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TF 운영중인데"…금융권·정치권, 예금보호 한도 놓고 '눈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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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3-03-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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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20여년 전부터 유지 중인 예금자보호한도(5000만원)를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해당 이슈를 둘러싸고 금융권과 정치권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금융권이 지난해 3월부터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예금자보호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 중인 가운데 정치권에서 한도 상향에 힘을 싣고 나서자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행 5000만원까지인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는 점에서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예금보험료(예보료)다. 예금보호 한도가 상향 조정되면 금융권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도 함께 인상돼야 하는 만큼 이해관계자들간 의견 수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보험료율은 예금액 대비 은행 0.08%, 증권·보험사 0.15%, 저축은행 0.4%다.

현행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하는 부분에 대한 실효성을 둘러싸고 의문도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예금보험 적용을 받는 ‘부보예금’ 중 현행 보호 한도인 5000만원 이하 예금자 비중은 지난해 9월 기준 98.1%로 나타났다. 사실상 국내 금융회사에 자금을 예치한 대부분 고객이 현 제도로도 예금 대부분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오히려 예금보험료 인상분이 대출금리 등으로 금융소비자에게 비용부담이 전가되거나 저축은행 등 수신금리가 높은 곳으로 자금이 쏠리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예금보호 한도가 높아지면 금융소비자들은 그만큼 금융사의 건전성 관련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며 “금리가 높은 곳으로 급격한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오히려 일부 금융사의 건전성이 무너질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현행 예금보호 한도인 5000만원이 지난 2001년 이후 23년 가량 인상되지 않았다는 점,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예금보호 한도 비율이 낮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예금보호 한도 비율은 1.34%(2020년 기준)다. 이는 미국(3.95%), 이탈리아(3.6%), 프랑스(2.82%), 영국(2.7%) 등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2021년 한국 GDP가 1조8102억 달러로 2001년(5477억 달러) 대비 230.5% 확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금융소비자들이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이해관계자에 따라 의견 차가 첨예한 이슈인 만큼 금융당국도 긴 호흡으로 사안을 다루고 있다. 앞서 지난해 3월 구성된 예금자보호제도 개선 TF는 오는 8월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1년을 들여다본 만큼 어느 정도 논의가 진전이 됐을텐데 정치권에서 주도권을 가져가면 지금까지의 논의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며 “금융권과 충분한 소통이 필요한 부분이므로 정치권이 속도 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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