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스티키 인플레이션'…韓 이차 파급영향 vs 美 노동 공급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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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3-04-2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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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한국은행 노동시장 세미나’에 참석해 모두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상품이 아닌 서비스 가격이 주도하는 물가상승, 이른바 ‘스티키 인플레이션’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주된 원인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5일 한국은행 조사국이 발표한 ‘우리나라와 미국의 근원인플레이션 압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스티키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주된 원인은 에너지·원자재 등 2차 파급영향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미국에서는 노동시장의 공급 부족이 스티키 인플레이션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측은 “최근 미국의 타이트한 노동시장은 공급 부족 등 구조적인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 만큼, 노동시장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미국에서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은 국제유가의 근원인플레이션 파급 영향에서 미국보다 지속성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근원물가에 대한 유가 충격의 영향이 미국에서 1년 정도 지속됐지만 한국에서는 2년 가까이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폭등한 국제유가로 인해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최근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멈출 수 있었던 게 에너지·원자재 가격 안정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2차 파급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해당 요인이 제거되면서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주요 산유국이 감산에 나서면서 국제유가 등이 재차 올라 비용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는 경우 스티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미국은 노동시장에서 근원인플레이션 압력이 한국의 두 배를 상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급 부족과 같은 구조적 요인이 인플레이션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스티키 인플레이션이 꽤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노동시장 상황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노동시장 세미나에서도 다뤄졌다. 이날 모두연설에 나선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노동시장 공급 부족이 주요국 물가상승을 부추겼지만 한국에서는 고령층·여성의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인해 그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활동참가율은 팬데믹 이전 추세선을 상회하고 있지만 미국은 아직 노동 공급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 노동 공급이 늘어난 이유는 고령층과 여성 주도로 고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에서 고령화가 이뤄지는 속도가 빨라 중장기적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이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란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급속한 고령화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 공급의 질적 측면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 위원은 “통화 정책 여건을 판단할 때 노동시장 상황을 보다 유의해서 보고 인구구조 변화가 중장기적으로 중립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며 “노동생산성 하락이 계속되면 물가·성장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므로 노동시장 구조개선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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