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웅의 정문일침(頂門一鍼)] 인천 서구의회 만취 욕설 진실공방은 '막장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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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강대웅 기자
입력 2023-04-0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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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의원, 남성의원에 만취 추태당했다 주장···서구민 등 시민사회단체 막말추태 공개사과 요구

  • 민선 8기 개원 이후 자리싸움 거듭 두달 후 원구성···워크숍 뒤풀이 예산도 세금... 꼼꼼히 살펴봐야

[사진=인천 서구의회]

인천시 서구의회 의원들의 연수 중 만취 욕설 진실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아 이런 X 밥이'라고 모욕을 봤다는 피해 여성의원은 수사를 의뢰했고 욕설 당사자로 지목된 남성의원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발하고 있다.

부산까지 가서 벌어진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인천 서구의회 국민의 힘 소속 김미연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구의회 의원 20명은 당시 부산에서 '의원 역량 강화 교육'을 명목으로 2박 3일 일정의 연수를 마치고 뒤풀이 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강범석 서구청장까지 참석한 이날 자리에서 강 구청장에 대해 일부 의원이 취중에 거친 반말을 했고 이를 말리는 동료의원과 다툼이 있었는데 갑자기 민주당 소속 A모 의원이 자신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추태를 부렸다는 것.
 
이를 계기로 소속당이 다른 여러 의원이 말다툼을 벌이는 추태가 벌어졌다고 한다. 이에 모욕감과 공포심까지 느낀 김 의원이 4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런 내용을 폭로한 뒤 수사 의뢰에 나서면서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의 해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진실 공방을 바라는 것 같으니 그 진실을 제대로 밝히고자 한다”면서 “개인의 일탈·비위에 대해 거짓과 변명으로 본질을 흐리는 세태를 바로 잡겠다”는 주장이다.
 
반면 당사자인 A모 의원은 사실과 다르지만 사과했다며 해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개인의 일탈·비위에 대해 거짓과 변명으로 본질을 흐리려는 처사“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앞으로의 추이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의회 운영의 차질과 주민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례행사보다 더 자주 발생하는 것이 지방자치단체 기초의원들의 이런 추태 사건이다. 그만큼 했으면 이제 정화됐을 법도 한데 잊히기도 전에 또 발생하곤 한다. 불거진 내용과 의회 파행 사례만 보더라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의원 간 욕설, 취중 폭행 등은 일상이라는 자괴 섞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권 개입과 금품수수, 갑질, 청탁 등 온갖 추태로 지역주민의 신뢰를 상실한 지 오래다.
 
심지어 세금으로 친목과 연수를 빙자해 간 국내외 출장에서조차 의원 간 추태는 일상처럼 되어있다. 아무 일 없이 돌아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기초의회 의원들의 일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장단 선거를 치르면서 서로 편을 갈라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은 고전에 속한다.
 
자리 나눠 먹기 밀실 담합, 뒷거래, 자격 시비, 폭로 등 낯 뜨거운 감투싸움은 막장 드라마를 능가한다. 그러면서도 생명력은 보장된 4년을 넘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물론 기초의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행정부 견제와 감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며 주민 칭송을 받는 곳도 많다. 의원들도 여야 가리지 않고 소신껏 주민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소신파들도 꽤 있다.
 
이번에 의원 간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진 인천시 서구 의회는 민선 8기 출범 직후부터 파행을 거듭한 의회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7월 7일 개원하자마자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둘러싸고 여야 간 갈등으로 파행을 빚더니 두 달을 넘겨 원 구성을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2012년에는 의장단 선출을 놓고 여·야 의원이 격돌, 본회의장 점거라는 전국 초유의 사태도 발생해 구민들 사이에서 의회 폐지론이 확산되기도 했다.
 
기초의회가 제구실을 못하고 함량 미달 의원들의 비리와 추태가 끊이지 않는 것은 후보를 공천하는 정당의 부실 검증 탓이 제일 크다.
 
자질이나 의정 수행 능력보다 지역 국회의원에 대한 충성도가 공천의 주요 잣대가 되면서 빚어진 폐해다. 자질이 부족한 인사가 공천받아 지방의회에 들어가 온갖 허세를 부리고 이권에 개입하는 등 추태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민심보다 국회의원 눈치를 먼저 보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가 가장 시급한 과제지만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욕설을 들었다는 김미연 의원은 기자회견문에서 “사건 당일 사건이 벌어진 이후 숙소로 가는데 동료 B모 의원이 따라 나와 A모 의원이 술에 취해 실수한 것 같다. 지역 국회의원에게 보고해서 정식 사과하게 시키겠다“며 연거푸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적고 있다.

아무튼 이번 사태는 지방으로 워크숍을 가서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워크숍도 필름이 끊어질 정도로 취하게 한 뒤풀이 예산도 세금이 분명하다.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기초의회는 주민을 대표해 기초자치단체의 중요사항을 최종 심의·의결하는 기관이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이러고도 기초단체를 감시·견제한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수준 미달의 후보가 기초의원으로 당선되는 것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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