개념이다. 즉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되는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 ‘순배출 0’이 되게 하는 것으로, 이에 탄소중립을 ‘넷-제로(Net-Zero)’라고도 한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몇 가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번에는 ‘RE100에서 CF100으로’와 ‘드라이클리닝에서 웨트클리닝으로‘ 두 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현실성 없는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보다는 실현 가능한 CF100(Carbon Free 100%)을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을 잘 모르고 RE100을 주장한다. RE100은 기업들이 2050년까지 사용 전력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약속하는 것이다.
 
RE100은 연간 100GWh(GigaWatt Hour·기가와트시) 이상 사용하는 전력 다소비 기업이 대상이다. 2023년 5월 기준으로 애플, TSMC, 인텔. 3M, 어도비, 버버리 등 407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였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 KT,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31개 민간기업과 공기업(공사)이 참여하고 있다.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은 가입 1년 안에 이행 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이행 상황을 점검받는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60%, 2040년 90%로 올려야 자격이 유지된다. 한국 기업들의 RE100 가입이 더딘 이유는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탄소중립을 위해선 RE100을 넘어 CF100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구글은 2018년 RE100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무탄소 에너지원을 활용한 CF100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RE100 흐름이 거세지면서 또 다른 형태의 무역장벽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RE100으로는 실질적인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RE100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전력 사용을 재생에너지로 조달해야 하지만 이를 외부에서 조달하거나 또는 자체적으로 태양광·풍력발전 시설을 설치하여 생산하더라도 100%를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러한 지적에 대응하여 국제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CF100이다. CF100은 '탄소 배출 제로'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 전력 전부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개념이다. 무탄소 에너지원에는 풍력, 태양광, 수력 등 재생에너지 외에 원자력 에너지도 포함된다.
 
우리 기업들이 RE100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RE100은 전력 다소비 기업만이 대상이므로 RE100 대상이 아닌 기업들은 CF100을 추구하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RE100과 동시에 CF100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대 스마트 에코 마이크로그리드 연구센터(센터장 정현교 명예교수)와 (사)CF100&RE100 써밋클럽(회장 유성엽) 등이 CF100과 RE100 연구와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CF100&RE100 써밋클럽은 CF100과 RE100 실현을 위해 산업·연구·학계·정부와 다양한 채널로 구성된 단체다. CF100&RE100 써밋클럽은 기업들에 대해 CF100과 RE100 실천에 다각도로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관심 있는 기업들은 참여하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탄소중립을 위해 ‘드라이클리닝에서 웨트클리닝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대다수는 드라이클리닝이 고급 세탁인 줄 잘못 알고 있었다. 드라이클리닝은 환경과 건강 모두를 헤치는 세탁 방법이다. 환경과 건강 모두에 도움이 되는 웨트클리닝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드라이클리닝은 물 대신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세탁법이다. 물을 쓰지 않기에 드라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드라이라는 단어 때문에 젖지 않고 세탁한다고 착각 할 수 있지만 통상적인 빨래처럼 기름에 적셔서 돌린다. 물에 젖는 게 아닐 뿐이다. 모직물, 견직물, 레이온, 아세테이트 등 물 세탁을 하면 변형되기 쉬운 재질의 옷을 세탁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모직물, 견직물, 레이온, 아세테이트 등 물 세탁을 했을 때 손상되기 쉬운 재질의 옷을 세탁할 때 드라이클리닝을 한다. 일반적으로 정장 양복 등 세탁 표시를 보면 손빨래 표시에 X자를 해 놓은 게 보이는데 이런 옷은 손빨래와 세탁기 사용 등 물빨래를 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드라이클리닝이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드라이클리닝 중심인 국내 세탁업계에 웨트클리닝 바람이 불고 있다. 드라이클리닝 방식이 환경과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물과 친환경 세제만으로 세탁하는 웨트클리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2년 전부터 웨트클리닝 세탁소와 세제가 등장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 세탁시장에 웨트클리닝 업체들의 진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무인빨래방 브랜드 ‘워시엔조이’를 운영 중인 코리아런드리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ESG 시대에 국내 최초 웨트클리닝 세탁소 브랜드 ‘어반런드렛’ 카페와 팩토리(세탁소)를 론칭했다. 세제 제조업체 수상한연구소의 친환경 세제 ‘이오니’와 생활 브랜드 ‘빨래백신’의 세탁세제, 세탁 스타트업 청춘세탁의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으로 기업들은 현실성 없는 RE100보다는 실현 가능한 CF100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이제부터라도 건강과 친환경을 위해 드라이크리닝이 아닌 웨트크리닝을 선택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문형남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 △매일경제 기자 △대한경영학회 회장 △K-헬스케어학회 회장 △대한민국ESG메타버스포럼 의장 △한국AI교육협회 회장 △ESG메타버스발전연구원 대표이사 △(사)지속가능과학회 공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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