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축구에만 '빌드업'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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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현 기자
입력 2023-04-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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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 [사진=새만금개발청]


#장면1
"지금까지의 월드컵 본선 경기 중에 가장 안정적입니다."
작년 말 막을 내린 월드컵 축구 경기에서 우루과이와 첫 경기가 끝난 후 박지성 해설위원이 감격한다. 비록 비겼지만, 우리가 월드컵 본선에서 이렇게 높은 볼 점유율과 함께 경기를 지배해본 적이 있었는가라고.
 
#장면2
"아니, 새만금청 또 왔어요? 도와줄 테니 이제 그만 와요!"
작년 10월 말 법 개정 설명을 위해 찾은 국회 A의원실에서 보좌관이 고개를 흔든다. 졸지에 불청객이 되어 의원실을 나설 때 담당 사무관이 민망해하며 좀처럼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동행한 B국장이 다 안다는 듯 씨익 웃으며 위로한다. "C사무관! 저 보좌관 얘기가 당신에게는 큰 칭찬이야."
 
두 장면은 모두 '빌드업'과 관련된 얘기다. 당시 벤투 감독은 현대축구에서 빌드업의 중요성을 보여주었다. 빌드업은 축구에서 골키퍼부터 시작해 패스를 통해 차근차근 상대 진영으로 공을 끌고 가는 일종의 공격작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강한 체력과 창의적 플레이, 끈끈한 팀워크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작년 말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사업법과 조세감면특례법을 개정해 지난 2년간 지역 숙원사업이던 투자진흥지구 제도를 도입하고 입주기업의 세금감면 혜택을 얻어냈다. 1조원의 지역 간 연결도로도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와 함께 예산을 반영했다. 거기다 산업단지 내 기업유치도 개청 이후 지난 9년간 성과의 72%를 작년 한해 만에 달성한 것은 덤이다. 올해 들어서는 3월 말까지 1조8000억원의 투자유치로 이미 작년 성과를 넘어섰다. 투자내용도 대부분 이차전지와 같은 요즘 핫한 업종들이다.
 
철저히 낮은 단계부터 빌드업한 결과이다. 법률개정을 위해서는 국회 입법조사관과 의원실 보좌진부터 전진 압박이 필요하고, 예타통과를 위해서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실무진부터 밀착 마크가 요구된다. 기업유치도 산업동향 분석을 통해 타깃업종을 정하고 경쟁 산단과의 차별성·우월성을 미리 검토해야 한다. 이후 목표 기업을 미리 찾아가 가려운 곳을 먼저 긁어주는 배짱과 세일즈 마케팅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도와달라는 읍소가 아니다. 논리적이고 정무적인 설득과 상호피드백이 필수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관련 부처와는 장·차관이 아닌 주무관부터 공적, 사적인 신뢰관계 설정이 있어야 한다. 지자체에서 중앙부처와 업무를 할 때 지자체 실무진은 최고위층끼리의 면담을 주선하곤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하는 관습이 있다. 이건 빌드업이 아니다. 과거 뻥 축구다.
 
예를 들어 지역 간 연결도로 예타 시에는 필자인 청장부터 KDI 실무진과 협의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 직원들은 대안들을 마련하고 많은 시간 KDI와 검증했다. 정책성 평가회의에서는 통상 과장급이 출석하는 관례를 깨고 필자가 직접 민간전문가와 긴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기업유치를 위해서는 필자가 직접 투자제안서를 작성하여 염치불고하고 기업을 찾아다녔다.
 
얼마 전 1조2000억원 이차전지 투자협약 시 중국 측 파트너인 G사 회장이 필자에게 직접 말을 건넸다. 한국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은 지 석달 반 만에 어느새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고 말이다. 새만금개발청의 적극적인 행정에 놀랐다며 특히 자신들의 요청에 맞춰 즉시 산업단지 계획을 바꿔주는 속전속결 원스톱 행정에 감사하단다. 참고로 협약체결 며칠 만에 입주계약, 토지매입, 사업자등록까지 모두 마쳤으며 6월 중 공장건축에 들어간다.
 
이렇듯 그간 지지부진했던 몇몇 과제들이 청장 취임 이후 지난 10개월간 빌드업을 통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빌드업에 원팀으로 참여한 직원들에게는 자체적인 중간정산을 통해 승진, 유학, 성과평가 등으로 조금이나마 보상했고, 없는 살림을 쪼개 해당 조직에 특별격려금도 지급했다. 격려금으로 회식하면서 그간 고생만 시킨 청장을 마음껏 술안주 삼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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