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태광 이호진, 계열사 '김치·와인 강매' 관여" 원심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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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3-03-1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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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총수 일가 소유 회사의 김치‧와인을 계열사에 강매한 태광그룹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를 한 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 사건이 아들로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지 않다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도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기업집단 대주주들이 계열사로 하여금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을 제공하게 하면서 부당이익을 얻는 행위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6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흥국생명 등 태광 계열사19곳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이 전 회장 측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공정위는 2019년 태광그룹 계열사 19곳이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휘슬링락CC(티시스)’와 ‘메브뱅’에서 각각 김치‧와인을 부당 구매한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구체적으로 태광 계열사들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김치 512t을 시가보다 비싼 95억5000만원에 산 것으로 조사됐다. 계열사들은 비슷한 시기 이 전 회장의 부인과 딸이 소유한 메르뱅에서 와인 46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등 ‘일감 몰아주기’도 했다.
 
공정위는 태광 계열사들이 이런 방식으로 총수 일가에 만들어 준 이익이 33억원을 웃돈다고 보고 이 전 회장과 그룹 경영기획실장 김모씨, 계열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이 전 회장에게는 시정명령을, 계열사들에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21억8000만원도 부과했다. 이 전 회장과 계열사들은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서울고법)은 계열사들에 대한 시정명령‧과징금은 정당하지만, 이 전 회장에게 내려진 시정명령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전 회장이 김치‧와인 거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전 회장에게도 제재가 내려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김치 거래가 특수관계인에 대한 변칙적 부의 이전, 태광에 대한 지배력 강화, 아들로의 경영권 승계에 기여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태광의 의사결정 과정에 지배적 역할을 하는 이 전 회장은 티시스의 이익‧수익구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 영향력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공정거래법 32조의2는 기업집단 계열사는 특수관계인(기업집단 동일인과 친족)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 행위 등을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이 평소 특수관계인 지분이 높은 회사에 대한 계열사의 이익 제공 행위를 장려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면 임직원들이 이 전 회장 일가 소유회사가 요구하는 사항을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집단의 대주주들은 지배주주 지위를 남용해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로 하여금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을 제공하게 함으로써 부당이익을 얻고,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등의 행위를 계속해 비판이 제기돼 왔다"며 "이 판결은 이익 제공 행위에 관한 특수관계인의 평소 태도 등 간접 사실에 의한 증명을 폭넓게 허용한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이 전 회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검찰이 재수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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