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 사망에…웹툰 2차 저작권 문제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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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훈 기자
입력 2023-03-1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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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우영 작가, 생전 '검정고무신' 저작권 놓고 제작사 측과 법적 분쟁 지속

  • 웹툰 작가들도 제작사 등과 2차 저작권 계약 맺는 과정서 불공정 계약 사례 다수

  • 한국만화가협회 등 작가 단체 중심으로 지속 문제 제기…공정위도 주시

검정고무신 IP를 활용해 개봉한 영화 '검정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 포스터의 모습. 이우영 작가는 해당 작품에 대해 제작사가 자신의 허락을 받지 않고 2차 저작물을 만들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나 제작사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계약이 이뤄졌다며 이 작가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만화 '검정고무신'의 그림작가인 이우영 작가가 지난 1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만화·웹툰 작가들의 저작권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모양새다. 이 작가의 사망에 최근까지 그가 겪었던 '검정고무신' 관련 저작권 분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는 점에서다.

13일 만화계 등에 따르면 이 작가는 지난 2020년 7월 애니메이션 제작사 형설앤 대표인 A씨를 상대로 6000만원 상당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제작사 측에서 '검정고무신'을 활용한 캐릭터 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원작자인 이 작가와의 협의 없이 수익화에 나섰다는 이유였다. 앞서 이 작가는 지난 2007년 '검정고무신' 사업화를 위해 자신과 형제인 이우진 작가가 보유하던 캐릭터 저작권 지분 일부를 금전적 대가 없이 A씨에게 양도했는데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A씨가 글작가로부터 지분을 추가로 양도받으면서 2011년 기준 A씨의 지분은 절반을 넘었다. 이후 A씨가 검정고무신을 통한 사업을 여럿 진행하면서 수익이 발생했지만 정작 이 작가는 A씨가 자신의 허락을 받지 않고 사업을 강행했으며 수익도 제대로 배분받지 못했다고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애니메이션 '추억의 검정고무신'이 공개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제작사 측은 당시 관행에 따라 적법한 사업권 계약을 맺었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지난 2019년 본인들과의 협의 없이 다른 곳에 만화를 그렸다는 이유로 이 작가를 고소했다.

만화계는 이번 사례를 불공정 계약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한국만화가협회는 지난 2020년 성명서를 통해 "'검정고무신'의 창작자들은 작품의 2차적 저작물 관련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라며 "창작자가 보유하게 되는 저작권을 사업화라는 명목 하에 포괄적·배타적으로 양도받아서 행사하는 불공정한 계약 관계가 만화계에 여전히 만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는 만화업계가 웹툰으로 재편된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022년 말 발간한 '웹툰 산업 불공정 계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차적 저작권, 해외 판권 등 제작사·플랫폼에게 유리한 일방적 계약'이 계약 관련 불공정 행위로 작가들에게 가장 많이 언급됐다. 저작권 분야 불공정 유형 중에서는 2차 저작권 양도·포기 요구가 작가들이 제일 높은 비중으로 겪는 불공정 행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지식재산권(IP)의 중요성이 높아지며 웹툰·웹소설 IP를 활용한 영화·드라마·게임은 물론 각종 캐릭터 사업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어 작가들의 2차 저작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관행은 더욱 심각하다는 평가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8년 웹툰 서비스 사업자의 계약서를 심사해 작가에게 부당한 10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도록 했고 그 중 하나가 웹툰 연재 계약시 2차 저작물에 대해 제작사가 임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별도 계약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2차 저작권과 관련된 불공정 계약 사례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제작사뿐만 아니라 대형 웹툰 플랫폼들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표적으로 공정위는 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소설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출품한 작품의 2차 저작물 작성권을 카카오엔터에 부여하는 방식으로 작가들에게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건에 대한 막바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회사 측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작가들에게 불공정 계약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19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저작권 양도와 관련된 여러 불공정 계약 사례들이 소개됐다. 대표적으로 콘텐츠에 관한 사업권과 IP 사업권을 회사와 작가가 영구적으로 공동 보유하는 사례가 꼽혔다. 이 경우 작가와 계약이 종료된 후에도 작가의 저작물을 활용해 제작사가 임의로 사업 활동을 할 수 있고, 반면 작가는 자신의 저작물을 이용할 때도 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제작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계약 해지 후 기존에 개발·제작된 작품에 대한 권리 일체를 제작사에게 양도하는 조항, 제작사에게 2차 저작물에 대한 권한을 포괄적으로 부여하도록 하는 조항 역시 작가들에게 매우 불리한 계약으로 지적됐다.

김현희 한국만화가협회 부회장은 "만화나 웹툰 쪽 전반적으로 기성작가나 유명한 작가들조차도 잘못된 계약으로 인해 얼마든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인 것"이라며 "이와 관련된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되는 상황이었고 (잘못된 계약으로 인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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