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외친 금융지주···사외이사 거수기 논란엔 '안정'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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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3-03-2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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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각사 취합]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서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은 나란히 '혁신'을 강조했다. 은행·금융권을 향한 비판 여론 속에 신임 회장들은 새로운 방향과 가치를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독립적인 사외이사 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금융지주들은 사외이사진을 대부분 재선임했다.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사회의 거수기 논란은 계속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주 국내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모두 마무리했다. 새로운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선임 등이 주요 이슈로 꼽힌 가운데 주총 안건 대부분은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다. 특히 회장 선임과 관련해 국민연금에서 반대표를 받은 신한금융과 관치금융 논란의 중심이었던 우리금융 모두 이번 주총에서 무리 없이 새 회장을 맞이했다.

새 수장들이 밝힌 공통 키워드는 혁신이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23일 취임사에서 "과거의 영광이 밝은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혁신의 DNA'를 지켜가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조직에 부족하거나 잘못된 관행이 있는 분야는 과감한 혁신을 지속하겠다"면서 '새로운 기업문화 정립'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다.

하지만 금융지주들은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사외이사와 관련해서는 상반된 결정을 내렸다. 최근 독립적이지 못한 사외이사진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으나 임기가 만료되는 대부분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재선임됐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지주들의 '황제 경영' '셀프 연임' 등을 강력히 비판해왔다. 오랜 기간 연임을 이어오고 있는 금융지주 사외이사진이 사실상 현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이번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25명 중 18명(72%)이 재선임됐다. 국민연금과 글로벌 최대 의결 자문사인 ISS 등은 국내 금융지주들이 각종 사모펀드 사태와 최고경영자(CEO) 법률 리스크에 휘말리는 동안 이사회가 이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재추천된 사외이사 선임안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신한금융에선 8명 전원이 연임되는 등 금융지주들의 결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 전반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갖춘 후보를 찾기가 어렵고, 최근 확대되고 있는 금융 리스크 전이 가능성 등 위에서부터 안정을 꾀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기존 사외이사진에 대한 독립성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들의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 만큼 지배구조 개혁 드라이브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금감원은 사외이사 선출 방식과 운영, 견제 방식 등에 대한 개편안을 곧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4월 이후 이사회와 관련된 여러 논의를 준비 중이고, 어떤 방식으로 논의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새로 취임한 금융권 CEO는 물론 이사회들과 소통하고 있다. 논의를 취합해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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