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 믿고 들어갔는데…'실거주의무 폐지' 표류에 수요자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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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기자
입력 2023-04-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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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권 전매제한 완화가 이르면 이달 중 시행되는 가운데 실거주 의무 폐지 논의가 미뤄지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1·3 부동산 대책'에서 발표한 '실거주 의무 폐지'를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거주 의무 폐지를 위해서는 주택법이 개정돼야 하지만 대책 발표 이후 3개월 동안 법안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 기대감에 계약에 나섰던 당첨자들과 수요자들만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토교통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국토법안소위원회를 열고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했으나 다른 법안 심사가 길어지면서 다음 소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1·3 대책에서 분양가상한제 주택 등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주택을 분양받으면 최대 5년간 실거주 의무를 충족해야 한다.

앞서 정부는 2021년 2월 서울 등 수도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아파트에 실거주 의무기간을 부여했다.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인해 발생하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주택 시장의 급격한 위축, 거주 이전의 자유 침해, 신축 임대 부족 등 부작용이 지적되면서 규제 완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시장에서는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면 즉시 세입자를 들일 수 있어 자금 부담이 줄고 분양권 거래 등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1·3 대책 발표 당시 이미 입주자모집공고가 나왔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실거주 의무 폐지가 소급 적용될 것으로 예상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단지는 지난달 초 무순위 청약에서 899가구 모집에 4만154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46.2대 1로 마감했다. 전용면적 29㎡는 평균 경쟁률이 655.5대 1에 달했다.

문제는 지난 1월 3일 정부가 폐지 방침을 발표한 뒤 실거주 의무 폐지 논의가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으면 전매제한 완화는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매제한이 풀리더라도 실거주를 해야만 해 수분양자들이 분양권을 매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전매제한 완화와 실거주 의무 폐지는 패키지로 이뤄질 때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며 "입주 분양권을 팔았는데 그 집에 들어가 살아야 하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도 "실거주 의무 폐지가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실거주 의무 폐지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주택자에게는 의미가 없는 정책"이라며 "특히 전매제한 완화, 실거주 의무 폐지 등을 염두에 두고 청약에 나선 사람들은 자금 계획 등에 문제를 겪는 사례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거주 의무 폐지와 함께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도 여전히 국회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취득세 중과 완화 관련 법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다만 이미 정부의 규제 완화로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시장 간에 격차가 심화하고 있는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 수도권과 지방 간 청약‧미분양 등 격차가 계속되고 있는데 실거주 의무까지 풀게 되면 수요가 대부분 수도권으로 몰려 지방 미분양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자구 노력을 지켜보면서 규제 완화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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