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갈등, 해법은 上] 반복되는 노사 대립·부실한 산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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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신진영 기자
입력 2023-05-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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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심의 돌입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제1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3.5.2
    kjhpress@yna.co.kr/2023-05-02 16: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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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2024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기 위한 최저임금위 제1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시작과 함께 노동계와 경영계가 또다시 대립각을 세우면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선 논의가 재점화할 전망이다. 양측이 합의해 최저임금을 정하는 현 구조로는 지지부진한 협상과 파행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치열한 공방 끝에 최저임금이 정해지더라도, 이후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선 최저임금에 대한 객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준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1만2000원" "동결"…최저임금 두고 또 신경전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25일 두 번째 전원회의를 연다. 지난 2일에 이어 2024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에도 노동계와 경영계 간 팽팽한 공방이 예상된다.

양대노총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물가 폭등으로 실질임금이 낮아졌다며 내년도 최저임금 1만2000원을 요구 중이다. 올해보다 24.7% 높은 금액이다. 반면 경영계는 고환율과 경제 저성장 등 어려운 경기 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다 보니, 이들의 원만한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일은 드물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난해까지 36번 심의가 이뤄졌지만 노사 합의로 결정된 해는 7번에 불과하다.

법정 심의 기한을 넘기기도 일쑤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한 날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안을 정해야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위가 법정 기한을 지켜 최저임금안을 심의·의결한 건 지난해를 포함해 9번에 머문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모호한 기준···갈등 부추기는 공익위원 계산법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통상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 9명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2019년도 최저임금은 유사근로자 임금에 소득분배 개선분, 협상배려분 등을 더해 산출했다. 지난해를 비롯해 최근 2년간 '경제성장률 전망치+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취업자 증가율 전망치'로 최저임금을 정했다. 모두 공익위원들이 임의로 만든 산식이다.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고 명시할 뿐 구체적인 결정 기준이 없다.

문제는 이 산식을 적용한 최저임금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비판적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2023년도 최저임금이 전년보다 5% 오른 것을 두고 민주노총은 "치솟는 물가를 생각하면 실질임금 삭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경영 부담을 가중하고, 고용 불안을 일으킨다"며 재심의를 요청했다.

올해도 같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내년 최저임금을 공익위원 산식대로 계산하면 인상률은 4.74%(1.6%+3.5%-0.36%)로 1만76원이다. 동결 또는 인하를 원하는 경영계 입장과 상반된다. 1만2000원을 제시한 노동계 요구에도 한참 못 미친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반복을 완화하기 위해 개선 노력이 없던 건 아니다. 정부는 2019년 2월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가 최저임금 상·하한 범위를 제시하면, 노·사·공이 참여하는 결정위가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제동이 걸리며 결국 무산됐다.
 
日 최저임금 산업별 차등·獨 2년마다 갱신
다른 나라도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나,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일본은 지역별 최저임금과 산업별 최저임금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모든 최저임금은 후생노동성 소속 중앙심의회가 인상이나 인하를 결정한다. 이후 각 지방심의회에서 지역별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이다. 산업별 최저임금도 있다. 해당 노사에서 개정 요청을 받으면, 해당 산업의 최저임금 전문부회를 설치해 결정한다.
 
프랑스는 정부 지시를 받지 않는 '독립된 전문가그룹'이 매년 단체협상 국가위원회와 정부에 법정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한다. 보고서를 받은 프랑스 노동부는 단체협상 국가위원회를 소집해 노사 대표 의견을 들을 뒤 인상률을 결정한다.

독일은 2015년부터 우리나라와 비슷한 최저임금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 최저임금 적용·갱신 기간은 2년이다. 위원회 인원도 노사 대표위원 각각 3명과 노사 대표들이 공동 추대한 위원장 1명, 표결권 없이 자문만 하는 학계 인사 2명 등 모두 9명뿐이다.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공익위원은 없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적합한 최저임금 산정 기준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객관적이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최저임금이 진영이나 정권 성격에 따라서 널뛰기하듯 이뤄지면 시장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객관적이고 투명하며 예측 가능한 최저임금 결정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최저임금 결정 공식이나, 참고해야 할 구체적 지표들도 객관화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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