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값 상승에 항공기 가격 '고공행진'···국내 항공사들, 세금까지 발목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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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입력 2023-05-18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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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규 항공기 늘리려는 계획 차질

  • 부품 공급 지체···한국만 취득세

최근 여객수요가 크게 늘어나며 항공기와 리스 비용의 인상 폭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 항공사들의 주문이 크게 늘어난 데 더해 엔진과 날개 등 핵심 부품의 공급 지체가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기재 공급난에 기존 리스 계약을 연장하거나 낡은 항공기를 계속 쓰는 항공사들도 늘어나며 마땅한 중고 매물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재를 제때 확보하지 못할 경우 올해 수익성 개선에 발목이 잡힐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항공기를 사고팔 때 내는 세금도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매년 3~5%의 인상률을 보이던 항공기 가격이 최근 7% 이상의 인상 폭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최근 글로벌 여객수요 증가로 민간 항공사들의 새 여객기 주문량이 늘어나면서다.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 세계 항공업계의 여객 유상여객 킬로미터(RPK)는 전년 동기 대비 34.1% 증가했고 2019년 3월의 88% 수준에 달했다. 

여기에 보잉과 에어버스가 코로나19 시기 엔진과 날개 등 핵심 부품사들의 구조조정을 한 이후 생산 속도가 더뎌졌다. 부품 가격까지 오르며 기재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항공기 제조사는 올해 계약에 따라 매달 100대 이상을 인도해야 하지만 절반 정도의 인도에 그치고 있다. 

신규 항공기뿐 아니라 중고 리스 항공기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저비용항공사(LCC)가 주로 이용하는 항공기는 대당 약 1300억~1500억원으로 잔존가치 등에 따라 월 리스료가 책정된다. 기재 가격이 오르니 리스료 인상은 물론 기존 3개월 보증금 규정을 4~6개월로 늘리는 등 리스사의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또 중고 기재를 두고 항공사 간 웃돈 경쟁도 펼치고 있다. 실제 티웨이항공의 경우 중대형기 A330 추가 도입을 계획하고 있으나 에어아시아 등 외항사가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기재를 사고팔 때 내는 세금도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가령 에어버스사의 4000억원짜리 기재를 구매하면 약 80억원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 10대를 들이면 800억원 이상의 과세가 발생하는 셈이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항공기 취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어 업계가 재도약을 준비해야 할 시기에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항공기의 세대교체를 추진해야 하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고심이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20년 넘는 노후 기재는 약 31대, 아시아나항공은 13대다.

특히 올해 항공업계의 경영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항공사는 기재를 기반으로 운항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항공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노선 재취항을 보류하는 등 수익성이 뒷걸음칠 수 있다. 올 1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1년 내 갚아야 할 리스 부채는 1085억원, 진에어 1096억원이다. 이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1300억원)에 가까운 수준이다. 티웨이항공의 리스 부채는 3972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189% 증가했다. 

장기적으로는 항공사들의 부담이 티켓 가격에 전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신규 항공기는 인도까지 길게는 5년 걸리고 있는데 비행기를 제때 들여오지 못하면 수익은 물론 채용도 못하게 돼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티웨이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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