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부활?...경찰 '직무관리 자가진단' 도입에 내부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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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입력 2023-03-14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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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현장 관리자 직무관리 자가진단 운영안[자료=경찰청 제공]


경찰청이 다음 달부터 경찰서장 등 경찰 현장 관리자들이 스스로 직무관리를 자가진단하는 제도를 시행하기로 하자 과거 '경찰 블랙리스트' 역할을 했던 감찰카드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며 경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오는 4월부터 일선 서장과 과·계·팀장, 파출소·지구대장과 팀장을 대상으로 '현장 관리자 직무관리 자가진단' 제도를 운영한다. 현재는 수기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다음 달부터는 전산화해 본격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112 신고 처리 △수사 사건 처리 △주요상황 보고 및 비상 대비 △주요지시 이행 △하위 관리자 직무관리 점검 등 필수 점검·관리 항목을 일일·월간 주기로 자가진단해 해당 내용을 상급자 등이 확인·점검하는 방식이다. 경찰청은 자가진단 자료를 향후 각종 감사 자료 또는 필요시에는 감찰·인사 참고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에 대한 비판을 의식하고 대책안으로 이같은 제도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시 참사 전부터 시민들의 112 신고가 이어졌지만 당시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등이 윗선에 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직무관리 자가진단 제도 도입이 알려지자 "과거 폐지된 감찰카드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며 경찰 내부에서는 우려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관의 사생활과 일거수일투족을 자료화해 정보를 수집하고 인사자료로 활용된 감찰카드는 인권 침해 논란으로 인해 지난 1998년 폐지됐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장은 "자가진단은 현장과 서장의 현장대응, 지휘능력을 믿지 못하는 데서 시작된 것으로, 결국 현장을 잡겠다는 의도"라며 "지휘권의 확보라는 미명 아래 현재도 공무원 중에서도 상하복종 관계로 운영되는 경찰 조직을 더욱 경직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찰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과거처럼 사생활 관련 내용까지 기록하도록 하는 제도는 아닌 것 같지만, 감찰카드를 겪었던 일선 경찰 입장에서는 현장 의견 수렴 없이 갑자기 자가진단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면 반발할 수밖에 없다"며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정해진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용도일 뿐 감찰카드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가진단 카드는 현장 관리자로서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체크리스트 해서 빠짐 없이 오늘 일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용도"라며 "관리자들이 제대로 관리해 현장을 튼튼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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