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역에 둥지 튼 '스타링크코리아'...올 2분기 국내 위성인터넷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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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3-03-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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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한회사 형태로 국내 법인 설립...정부에 기간통신사업자와 국경 간 공급 허가 요청

  • 정부 허가 나면 바로 서비스 전망, 일각에선 위성주파수 혼간섭 우려 제기

일론 머스크의 저궤도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올해 2분기 국내 서비스를 예고했다. [사진=스타링크]

일론 머스크의 글로벌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오는 2분기 국내 서비스를 위한 한국법인 설립을 마치고 지사장과 직원 확보에 나섰다. 국내에는 유·무선 인터넷 연결이 어려운 오지가 거의 없는 만큼 일반적인 위성인터넷 사업 대신 국내 사정에 정통한 통신 전문가를 영입하고 항공기·선박 대상 영업과 이동통신 3사와 공동사업 제휴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법인 설립 마친 스타링크...서비스 상용화 속도

16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스타링크는 국내 사업을 위한 유한책임회사 '스타링크코리아(Starlink Korea LLC)'를 지난 8일 설립했다.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가 세운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인력·물자 우주 수송과 함께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저궤도 위성인터넷 사업이다. 지구 저궤도에 3만개 이상의 인터넷 중계용 위성을 촘촘히 배치함으로써 바다와 하늘을 포함한 전 세계 산간오지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기존 정지궤도 위성과 달리 낮은 궤도에 위치해 LTE를 넘어서는 데이터 전송 속도를 보여주는 게 강점이다.

서울 강남역 근처 공유오피스에 둥지를 튼 스타링크코리아는 당분간 지사장 없이 본사 임원인 로렌 드레이어 스타링크 비즈니스 운영담당 이사가 이끄는 형태로 운영한다. 

신설 법인의 최우선 과제는 홈페이지에 예고한 대로 올해 2분기 국내 저궤도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기간통신사업자 등록'과 '국경 간 공급 승인 허가'를 받는 것이다.

스타링크코리아는 설립 예정 법인이던 지난 1월 서울전파관리소에 국내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사업 신청서를 냈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관련 검토를 마치고 3월 말에서 4월 초 중에 스타링크코리아를 회선설비 미보유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할 예정이다.

문제는 국경 간 공급 승인 절차가 아직 진행 중인 점이다. 스타링크가 띄운 인터넷 위성 4000여개는 스타링크코리아가 아닌 미국 스타링크 법인의 소유다. 스타링크코리아는 미국 법인과 국내 이용자를 연결하는 중간 다리 역할만 한다. 때문에 정부로부터 국경 간 공급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스타링크가 국내 통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히 검토한 후 관련 허가를 내줄 방침이다. 국경 간 공급 승인 절차는 법으로 따로 처리 기간을 규정하지 않은 만큼 올해 2분기를 넘어서 관련 승인이 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스타링크는 홈페이지에 예고한 2분기 국내 서비스 상용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

윤석열 정부가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를 강조하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사업자 보호를 위해 허가가 늦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위성 인터넷 주파수 혼간섭 문제로 인해 관련 허가가 늦어질 가능성은 일부 존재한다.

실제로 국내 위성통신 사업자인 KT SAT은 "스타링크 국내 진출로 위성통신망 주파수 혼간섭 우려가 생긴 것은 사실"이라며 "스타링크가 ITU(국제전기통신연합) 저궤도 위성 규약을 지켜야 하는데, 선의만 기대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올해 말 두바이에서 열리는 WRC23 회의에선 위성인터넷 혼간섭 해소를 위한 글로벌 협의체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가가 나면 스타링크코리아는 즉시 국내 위성인터넷 사업을 시작하고 국내 사업담당 사장을 포함한 영업 인력을 확충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책임회사를 설립하고 명목상 법인 대표와 사업담당 사장을 따로 두는 것은 애플, 구글 등 국내에 진출한 해외 IT 기업이 흔히 쓰는 사업방식이다. 공시의무를 포함해 국내 사업 관련 규제를 상당 부분 피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스타링크가 국내에서 당분간 항공기·선박 대상 B2B(기업 간 거래) 영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무선 인터넷망이 촘촘히 깔린 국내에선 LTE와 비슷한 속도를 내는 위성인터넷은 일반인을 상대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스타링크는 미국 하와이안 항공과 협력해 기내 초고속 와이파이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와 협력해 이용자 스마트폰과 스타링크 저궤도 위성을 직접 연결하는 사업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링크는 미국 이동통신사 T-모바일과 함께 스마트폰과 저궤도 위성을 바로 연결해 기지국이 없는 곳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사업을 올해 중 시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아주경제DB]

◆제4 이통사 대신할 메기 역할 기대...UAM·6G 시대 경쟁력 높아

정부와 이통 3사는 스타링크의 한국 진출 이후 달라질 판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제13차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통신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정부 특허에 의해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과점 체제인 통신 산업의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제4 이동통신사를 유치하는 것이지만 기존 사업자와 자본·인프라 격차로 인해 실제 유치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링크가 유·무선 인터넷 사업을 두고 이통 3사와 경쟁하는 제4 이통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현재는 이용요금이 다소 높고 속도도 LTE 수준에 불과하지만, 지속해서 위성을 확충하고 있는 만큼 5G와 비슷하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25년 UAM(도심항공교통)이 국내에서 상용화되면 5G 상공망으로 하늘을 향해 전파를 쏘는 이통 3사보다 위성으로 전파를 주고받는 스타링크의 경쟁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상공망은 구축 지역에 따른 음영 지역이 있는 반면 스타링크의 위성인터넷은 이미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 어디에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문규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플라잉카'로 불리는 UAM 산업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해당 산업은 지상망으로 커버하기에는 굉장히 한계가 많다. 2030년 이후 6G 주도권을 놓고 경쟁할 때 당연히 위성인터넷을 하는 회사가 주도권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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